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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 보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고작 '밥' 한 끼 먹는 것이 '예능'이 된다고?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다. 나영석 예능스타 PD가 연출을 맡았다고 했지만, 어디 하나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첫 방송이 방영된 그날도 그랬다. 앞서 소개된 말처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첫 시청률은 평균 4.6%, 케이블 프로그램 중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은 매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프로그램이 성공적이라는 증거다. 현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에 비하면 매우 평범하지만, 분명 삼시세끼만의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큐'다.

예능, 다큐를 탐하다

예능 프로그램(이하 예능)의 사전적 의미는 음악·오락·쇼 프로그램 등 TV매체를 통해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에 반해 다큐멘터리(이하 다큐)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를 허구성 없이 전개에 따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특히 다큐는 교양 프로그램의 하위 장르에 포함되며 즐거움의 요소보다 정보 획득의 측면이나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다. 이처럼 두 장르의 특성을 살펴보았을 때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장르 자체만의 차이를 바라보기 이전에 예능이든 다큐 혹은 뉴스이든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사람의 기본적 사고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대한민국 예능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다큐예능'이다. 여전히 '즐거움'을 준다는 기본적 속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사람의 이야기·자연의 모습 등을 프로그램 속에 혼재시킨다. 이를 통해 사람 다큐의 큰 특징인 '감동'을 예능 장르의 한 요소로 가져온다.

예를 들어 MC들이 운동을 하거나 극한의 상황에서 겪는 과도기를 프로그램 전반에 그려내면서, 그 속의 웃음이나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시청자가 사람이고, 사람이 느끼는 재미와 감동 등 기본적 감정 요소를 프로그램의 기초로 바라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다큐예능이 하나의 장르로 떠오를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무한도전>이 김태호 PD의 연출 아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매해 새로운 도전을 해냄에 있어서 그려지는 웃음과 눈물이 시청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KBS·SBS 지상파가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도전, 위기, 극복 이라는 기본적인 전개구조를 예능에 담은 것이다. 현재 <우리동네 예체능, KBS>와 <정글의 법칙, SBS> 등이 대표적이다.

<삼시세끼>의 다큐예능은 '소소'하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앞에서 언급된 다큐예능과는 달랐다. '도전'이라는 극적인 요소가 없이 '일상'이라는 다큐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지난 11월 14일에 방영된 삼시세끼 5회(게스트 류승수)는 '여기는 어디일까요?'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촬영 당일 비가 내린다. 냇가, 절구통, 천막, 지붕위로 떨어지며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비를 약 2분가량 담아낸다. 예능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도 혼재시켜, 진중한 분위기가 묻어 나오게끔 연출한다. 지금껏 예능에서 흔히 접하는 촬영장과 다르게 '시골'이라는 차이점을 강조해 시청자에게 익숙하지만, 방송에서는 새롭게 느끼도록 활용한 것이다. 또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의 형태를 활용하면서 예능 <삼시세끼>만의 특별함이 느껴지도록 만든다.

다음은 지난 11월 29일에 방영된 7회에서 게스트 손호준이 수수밭에서 낫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손호준은 첫 날 답지 않게 능숙한 낫질을 선보였고 묵묵히 수수를 벤다. 이를 까만 장면에 소리만을 통해 앞서 남성 게스트들의 낫질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손호준은 수수를 잡는 법부터 가벼운 낫 놀림 특징 등을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묵묵히 일하는 '농부'의 이미지를 전이시킨다.

그 외에도 주요 MC인 이서진과 옥택연을 제외하고 그들이 키우는 강이지 '밍키'와 염소인 '잭슨'을 프로그램 틈틈이 출연시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순히 웃기는 장면을 연출해 재미 요소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스토리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러운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예능의 기본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제작진(나 PD)-이서진(출연자) 사이에서 고기를 빌려주고 수수로 돌려받는 권련 구조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큰 이항대립의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서도,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와의 새로운 이항대립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3화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김광규와 이서진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두 인물을 잡는 촬영 앵글의 차이에서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서진은 아래의 앵글로 촬영함으로써 권력의 무게를 실어준 반면, 김광규는 위에서 내려 촬영함으로써 좀 더 불쌍하게 비치도록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기본적이 예능의 요소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삼시세끼>는 기본적 예능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담는다. 또한 촬영 소재, MC와 게스트, 가축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도전'이라는 다큐예능의 관습적 틀과는 달리 '일상'을 강조한 다큐예능을 선보인다. 즉, 이러한 <삼시세끼>만의 소소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새로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예능스타PD 나영석, CJ를 만나다

<삼시세끼>가 현재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데는 나영석 PD의 힘이 크다. CJ E&M으로 이적하기 전, KBS 지상파 <1박2일>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며 예능계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프로그램 성공 여부의 기준을 시청률보다 '연출법'에 두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그의 연출에 중점은 '사람'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재미의 요소가 각 MC의 역량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경우, 대표 MC가 누가 될 것인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나 PD가 연출했던 <1박 2일>의 경우 기존의 예능과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다. 물론 강호동이 중심 MC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1박 2일> MC들이 가장 크게 중점을 둔 것은 조력자 역할이었다. 자신들 외에 출연하는 시민들이나 제작진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예능적 요소를 방송에서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방송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특징이었다.

이러한 나 PD표 콘텐츠는 CJ E&M을 만나면서 더욱 탄탄해졌다. CJ E&M의 좋은 제작환경이 '나 PD 표'라는 의미를 더욱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담은 예능을 추구하고자, 예능 전문 MC가 등장하는 관습화된 예능의 틀을 가장 먼저 벗어던졌다. 특히 이전 흥행성공 대표작이었던 <꽃보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예능 전문 MC가 없음에도 출연자들 삶의 이야기와 여행 곳곳의 모습들만으로 예능을 이끌어 갔다.

또 <삼시세끼>를 통해서는 농부의 삶, 시골의 소박한 삶, 그 속에 가축동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예능이라는 틀 안에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다큐예능의 장을 열고 있다. '사람'을 닮은 나영석 PD표 예능이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최근에 가만히 보면 예능이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래 있던 기본 장르와 오히려 유사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앞으로 연예인보다 일반인이 주요 출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짝>(SBS) 같은 프로그램처럼.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갖는 무게가 있다. 그것만 잘 포착하면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볼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니 딱 <인간극장>이더라.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프로인 거다. '아, 먼 길을 돌아서 원형으로 가는구나' 이런 이야기를 우리끼리 자주 한다." - 2014년 9월 27일 자 <시사인> 인터뷰 기사 중에서

나영석 PD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장르라는 것이 그저 정해진 그 틀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돌도 돈다는 의미다. 언어학의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의 관계에 있어, 소통 구조인 랑그에만 얽매여 개인적 언어의 스타일인 파롤을 무시한다면 개개인의 특수성이 무시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방송장르도 마찬가지다. 관습화된 장르에만 얽매지 말고 각 콘텐츠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면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고 꾸준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나영석 PD표 다큐예능이 콘텐츠 원형 자체에 대한 고민 없이 성공된 예능 포맷만을 쫓아가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귀감이 되길 바라본다.


태그:#나피디,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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