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이사회'라는 비난을 들었던 KB금융 사외이사의 권한이 앞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선출했지만, 앞으로는 주주대표를 포함시켜 투명성이 강화될 예정이다. 또 기존의 교수 중심에서 탈피해 은행 경영, 법률, 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이사진들로 구성할 방침이다.
17일, KB금융그룹(윤종규 회장)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까지 세부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우선 개선안을 살펴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 사외이사 외부 평가 정례화 등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오는 2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KB금융이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이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내년 3월 전원 사퇴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위해 사외이사 물갈이를 요구해왔다.
KB금융 계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KB 사외이사 전원사퇴와 지배구조 개선안 등 우리도 금융당국의 체면을 살려줬다, (금융위원회가) LIG손해보험 인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개선안에 나온대로 윤종규 회장이 다양한 직군의 괜찮은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위원회, 회장 선출뿐 아니라 등기이사 선임에도 관여우선 이날 발표한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안'을 보면 앞으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 현직 CEO가 참여키로 했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진행돼 온 CEO 승계 프로그램을 앞으로는 현직 CEO와 '지배구조위원회'(가칭)가 주도해 후계자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는 회장후보추천위원 구성에 주주대표 등을 포함시켜 주주대표성을 확보하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배구조위원회는 등기이사의 선임에도 관여하게 된다. 다만 비등기 주요 집행임원은 그룹 CEO가 선임하고 추후 지배구조위원회나 이사회에 보고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CEO의 집행임원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교수 중심의 사외이사에서 벗어나 은행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 직능을 포함한 분야별 후보 풀을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사외이사 평가시 내부직원 평가를 확대 운영하고 외부평가를 정례화하는 등 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할 계획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완전 자회사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거나 3인의 사외이사만을 둬 그룹을 지주사 중심으로 관리·감독하는 일원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을 제외하고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지주사 사외이사가 계열사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에 대한 개선안도 마련됐다. 계열사별로 발생 가능한 금융사고를 그룹 차원에서 억제하기 위해 지주사 내의 감사 및 내부통제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특히 KB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은행의 경우 내부감사만 수행하고 있었지만, 올해 3월과 8월 지주사의 감사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가이드라인 이행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고객정보번호 사용을 활성화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용 PC 본인인증을 위한 일회용 비밀번호(OTP) 사용, 주요 업무시설 출입시 스마트폰 촬영방지시스템 구축 등 보안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윤 회장은 "그간 KB금융을 둘러싸고 발생한 불미스런 일들을 통해 KB금융 전 임직원은 통렬한 반성과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철저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