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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명초등학교가 어떻게 서울형혁신학교 대표학교가 되었고, 성공적인 학교로 꼽히게 되었을까요? 우리 학교는 지난 4년동안 다른 학교들이 지원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내용을 들여오기에 급급할 때, 교사회에서 전체 선생님들과 충분히 논의를 해서 학교에 있는 좋지 않은 점을 먼저 없앴습니다.

혁신학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교사회'를 세우는 일이고, 둘째가 세워진 교사회에서 없앨 것과 바꿀 것을 의논해서 없애고 바꾸는 일입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이 역시 교사회에서 의논해서 교육과정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없애고 바꾼 것들

일반교사들이 밖에서 볼 때, 혁신학교는 일이 많아서 '교사가 힘든 학교'라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혁신학교 중에는 새로운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서 하는 힘든 학교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교 교사들은 처음부터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 대신에 수업시간에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교육과정을 파행운영하게 되는 각종 원인을 없애고, 그동안 경험했던 비교육적인 것을 없애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었습니다. 수업에 집중하는 데 방해하는 것을 먼저 없앴더니 학교가 행사치레와 업무중심에서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는 본래의 의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학교와 교육과정운영의 주인이 되니 자존감이 커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생긴 여유 덕분에 교사들이 오롯이 수업연구와 수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여유롭게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기다려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교사는 수업에서 보람을 찾아서 '비로소 교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마음이 이러니 아이들은 저절로 공부가 재미있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들은 본교에서 없애고 바꾸고 새롭게 한 것으로, 고정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제안이나 문제점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회에서 논의를 통해 계속 보완해 가고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없앤 것>
교훈, 교목, 교화, 행사를 위한 행사, 각종 대회와 시상제도, 보상제도, 각종 인증제, 경시대회, 교관에게 맡겨서 하는 수련회, 임원 수련회, 학교업체에 맡겨서 운영하는 수학여행, 스티커 제도, 일제고사, 전교어린이회 임원, 학급 임원, 형식적인 전교어린이회와 임원수련회, 독서장과 생활본, 청소년 단체, 강요된 아침자습, 월요방송조회, 간부회의, 부장회의, 강제, 지시와 전달, 직원종례, 개교기념식수, 개교기념비석, 학교 안팎에 써 붙이는 교육주의가 만연한 글씨들, '환경미화'라는 것, 영어글씨와 어려운 한자말, …….

<바꾸거나 새롭게 한 것>  
계절별 4학기제, 봄가을에 짧은 계절방학, 80분 블록 수업 운영, 30분 노는 시간, 60분 점심시간, 업무중심의 관례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 책을 꼭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과감히 줄여서 구성하기, 업무 중심의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 구성방법을 사람과 철학중심으로, 행정업무전담팀을 구성해서 6업무부장이 담임을 맡지 않고 교과전담을 맡아서 12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교무행정업무를 처리하고 담임교사는 수업과 생활교육만 전념하기, 신규교사가 학교사회에 적응하는 1년 동안 업무 안 주기, 학년 중심의 학교학년(급)교육과정 설명회

스스로 내용을 구성해 가는 '강명배움공책' 사용, 지시와 전달 중심의 '직원종례'에서 논의와 토론으로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강명교사회', 어린이들이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실질적인 어린이 자치활동인 학교학년학급 다모임 '강명어린이회', 학부모들 스스로 꾸리고 참여하는 '강명학부모회'와 '학부모 동아리',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서 학부모가 여는 학부모총회, 전체 교원이 참여하는 계절학기별 네 번의 교육과정 평가회, 학기별 학년교육과정 운영결과를 모든 교사들과 나누는 '학년교육과정운영 결과 보고회-수업나눔', 새로운 평가 방법 연구(결과중심보다는 과정중심과 활동중심으로, 서열과 점수보다는 특징관찰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통지(계절학기별 네 번의 평가통지, 봄가을에는 직접 상담통지), 교육과정 재구성하기(주기집중수업, 활동과 체험중심의 교과통합수업, 주제통합 수업, 프로젝트 수업), 교사들의 연구 공동체 운영(동학년 단위 협력수업을 위한 수업협의회, 교사 학습 동아리 상시 운영), 기능 익히기 중심이 아닌 감성을 깨우는 문화예술교육(목공, 조소, 수공예, 창의음악, 네 번의 발표회, 연극제, 음악회), 3학년 수영교육, 6학년 자전거 안전교육, 5학년 교실야영, 6학년 캠프장 캠핑, 5, 6학년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

'**강과 @@산의 정기를 받아'로 되어있는 획일적인 초등학교 교가에서 부르기 쉽고 정다운 교가로, 남녀 따로 매기던 출석번호를 남녀 통틀어서 '가나다' 순으로 매기기,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수업지도안을 실제 수업내용에 알맞게 다양하게 바꾸기, 1회성 보여주기 위주의 수업공개에서 일상수업 중심의 수업공개로, 특별히 그 수업만을 준비해서 쇼처럼 진행하는 공개수업을 오전동안 전체 학교를 열어서 일상의 교육모습을 공개하기(학교 여는 날), 교사 '친목회'를 '두레회'로.

미디어 의존 교육 안하기(클릭 교사 지양), 지필평가 점수와 학습지 의존 교육 줄이기, 어린이 건강에 해를 끼치는 환경오염 물질이 적은 학교와 유해물질이 적은 학습도구 갖추어서 건강한 교육환경 만들기…….
  
위와 같은 내용들은 우리 학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로 논의해서 결정한 것으로서, 우리 학교에서 없앴더니 효과가 있었다고해서 다른 학교에서 논의없이 없애면 안됩니다. 반드시 교사회에서 근거를 대서 제안한 뒤, 찬반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합의해 진행해야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새롭게 시작하는 혁신학교나, 그동안 진행해 온 혁신학교들이 참고하라고, 우리 학교가 없앤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위 내용 중에서 특히 먼저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로 단 것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년 동안 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를 만들어 온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기사와 함께 다시 정리하고 묶어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살림터)'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강명초 교사와 학부모들과 함께 지난 4년동안 운영해온 내용을 엮은 백서 '함께 만들어 가는 강명초 이야기(비매품)'도 발간했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혁신학교, #혁신학교에서없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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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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