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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 그 답만을 듣기 원하는 사람에게 그 답 이외의 대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라도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지치고 지친 나머지 원하는 대답을 주면 귀찮음과 괴로움은 끝난다.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래서 그 이외의 다른 답은 구할 생각도, 구할 노력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만약 정해진 그 답이 옳은 답이 아니라 틀린 답이었을 경우, 틀린 답에 의해 이루어진 생각과 행동이라면 그 결과 또한 참담하다.

그는 유괴 강간 살인범이다. 아이의 바지를 내리고 있었고, 아이의 입에 뽀뽀를 하고 있었다. 딱 봐도 그는 아동 강간범이다. 아이가 죽었으니 그는 살인범이다. 이미 답은 정해졌다. 그가 유괴 강간 살인범이라는 답은 정해졌다. 바지를 벗긴 이유는 혈액 순환을 위해서이고, 뽀뽀가 아니라 인공호흡이라고 해도, 목을 조르지 않았다고 해도,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몸은 흔든 것이라고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강간범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천만 영화 중 하나인 <7번방의 선물> DVD를 샀다. 운이 좋게 초회 한정판을 살 수 있었다. 몇 번을 봤다.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2014년 12월 19일, 헌번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쭉쭉 진행되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보며, 이미 통합진보당에 대한 어떤 답을 정해놓고, 이후의 모든 절차는 그 정해진 답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내심 기대를 했다. 민주주의인 이 나라에서 정당의 해산은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래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저절로 해산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다. 이미 통합진보당에 대해 답을 내려 놓고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한들 그 외침이 들릴 리 없다.

통합진보당의 그 무엇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잘 모른다. 통합진보당의 행동 무엇이 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는지도 모른다. 통합진보당이 진짜 안 좋은 당이면 국민이 판단하게 놔 둬야 했다. 통합진보당의 공약이 마음에 안 들면, 그 당의 후보자가 마음에 안 들면, 더 좋은 후보자가 있으면, 그 당을 안 찍으면 될 뿐이다. 국민으로 하여금 그 당이 진짜 위험한지 아닌지 판단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답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대신 답을 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가 범인이라는, 이미 나온 결론에 따라 이루어지는 과정은 얼마나 답답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그 과정으로 나온 결론은 얼마나 참담한가. 그의 무죄가 밝혀진다해도 이미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데.

지금 하나의 희망은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처럼 진실은 그대로 묻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질 희망은 그거 하나뿐이다. 그 희망마저 없다면 너무 슬플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7번방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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