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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환 목사
 문동환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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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해가 다 갔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지록위마'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것으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이다.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연말이 되면 으레 다사다난했다고 하지만 2014년처럼 다사다난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고 문익환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목사는 2014년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해 지난 22일 서울 당산에 있는 문 목사의 자택을 찾았다. 다음은 문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나이가 90이 넘어서 밖에 나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주로 집에 있고 이따금씩 사람들이 찾아오면 만나요. 그리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 어떤 공부요?
"성서를 새롭게 이해해요. 제가 프린스턴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생각이 달라져서 교육학으로 넘어가서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한국에 나와 교육학을 가르치던 중 민주화운동으로 분주해서 성서를 본격적으로 공부 못했거든요.

제가 은퇴하고 미국에 갔어요. 미국에 가서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강대국들이 횡포하고 약자들을 억울하게 수탈 당하는 것을 명확히 봤고 거기서 시작해 성경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그래서 성경이 완전히 새로운 책이 되었어요. 서구 신학자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요, 성서는 밑바닥에서 읽어야 하거든요.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자들을 이해하며 성서를 읽었더니 성서가 새로운 책이 되었어요. 그래서 성서를 읽으며 역사를 봐요. 이후에 <바벨탑과 떠돌이>이란 책을 썼어요."

- 올 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온 국민을 슬픔에 빠졌는데 세월호 참사 어떻게 보셨어요?
"세월호 참사는 권력만 아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보여줬요. 박정희씨가 권력을 잡으며 재벌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재벌들의 힘으로 통치를 했어요. 그래서 한국의 재벌들은 거의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졌죠. 그리고 산업문화가 되면서 '대량 생산 대량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었어요. 마치 물고기가 어항의 물을 마시듯이 산업문화의 가치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많이 소유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경쟁이 심해져요. 돈 벌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안 가려요. 그래서 일본에서 사온 배를 개조해 많이 싣도록 해서 304명이 죽은 거잖아요. 이건 큰일입니다. 인정이 있는 사회라면 이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면 이걸 아파해야 해요.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죠. 그러나 권력은 자기 이익만 생각하잖아요. 때문에 세월호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한국사회가 비참해요."

문동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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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신학적인 얘기지만 사람은 육체와 하나님의 영으로 되어 있어요. 육체는 자기중심적이에요. 그리고 하나님의 영은 생명을 사랑하는 영이에요. 그러나 앞장서는 건 육체예요.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이 이런 비극을 창출해요. 인류 어느사회나 그래요. 때문에 거기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럴 수가 어딨냐?'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거죠. 근원을 육신으로 말하면 탐욕과 권세욕입니다."

-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데 우리의 고질병인 이념 갈등이 일어나서 일간 베스트(일베)라는 사이트의 회원들은 광화문 단식장에 나가 폭식 투쟁을 하고 또 1950년대 사라졌던 서북청년회가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미친 거죠. 동정심이 아예 없고 환장한 놈들이에요. 서북 청년회를 재건한다고 하는데 이승만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자는 거예요. 그때 서북청년회가 돌아가면서 난리를 쳤거든요. 역사가 반전되어 돌아가는 거죠. 그들은 '자해증'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그걸 보고 조금만 양심있는 사람들은 '이럴 수가 있냐'고 해요. 그러나 이것은 권력주의자들의 병폐예요. 박정희씨도 쿠데타 초기엔 심하지 않았어요. 근데 긴급조치 이후에 악화되었거든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깨어나요. 때문에 일베 등은 국민들이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주장해 대북관계에 전진이 있을 것으로 보였는데 그대로였어요.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북한이 망하고 흡수 통일하는 거예요. 그것은 재벌들이 원하는 거예요. 왜냐면 북한이 망할 경우 일 주일내로 북한 땅은 재벌들이 살 거예요. 혼란 속에 정부와 손잡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북한에 지하자원이 굉장하잖아요. 재벌들이 그걸 다 가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눈에는 공산주의자들가 악마처럼 보기 때문에 망해야 한다는 거예요. 논리가 아니라 심정이에요. 이번에 인천아시안게임때 북에서 손을 내밀었는데 거절했잖아요. '통일 대박론'을 말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처럼 할 수가 없어요. 김 대통령에게 들은 얘기인데 박 대통령이 찾아와서 통일의 길이 뭐냐고 물었데요. 그래서 자기가 가진 통일론을 말하니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거짓말한 거죠. 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다 '그때 사람들'이잖아요. 새것이 나올 수가 없죠."

- 문 목사께서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셨는데 현재 그의 딸인 박근혜씨가 대통령을 하고 있잖아요. 보시는 게 젊은 세대와 다를 것 같은데.
"박 대통령은 아버지를 애국자라고 해요. 독재는 했으나 민족을 위해 했다는 건데 민족은 무슨 민족입니까? 박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말은 하지만 혼자예요. 그 뒤에 세력이 있긴 하지만 실력이 없고 그들끼리 싸우잖아요. 이렇게 바벨탑이 망해요. 이제 우리가 잘하면 돼요.

박정희 시절과 다른 건 당시 대학생들은 아직 산업문화에 물들지 않았어요. 민주지향적이었어요. 그러나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이 큰 문제잖아요. 그래서 함부로 행동 못해요. 그래서 유신독재 때처럼 나올지 의문입니다. 더 고생해 봐야 할 거예요."

-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서 해산을 인용했잖아요, 법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드문 사건입니다. 파시즘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던데.
"공포정치를 하면서 완전히 공산주의라는 공포심으로 잡으려고 해요. 미국에서도 2차대전 때 장사꾼들이 무기를 팔아서 부자가 되었어요. 그러나 전쟁이 끝나니 무기를 못 팔잖아요. 그래서 냉전을 강조했어요. 그렇게 억압하니 그동안 식민지였던 남미는 공산주의를 받아들였어요. 그러니 더 공포정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회당과 공산당을 없애 버렸죠. 한국도 공포정치를 만들어서 통합진보당을 없애 버리려는 거예요. 그건 박정희 정책이죠."

- 민주주의는 다양힌 생각을 수용하는 건데 박근혜 정권은 오직 한가지 생각만 하도록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언제나 권력은 독재예요.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싶고 그걸 반대하는 사람은 죽이는 거죠. 역사가 그랬어요. 박정희씨도 자기가 다 한다고 하다가 김재규에게 죽은 거죠."

- 그럼 박 대통령도 아버지 전철을 밟을까요?
"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자녀는 부모의 가치관을 따라가요. 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공주'로 자라서 다른 것을 못 받아들여요. 그리고 전 야당에 기대하지 않아요. 그러나 싸움은 필요하죠. 싸울수록 현 정권의 악마적인 모습이 나올 겁니다. 박정희만 봐도 알 수 있어요. 10·26이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에요. 부마항쟁과 YH무역사건, 그리고 김영삼 의원 제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싸워야죠. 그러나 힘의 노예가 되면 안 돼요. 야당이 힘의 노예가 되는데 그걸 경계해야 해요.

사람들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럼 대화를 해서 하나로 엮어 내야 해요. 야당이 정말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갈라지지 말고 대화를 해서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야 해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청년들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싸우는 동시에 악의 정체를 보고 거부해야 해요. 전 '각'과 '단'이란 말을 써요. 즉, 깨닫고 잘라야 새것을 창출해요. 젊은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에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인사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고생하시냐고 묻고 싶어요. 앞으로 고생이 더 심해질 거예요. 전 좋은 아파트에 살아서 죄송한 마음이에요. 제가 조금만 젊다면 다 버리고 뭐라도 하고 싶어요. 국민이 더 고생할 것이 훤히 보입니다. 노인층이 정부에서 돈 좀 준다고 지지한다는데 고생을 더 해 봐야 해요.

한국은 촛불 시위하잖아요. 평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거죠. 해외는 데모라면 '몽둥이'입니다. 한국에서 촛불을 드는 건 평화적이고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것이 계속 일어나야 하고 일어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동환, #2014년, #세월호, #통일대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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