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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병 외출.외박시 외지로 나가는 비율이 68%를 보였다.
 군장병 외출.외박시 외지로 나가는 비율이 68%를 보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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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장병 68%가 외출·외박 시 춘천이나 서울 등지로 나간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난 12월 12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산양2리 마을회관. 참석한 30여 명의 상인들은 일제히 나를 주목했다. '다들 의아한 표정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럴 수 있겠다'라는 표정이었다.

군인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자

"장사 잘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해줄 만한 강사를 구할 수 없을까?"
"뭘 멀리서 찾아요. 내가 하면 되잖아."

10여 일 전, 이영승 상서면장은 산양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친절 등 마인드 개선을 위한 강좌를 제안했다. '내가 하겠다'는 말에 면장은 '뭔 엉뚱한 대답이냐'며 쳐다봤다.

"실은 얼마 전에 군 장병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거든요. 군인들에게 지역주민이나 상인들에 대한 불만이 뭔지 물었었는데, 그 내용을 상인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접경지역 공통문제인 들쑥날쑥한 숙박요금이 지적됐다. 철원을 비롯한 인제군, 양구군 등 군부대에 인접한 지역의 공통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인 자치단체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 탓이다.

평일엔 파리만 날리던 숙박업소는 주말만 되면 장병들을 면회 온 가족·친지를 비롯한 외출나온 장병들로 활기가 넘친다. 그러니 상인들은 평일의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평일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숙박요금을 요구한다. 3만 원하던 요금을 8만 원까지 받는 업소도 있다. 주말에만 발생하는 수요 과잉.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이에 대한 장병들의 불만이 팽배해지자 군부대는 (장병들 외출·외박 시 나갈 수 있는 범위인) 위수지역 제도의 변화를 꾀했다. 부대 인근 마을 개념이 아닌 일정 시간을 정해 비상시 귀대할 수 있는 범위로 바꾼 거다. 그러다 보니 화천 지역에서 주말에 활기가 넘치던 현상이 사라졌다.

초저녁 화천읍내. 평일 풍경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기 까지 하다.
 초저녁 화천읍내. 평일 풍경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기 까지 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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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에서 무슨 지원이라도 해 주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해결방안으로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이 숙박업주 간담회였다. "(주말요금 차별화로 인해) 지역 이미지까지 망가지는 원인이 된다. "적정한 요금과 친절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에 참석한 숙박업 대표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손님들이 있어야 친절이고 뭐고 할 게 아니냐'는 거다.

"1박에 50만 원을 받든, 100만 원을 받든 상관하지 않겠다. 결정은 소비자들이 하는 거니까, 그러나 표시한 가격 외에 올려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결국 '(군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숙박업소 사이트에 가격과 시설정보를 올리고 (올려놓은 가격) 그 이상 받으면 안 된다'는 전제를 붙였다. 음식, 숙박업소 페이지에 '친절업소'와 '불친절 업소' 메뉴를 신설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로 어수선한 간담회를 마쳤다. 

친절한 업소나 불친절한 업소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낀 그대로를 가감 없이 올리도록 하자는 말이다. 잘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군수가 인증한 '친절업소' 간판을 붙인다는 조건과 불친절 또는 친절게시물에 대한 사실 확인과 검증을 거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

설문조사서. 성실하게 답변한 장병들에게 감사 드린다.
 설문조사서. 성실하게 답변한 장병들에게 감사 드린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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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계획했던 것은 군 장병에 대한 설문조사다. 화천지역에 위치한 3개 사단이 그 대상이었다. 사단별로 100명의 병사를 무작위로 선정했다. 질문항목은 외출·외박시 머무는 지역, (외지로 나갈 경우) 외지로 나가는 이유,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 화천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 외출·외박시 사용하는 금액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외출·외박시 머무는 지역 즉, 어디까지 나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3개 사단은 상이한 답을 냈다.

○○사단, △△사단, 2개 부대 병사들 100%가 '화천에 머문다'라고 답한 반면 ◇◇사단은 비교적 현실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 및 △△사단에서는 설문조사 전 병사들에게 이 항목에 대한 (화천이라고 답하라는) 사전교육이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문항에 대해서는 두 개 사단을 제외한 한 개 사단 병사들의 답변을 표본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분석 결과는 우려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응답자 중 58%가 춘천이라고 답했고, 10%는 서울 또는 그 외 지역을 꼽았다. 계급별 분석에선 병장, 상병 등 고참병일수록 외지로 나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지로 나간다는 병사를 대상으로 한) 그 이유를 묻는 항목엔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부족해서(54%), 먹을 만한 것이 없다(24%), 숙박시설이 열악하다(7%) 등의 순을 보였다.

'외출·외박 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PC방 이용'이 41%, '숙박업소에서 쉰다' 24%,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 21% 순을 기록했다. 군 특성상 PC사용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대를 나와서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문항에는 '(소고기, 삼겹살 등) 고기집 이용'이 39%, '치킨' 29%, '중식과 한식'이 각각 8% 비율을 보였다. 30여 년 전 내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어머님께서 세 번 면회를 왔을 때 난 만나자마자 짜장면을 사 달라는 말을 했다.

화천 지역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가장 높은 비율은 가격(64%)이었다. 즉, 물가가 비싸다는 말이다. 이어서 시설(39%), 선택의 한계(16%) 순을 기록했다. 시설 노후와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표현이다.

마지막 외박 시 지출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10만~15만 원'이 52%, '5만~10만 원' 23%, '15만~20만 원' 18%, '20만 원 이상' 5% 순을 보였다.

그 밖의 '자유로운 서술' 부문엔 '(도시에 비해) PC방 시스템 사양이 뒤떨어지면서 요금은 비싸다.', '도시에 비해 물가가 일률적으로 비싸다', '숙박업소 시설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 '(특정지역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 '(상인들이) 군인들에게 반말을 한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군 생활을 했던 곳으로 오줌도 누지 않겠다는 사람들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겐 사방거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과거와 같은 활성화가 화천군의 과제이기도 하다.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겐 사방거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과거와 같은 활성화가 화천군의 과제이기도 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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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들이 (외출·외박 시)화천에 머물지 않고, 춘천이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군인을 탓할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 개선해나가야 한다."

고객이 없으니 상인들이 신이 날 리 없다. 그러니 어쩌다 찾은 손님들에게 뚱하게 대한다. 고객의 입장에선 묻는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업주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수년간 반복되어 왔다.

이를 위해 화천군은 장병들 의견을 토대로 한 상인 설명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화 개봉관도 화천읍, 사창리, 산양리 세 군데 만들어진다. 봉오리 지역의 민군복지 프라자 형태의 평화마을 조성과 산양리의 평화 생태마을 만들기도 추진한다.

제대병들 다수는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곳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군이란 부자유스런 통제된 특수여건에 더해 지역 주민들에게 호감을 느낄 만한 게 없다는 함축적 표현이다. 이들의 의식을 바꿔 군 생활을 했던 곳을 다시 찾도록 해 보자는 것이 화천군의 목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사방거리, #산양리, #군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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