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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서해5도 어민들의 피해에 대한 정부의 보상과 지원 대책이 답보상태에 놓이자, 인천광역시 옹진군이 나섰다. 옹진군은 내년 예산에 어구 피해 보상금 5억 원을 편성해 지급하기로 했다.

옹진군(군수 조윤길)은 "피해 보상을 신청한 어민들로부터 어구 분실과 훼손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받아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피해액의 약 30%를 보상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옹진군은 어구 구입 내역과 지역 사정에 해박한 어촌계장과 선주협회장 등을 통해 피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옹진군이 파악한 어구 피해액은 12억 4000만 원이다. 보상에 따른 피해 신고가 본격화되면, 피해 신고액이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자칫 서해5도 어민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선주협회장이나 어촌계장이라 해서 다른 어민들의 어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백령면과 대청면의 경우 옹진군의 묵인 속에 불법 통발도 많은 데다 어촌계장과 친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백령면 어선 33척과 대청면 어선 36척이 옹진군에 신고한 피해 어구 747개 틀 가운데 통발이 721개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69척 중 서해5도 어장에서 통발로 조업할 수 있는 어선은 7척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불법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보상금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은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고, 정부는 보상이 힘들다고 하니, 정말 난감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민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옹진군이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보상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도, 보상도 군청이 하나?

옹진군은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어업지도선은 우리 어선들의 어업을 지도하는 배이다. 특히 서해5도 수역은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다 보니, 우리 어선이 조업 중 이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주된 임무로 한다.

그러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단속이 더뎌 일상적으로는 어업지도선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한다. 중국어선 출몰 시 제일 앞에 어업지도선이 나서고, 그 뒤에 해경이 있고, 제일 뒤에 해군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 마련이 답보상태에 있으면서 옹진군이 나서려 하지만, 적은 보상금이 오히려 어민들의 분란을 초래하고 정부 대책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옹진군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만큼, 정확한 보상기준을 마련해야한다"며 "여전히 핵심은 정부가 이 문제의 책임 당사자라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임무 해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떠미는 형국이다. 옹진군이 실시한 보상으로 정부가 할일을 한 것처럼 생색내고, 대책 마련을 미루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방법을 찾는데,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단속도 군청이 하고, 대책 마련도 군청이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내 어선 불법 통발, 신중하게 접근해야

아울러 허 위원장은, 언론보도로 해양수산부가 보상금 지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불법 통발 조업에 사정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백령도에선 '낭장망(조류가 빠른 곳에 설치해 멸치를 잡는 어구) 어업' 허가로 까나리를 잡고, 통발 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연안 복합 어업'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즉, 까나리 조업권을 가진 어민이 통발 어업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연안 복합 어업권을 얻어야 하고, 통발 어업권을 가진 어민이 까나리 조업을 하려면 마찬가지로 까나리 조업권을 얻어야 한다.

문제는 연안 복합 어업권 매입비용이 건당 5000만~6000만 원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서해5도 어민들의 경우 2003년부터 지속된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해 소득이 줄면서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더 이상 수협 대출이 어렵다.

또한 대출을 받아 어업권을 사더라도 이미 어장이 황폐화된 상태에서 그만큼 소득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고, 중국어선이 또 어구를 싹쓸이해 가면 빚만 남는다. 옹진군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에 사실상 통발 어업을 묵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옹진군의회 장정민 의원은 "백령면과 대청면 일대 통발 어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불법 통발이라 하지만 그게 없으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실정이고, 그마저도 중국어선이 올해 싹쓸이해갔다. 정부 차원에서 현지조사를 벌여 10여 년 넘게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제대로 보상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어선 불법조업, #옹진군청,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서해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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