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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해고 문제로 주민들과 입주자 대표자들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안양 평촌 A아파트
 경비원 해고 문제로 주민들과 입주자 대표자들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안양 평촌 A아파트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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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해고 문제로 입주자 대표들과 주민들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경비원 해고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 대표자들이 경비원 15명에 대한 해고를 강행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입주자 대표들이 주민들 반대를 무릅쓰고 경비원 해고를 강행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8일, 안양 평촌에 있는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12월 말일부로 계약이 만료되는 경비원 15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 경비원을 뽑기로 결정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건 곧 해고를 의미한다. 근무시간에 졸고 지하실에서 술파티를 하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다.

이에 주민들은 '해고 반대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입주자 대표자들 결정에 집단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들었던 경비원들을 엄동설한에 내몰면서 굳이 새 경비원을 뽑을 이유가 없고,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입주자 대표자들 주장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해고 반대에 서명한 세대는 담당 경비원이 퇴직예정자라 이번 해고와 관련이 없는 한 개동을 제외한 전체 세대의 94%에 이른다. 

경비원 해고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주민 조아무개씨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경비 아저씨들이 일하는 건 우리가 잘 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미안할 정도"라며 "입주자 대표자들 주장은(해고를 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전아무개씨도 "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아빠 엄마 다음에 경비 아저씨"라며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와 전씨는 또한 "진짜 해고 사유가 궁금해서 동 대표에게 전화해도 받지를 않고, 주민들이 회의 하자고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주민 대표자들이) 우리를(주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무척 불쾌하다"고 입을 모았다. 

입주자 대표회의 경비원 감원 결정, 주민 반대에 부딪쳐 취소

주민들과 입주자 대표자들 간 갈등은 입주자 대표자들이 경비원 수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 11월 20일 '새해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 최저 임금을 지급해야 함에 따라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며 '경비원 총 20명 중 11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주민들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주민들은 "경비원을 줄이면 안전·택배보관·외부청소·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져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임금 인상분을 각 세대가 나눠서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경비원을 줄이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감원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감원결정은 취소됐다.

감원결정 취소 직후 입주자 대표회의는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경비원 15명 전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근무태도불량' 등의 이유로 해고한다는 입주자 대표자들 주장을 믿지 않고 있다. 또한 '근무태도불량'으로 해고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민 전아무개씨는 "줄이려다가 안 되니까 곧바로 교체를 강행하는 것이 마치, '너희들이 반대해도 우린 자를 수 (해고할 수) 있어'라며 오기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원한다고 해 놓고는, 이제 와서 (비용 줄이는 것과 관련이 없는) 인원교체(해고)를 강행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진짜 이유를 속 시원히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아무개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돼서 교체를 진행할 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 반대를 무릅쓰고 해고를 강행하는 이유를 묻자 "전화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입주자 대표 김아무개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나이도 너무 많아서 이참에 젊은 사람으로 바꾸려 한다"고 해고 사유를 설명했다.


태그:#아파트 경비원,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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