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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TV북조선' 혹은 '북조선일보'라는 표현이 쓰인다. 북한 방송 <조선중앙TV>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TV조선>에서 워낙 북한 관련 소식을 많이 다루다 보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북한 관련 소식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북한 관련 사안과 관련해 보도 문제가 불거진 일이 있다. 지난 몇 주간, TV조선 등 다수 매체가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의 토크 콘서트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이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경험담이 찬양으로 왜곡되는 불편한 진실

이에 대해 신은미씨는 "'북녘에 흐르는 물줄기가 깨끗하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었다', '새 지도자가 나타났으니 변화가 있을 거라고 북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더라'는 말이 어떻게 북한을 고무, 찬양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라고 말하며, 보수언론의 '종북 몰이'를 반박했다.

신은미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차례 북한을 방문한 뒤, <오마이뉴스>에 23회에 걸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이름의 기사를 게시했다. 이후 연재한 글을 모아 같은 제목의 책을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아 펴냈다. 현재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려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19일부터 12월 11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토크 콘서트가 계획되어 있었다.

여러 보수 언론들은 A군의 사제폭발물 테러가 있기 직전까지, <오마이뉴스> 게시 기사 및 토크 콘서트에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여전히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부대변인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 사회에서 완전히 몰아내려 시도 중이다. A군의 테러에 대한 물타기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비판이 진정 합당한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부 기사 내용만을 인용하여 종편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두 사람을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국회 정론관에서 있었던 탈북자들의 발언을 적극 인용하여 보도하며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시도했다.

종편, 문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몇몇 발언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황선 전 부대변인이 북한 수용소를 "북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하면 '교화소'인데, 교화소를 탈출한 사람이 굉장히 많잖아요. 약간 자유롭고 열려져 있는 공간 같다"고 했던 발언을 살펴보자. 이에 대해 탈북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단순히 이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지만, 두 사람에 대한 과도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도록 일부 언론들이 조장하는 형국이다. 특히 두 사람을 분리해서 봤을 때 이 문제는 더 잘 드러난다. 신은미씨가 게시한 기사는 중립적 시각에서 북한 관광 경험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 신씨의 글은 매 순간의 감정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은 신은미씨의 발언을 일부만 인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왜곡하여 보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사람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해 기대감에 차있어 보였다는 신은미씨의 발언을 김정은에 대한 지지나 옹호 발언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오류다.

신씨의 기사를 전체적으로 검토해보면 그런 의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오마이뉴스> 기사 중 "북한 군대 열병식, 직접 가서 보니 소름 끼쳤다"의 기사나, 북한의 일부 계층의 충성심이 세뇌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 하는 등의 태도를 보면 북한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어느 정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은미씨의 편향은 지적하며 자신들의 편향은 무시하는 <조선>

물론, 신은미씨의 기행문에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씨와 그 남편의 북한 여행은 북한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층민의 생활을 본 것이 아니라 평양 등 일부 제한된 구역에서 북한 정부가 파견한 인물과 동행한 여행이었다. 그렇기에 신 씨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잘 정비된 시가지나 일부 관광∙명승지로 제한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북한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드러내려 시도한 것처럼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남북이 상호 비방에만 몰두하여 평화의 중요성을 점차 망각해가는 상황에서, 신씨의 기행문은 북한 사람들이 마냥 '뿔 난 괴물들'이 아님을 말하는게 목적이었다. 인간애적∙동포애적 태도로 북한의 모습을 직접 보고 기술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런 측면은 완전히 무시되고, 북한의 모습 중 일부에 대해 긍정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종북' 취급 당하고 있다.

신은미씨 기사나 토크 콘서트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내기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으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TV조선>은 마치 신은미 씨가 북한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어버이수령님'을 찬양하는 태도를 지닌 듯한 논조로 "北, '신은미 가슴속 조국은 어버이수령님이란 신념'"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그러나 실제 신은미 씨는 그러한 발언을 한 일이 없다. 기사에는 "북한은 지난 4월, 신은미씨의 순회강연을 대남 선전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종북 토크쇼 논란을 불러온 신은미씨의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 매체는 이들을 연일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라며 실제로 신은미 씨의 의도와 무관하게 북한에서 보도했음을 기사의 마지막에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의 내용은 강조하지 않은 채, 마치 신은미씨가 직접 "가슴속 조국은 어버이수령님이란 신념"이라고 말을 했거나, 실제로 그런 태도를 지닌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A군은 테러 당시,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겁니까"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신은미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일부 보수매체와 종편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줬다. 지상낙원의 '지'도 꺼내지 않은 신은미씨는 북한을 찬양한 사람으로 매도됐다.

언론의 신은미씨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이중적이다. 신은미 씨는 현재 논란이 이는 보도로 제 20회 통일언론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정부도 기존에는 신은미씨의 남북 교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도서로 선정하여 전국 도서관에 신은미씨의 책을 보급하고, 통일부의 홍보 영상에도 출연시켰던 것이 정부다. 그런데 뒤늦게 태도를 바꿔 '신은미 때리기'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서서 "종북 콘서트"라고 정의를 내려버렸다.

<TV조선>에 묻고 싶다. 전문 기자도 아닌, 평범한 아줌마의 글이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하는 그 방송사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 정도로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한가. 'TV북조선' 이름에 걸맞게 북한 관련 뉴스를 쏟아내는 한편, 그 내용 역시 부정적 내용 일색이었던 그들이 누구의 편향성을 지적하는가.

언론 활동은 정론직필을 내걸고 사회에 필요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기를 바란다.

'종북몰이'에 앞장서면서도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남선전언론의 보도를 열심히 인용하는 이들의 모습은 상당히 이중적이며 우스꽝스런 모양새다. 따져 보자. 북한 관련 보도를 제일 많이 내보내고, 북한 고위층의 모습을 제일 장시간 전파에 담는 이들은 누구인가. 누가 진짜 '종북'인가. <TV조선>은 'TV북조선'이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그:#신은미, #TV조선, #조선일보,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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