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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고위승려들과의 식사 후 김희옥 총장의 돌연 후보 사퇴. 학교법인 동국대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비춰진 서울 코리아나호텔 일식당 회동에서 오간 말들을 참석자인 정련 스님(동국대 이사장)이 털어 놓았다.

이사 미산 스님이 외압이라 불리는 당시 상황을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진행된 발언이다. 호성 스님은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지난 일을 갖고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은 괴롭더라도 지난 것을 새삼스럽게 논할 것 없다"고 막았지만 정련 스님은 말을 꺼냈다.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은 "이사장이 된 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종단과 늘 뜻을 함께 해 왔다. 총장 연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됐었다. 11일 회동은 연임축하 자리인줄 알았다"고 했다.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은 "이사장이 된 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종단과 늘 뜻을 함께 해 왔다. 총장 연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됐었다. 11일 회동은 연임축하 자리인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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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하며 종단과 늘 뜻 같이 했지만"

정련 스님은 16일 동국대 교내에서 열린 제287차 이사회에서 "이번에 모교에 160억 예산이 통과됐다. 홍영표 등 동국대 출신 국회의원 5명이 이번 이사회 방청을 3번이나 요구했지만 사양했다"고 했다.

스님은 "이사장 임기가 두어 달 남았다. 능력이 부족한 나를 이사스님들이 도와줘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이사장이 된 후 종립학교로서 학교일이 종단일, 종단일이 학교일인 것처럼 종단과 뜻이 같음을 확인해 왔다. 약대 유치에 총무원장과 한목소리 낸 것이 본보기"라고 했다.

스님은 "이사장으로서 나 혼자 결정하지 않고 종단과 항상 뜻을 같이 해왔다"고 했다. "내가 선거에 개입할 입장은 아니었다. 연임은 김 총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총장도 임기관련해서 종단에 이야기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12월 4일 열린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선거 하루 전인 3일에도 총추위 회의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 받았고, "원만하게 끝나 다행이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스님은 "11일 회동은 총추위(에서 김 총장이) 잘해서 덕담하는 자리려니 했다. 갔는데 스님들이 여럿 있었다. 개인적으로 연임 축하하는 자리인줄 알았다"고 했다.

다음은 정련 스님이 전한 11일 회동의 전모

(총무원장스님이) 김희옥 총장 면전에 하는 말씀이 "종립학교 108년 동안 스님총장은 지관 스님 이후 없었다. 보광 스님이 훌륭해 이번에는 총장님이 쉬시고 보광 스님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나는 "이것은 좀 문제다. 종단의 뜻이 이렇다면 총추위가 열리기 전에 이야기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인데, (후보까지 정해진)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항의했다.

(총무원장스님이) 다른 스님들에게 "한 말씀씩 하라"고 했다. 모 스님이 "스님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나는 재차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타이밍이 안맞다"고 했다.

(총무원장스님이) "총장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라"고 하니, (김 총장은) "종단의 뜻이 그렇다면… 그런데 학교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많습니다. 어쨌든 스님들 종단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내 심정은 한 달 전에만 이야기했어도 깨끗하게 김 총장을 보내고 새 총장을 모실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가 싶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고 끝날 때까지 밖에 이야기하지 말고 둘만 알고 있자고 총장에게 말했다.

김 총장과 같은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총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돌아와 총장과 같이 차를 한잔 하면서 "종단 뜻이 그렇다고 하니 총장님이 오늘밤 생각하시고 결정하시라"고 했다. 총장은 일어서 나가는데 잘 걷지도 못했다.

(회동에 배석했던) 일면 스님이 미리 알려줬다면 그 자리에 안가고 다른 방식으로 뜻을 전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총장은 내게 "자의로 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나를 앞에 두고) 말하니 (총장을) 더 하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더한다고 해도 되지도 않을 테니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희옥 총장은 감사원장으로 정부에서 오라는데도 (학교를 위해) 가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계실 때 학교에서 3번이나 찾아가 총장으로 모셨던 분이다. 365일 정각원 예불 등 거르지 않은 신심 깊은 분이었는데, 이렇게 보내게 돼 안타깝다. 매끄럽지 못한 절차로 문제가 돼 이사스님들에게 죄송하다.

성타 스님 "임기 마치시는 것이니 불명예 아냐"

스님이사들은 정련 스님의 발언 후에도 총장 선출의 건 강행을 종용했다.

성타 스님은 "아쉽지만 이런 상황을 오래 끄는 것은 옳지 않다. 김 총장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위해서라도 후임 총장을 속히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임기를 마치고 나가는 것이니 김 총장에게 불명예도 아니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임기 4년 마쳤다고 명예스러운 것이냐. 예우를 한다면 적어도 이번만큼은 총장선출을 미뤄야 한다. 조계종에만 들어가면 모두 죽어서 나오냐는 비판이 빗발친다"고 맞섰다. 

일면 스님은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그런 자리인줄 몰랐다. 그러나 김 총장이 후보사퇴를 않고 오늘 이사회 투표에서 떨어졌다면 더 큰 망신이었을 것이다. 외압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뜻을 전하다 보니 생긴 것이다. 모두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타 스님은 "그 자리는 후보사퇴 압박이 아니라 종단 흐름을 설명하는 자리"라고 했다.


태그:#동국대, #조계종, #이사회, #총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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