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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때가 아닌데, 입춘(入春) 이제 지났으니까 우수(雨水) 지나고 3월에 와."

"네, 양파와 마늘이 잘 올라왔네요. 언제쯤 수확해요."

"날씨가 더워져야지. 입하(入夏) 지나고 한달 쯤 지나면 잎이 고꾸라져(시든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들뜬 마음에 봄이 왔다는 입춘이 되었으니 농사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밭을 빌려준 농민을 찾아갔었다. 아직 때가 안 되었다는 그는 '24절기'와 농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줬다.

 

우주와 자연의 시간속으로

 

겨울잠에 들어갔던 동물과 식물은 어떻게 봄기운을 느끼고 깨어나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졌던 생명 활동의 신비에는 24절기(節氣)라는 자연의 시간이 있다. 우주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서 절기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주위를 도는 공전에 의해서 절기는 만들어졌다.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태양이 별자리 사이를 이동하는 길)라고 하는데, 지구가 태양주위를 한바퀴(360도) 돌고 오면 24개의 절기가 만들어진다. 태양이 동쪽에 위치하는 0도에서 춘분(春分)절기가 시작되어, 15도씩 태양의 위치가 바뀌는 순서에 따라서 24절기는 만들어졌다.

 

북극과 남극을 직선으로 연결한 지구의 중심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다. 지구본이 직각으로 똑바로 세워져 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것도 같은 이유다. 지구는 태양주위를 공전하면서 하루에 한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전을 하고 있다. 낮과 밤이 교차되는 자전과 계절이 바뀌는 공전을 통해서 지구의 생태계는 순환된다.

 

 

여섯 개의 절기가 하나의 계절을 이루다

 

지난 22일은 동지(冬至)절기로 태양이 지구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빛이 가장 적게 들어와 날씨가 춥고 밤이 가장 길다. 반대로 하지(夏至)절기에는 태양이 지구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태양빛을 가장 많이 받게 되어 점차 더워지고 낮이 가장 길다.

 

동지를 지나면서 점차 밤이 짧아지고 낮은 길어진다. 그렇지만 동지를 지나도 여전히 밤은 길게 느껴진다. 절기의 변화를 조금씩 천천히 느끼는 것은 지구의 복사열 때문이다. 입춘(入春)에도 여전히 매서운 추위가 남아있고, 입추(入秋)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여름에 태양이 지고 난 뒤에도 밤에 더위를 느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한낮에 지면에 달궈진 열이 방출되면서 서서히 식는것처럼, 우주에서 시작된 절기를 지구에서는 뒤늦게 그 변화를 느낄 수 밖에 없다.

 

24절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 여섯 개 씩의 절기가 있으며 앞뒤 절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入春) 다음의 우수(雨水)절기에는 비가 내리고 얼었던 땅이 풀리기 시작한다. 경칩(驚蟄)에는 잠들어 있는 대지의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천천히 깨어난다.

 

춘분(春分)에 이르러 봄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청명(淸明)에 이르면 봄의 기운을 완연하게 느낄수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지만, 겨울추위가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다. 곡우(穀雨)즈음에 농사를 돕는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늦서리가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입춘에서 곡우까지 여섯 개의 절기가 봄을 이룬다.

 

봄농사는 천천히, 가을농사는 늦지 않아야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入夏)절기에 이르면 농번기가 시작되어 농사일이 많아진다.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까지 온갖 채소와 곡식을 파종할 수 있다. 네 개의 절기에 걸쳐서 서두르지 않고, 봄 농사를 천천히 지을수 있는 절기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서둘러서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준비를 해도 된다.

 

장마가 끝나고 소서(小暑), 대서(大暑)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작물이 가장 힘들어 할 때가 이때쯤이며, 병충해의 활동이 가장 많은 절기로서 충분히 대비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입추(立秋)절기는 아직 가을을 느낄 수 없는 늦더위가 남아있다. 처서(處暑)와 백로(白露)를 지나야 가을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본격적인 가을 농사를 시작할 때다. 봄 농사는 여유를 갖고 한다면, 가을 농사는 늦지 않아야 한다. 뒤로 갈수록 서서히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추분(秋分)과 찬이슬이 내리는 한로(寒露)와 아침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지는 상강(霜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입동(立冬)에 들어서면 제법 찬기운이 느껴진다. 들녘은 푸른빛을 잃고 점차 잿빛으로 물들으며 황량한 바람이 불어온다. 밀, 보리의 곡식이나 마늘, 양파는 상강 무렵부터 입동 전에 파종을 해야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뿌리활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소설(小雪)무렵에는 된서리와 예상치 못한 추위가 올 수도 있으므로, 작물을 거둬들이는 갈무리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 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잔사(작물의 줄기나 잎)와 마른풀을 모아서 퇴비더미를 만들어두기도 한다. 배수와 통풍이 안 좋은 흙은 뒤집는 밭갈이를 해주면, 겨울 동안에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봄이 되면 부슬부슬한 고운 흙이 된다.

 

대설(大雪)과 동지(冬至)절기에는 눈이 자주 내리고 강추위가 시작된다. '소한(小寒)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갔다가 얼어죽었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소한과 대한 절기가 가장 춥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기를 이해하면 자연이 보인다

 

24절기의 뜻을 이해하면 절기가 위치하고 있는 계절과 자연의 순환을 느낄수 있다. 기(基),입(立),교(交),극(極) 4개의 절기로 나눠보면 24절기에 대한 원리와 이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기(基)절기는 사계절의 기본이 되는 절기로 지구를 상징하는 둥근 원을 그려놓고, 十자 선을 그어보자. 오른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절기가 되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즉 춘하추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立)절기는 기(基)의 十자 사이에 X자 선을 그어보자. 계절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 자리하고 있다. 8개 절기의 이름과 위치가 쉽게 이해되었을 것이다.

 

교(交)는 계절이 교차되는 절기로 입(立)절기의 아래에 2개씩 위치하게 된다. 우수, 경칩, 소만, 망종, 처서, 백로, 소설, 대설 절기가 위치하고 있다.

 

극(極)은 계절의 절정을 보여주는 절기로 기(基)절기의 아래에 2개씩 위치하게 된다. 청명, 곡우, 소서, 대서, 한로, 상강, 소한, 대한 절기가 위치한다. 너무 쉽게 이해되지 않는가?

 

24절기는 음력을 쓰는 농경사회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었지만, 태양의 운동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양력이다. 24절기는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온다. 월초에 돌아오는 것이 절(節)이 되고, 월중에 돌아오는 것이 기(氣)의 절기가 된다. 절기는 15일의 차이를 두고 바뀐다.


태그:#24절기, #입춘, #지구, #태양력, #경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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