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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영국의 보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06년 탈북한 것으로 알려진 지성호씨가 지난 12월 11일 런던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공청회에서 북한이 일부 집권층 자제를 제외한 나머지 장애인들을 전담 수용소에 격리시킨 뒤 화학실험 대상으로 삼는 등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지씨는 "북한 병원들은 장애아가 태어날 경우 곧바로 어디론가 끌고 간다"며 "김정은 정권은<북한 인민은 모두 평등하고 잘 살고 있다>고 홍보하기 위해 일부 고위층 자제를 제외한 모든 장애인들을 죽이거나 격리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2000년에 탈북한 임천용씨도 "1984년 양강도에 있는 장애인 전담 수용소에서 어린 장애아들과 성인 장애인들이 탄저균 등 각종 화학무기 실험 대상으로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탈북자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림주성 선수도 북한이 대외 홍보 차원에서 엄선한 고위층 자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장애인 중에서 고위층의 자제만 보호하고 나머지 모든 장애인을 죽이거나 격리 수용하고 있다는 이들 탈북자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4년 12월 9일 한국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북한 장애인 단체와의 교류협력사업에 적극적이었던 사단법인<푸른나무를 제12회 <민족화해상>수상자로 선정했다.

푸른나무는 2010년 조선장애자보호연맹과 협약을 체결한 이후, 북한 전역의 장애인 특수학교(농아학교 8곳, 맹학교 3곳) 11곳과 장애인 편의시설, 장애인 체육협회, 예술단 등을 지원했던 단체로 사단법인 푸른나무가 지원한 북한의 11개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900여 명이라고 한다.

2012년 한국의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은 약 6000명이고 이 중 약 2500명이 북한의 장애인 특수학교처럼 분리교육을 받고 있다. 북한 인구가 한국의 절반가량이므로 분리교육을 받는 장애인 비율은 남북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탈북자의 주장처럼 일부 집권층 자제들만 모아두었다고 보기에는 900명은 너무 많은 숫자다.

지난 2007년 발표된 특수교육학연구 제42권 제3호에 실린 <북한의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시각장애학생과 청각장애학생에 대해서 <특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일반교육과정에 통합되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장애학생이 있으며 이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탈북자 A씨는 SNS를 통해 이들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들의(런던에서 발표한 탈북자를 지칭) 주장은 거짓이거나 매우 과장된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사는 동네에도 벙어리와 귀머거리, 절음발이, 꼽새, 지체장애자 등 장애인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 교육이나 장애인 복지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최근 들어서야 장애인 체육에 힘을 쏟는 등 지난 기간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탈북자들의 근거 없는 "장애인 말살"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 이런 주장은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대결만 불러올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북한전문통신NK투데이 nktoday.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탈북자, #북한, #북한장애인, #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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