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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만덕동에 있는 만덕5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수 년째 한국토지주택공사 LH(아래 LH)와 주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LH 보상가에 주민들은 턱없는 헐값 보상으로는 입주도 이사도 어렵다고 반발하며 수십 차례 규탄 집회를 열어왔다. 주민들은 '원주민 거주를 위한 분양가 인하을 하든지, 지구지정 해제'을 요구해 왔다. 주민들은 부산시를 상대로 지구지정 해제 소송을 제기했고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7월 사업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세입자 포함) 1601명 중 3분의 1을 초과하는 주민이 부산시에 정비구역 지정해제신청을 했다. 지금은 9명의 항소인단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만덕5지구 주민인 김미경(37)는 태명이 만덕이였던 여자아이들 출산하였다. 만덕주민공동체에서 부산시와 LH와 상대로 내 집을 지키기 위해 단 1%의 희망이 있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김미경씨와 만났다.

북구의 한 병원에서 2시간 넘게 만덕5지구에 대해 대화하였다. 이날 대화에는 김미경, 손우영(부산반빈곤센터 29), '만덕'이의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온 김미경씨의 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은 만덕5지구의 주민인 김미경(37)씨이고 왼쪽은 김미경씨의 셋째인 딸아이이다. 9시간의 기다림 끝에 지난 5일 오후3시에 '만덕(태명)'이가 태어났다.
 왼쪽은 만덕5지구의 주민인 김미경(37)씨이고 왼쪽은 김미경씨의 셋째인 딸아이이다. 9시간의 기다림 끝에 지난 5일 오후3시에 '만덕(태명)'이가 태어났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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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미경씨의 발언 내용을 일부 정리하였다.

- 만덕에 산 지는 얼마나 됐나요?
"괴정에서 태어나서 백일도 되기 전에 만덕으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이곳에서 다녔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결혼하면서 만덕에 살았으니까. 이곳 토백이입니다. 친정도 신만덕에 계십니다."

- 이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나요?
"2011년도부터 LH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재영(lh 사장)이 현대건설에 있을 당시 평당 500만 원이 된다고 했지만 LH로 가서는 평당 260에서 320만 원으로 보상가가 책정했었요. 2007년도 공시지가로 책정한 보상가를 2011년도에 지급을 시작했어요.

그 기간 동안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두 배나 올랐거든요. 저희집은 2호연립(26평)기준에 보상가가 9300만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 돈으로는 집을 살 수도 없고 전세를 구해든지 해야되는데, 내 집에서 나갈 필요가 없는 거예요."

만덕주민공동체가 입주해 있는 사랑방 1층이다. 만덕의 전경사진을 보며 동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만덕주민공동체가 입주해 있는 사랑방 1층이다. 만덕의 전경사진을 보며 동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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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간 분들이 다시 찿아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어른신들은 70년 대에 들어와서 삼사십년을 이곳에 사신 분들인데, 이사 가고 싶어서 나간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담 넘어 이웃끼리 "야야! 이거 좀 무(먹어) 봐라!"하며 언니, 동생하며 평생을 사셨거든요. 골목에 다 돗자리 펴 놓고 평상 만들어서 그래 살던 동네였거든요.

평상에서 엄마들이 양초 끼우고, 신발 빈창 자르고 할 때 우리는 골목에서 같이 뛰 놀았거든요. 이제 어르신들 손자, 손녀 재롱보며 사실 건데 어디가서 다시 정 붙이고 살겠습니까?
월 3~4만 원 임대아파트에 이사갔다고 해도 문 닫으면 그만인 곳 아닙니까? 어르신들이 단절된 곳에 이사가서 사는 것은 유배 가는 것이나 감옥가는 거나 뭐 다를 게 있겠습니까? 이사 가신 분들이 지금도 다시 여기 옵니다."

12월31일까지 이주 촉구 및 명도소송 제기를 예고하는 공문
 12월31일까지 이주 촉구 및 명도소송 제기를 예고하는 공문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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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지정해제를 위한 재판이 진행중인데 부산시에서 요구하는 사정판결은?
"'부산시 입장에서는 이주한 가구가 80%이고, 이미 보상받은 가구수가 대부분(2/3 이상)이고 남은 가구는 소수이다. 항소인단도 9명 밖에 안되는 일부가 하는 주장이고 1700억 이상의 사업비가 진행된 상태이다.

지구 지정에 있어 위법함은 인정하지만, 사정판결(사정판결이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처분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말한다)을 요구한다'고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일부 절차상에 하자가 있더라도 기각을 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겁니다."

만덕 8지구 지장물 철거 공사 현장
 만덕 8지구 지장물 철거 공사 현장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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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8지구 지장물 철거공사 현장
 만덕8지구 지장물 철거공사 현장
ⓒ 만덕주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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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하셨는데 지금 실질적인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 제일 걱정이 철거입니다. 이제 겨울인데 실질적인 철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구청에서는 리모델링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내려앉히지 않는 이상 철거가 아니라고 합니다.

창문 뜯어내고 대문 뜯어내고 싱크대 다 부수고 방문짝 다 들어내고 있는데 우리가 볼 때는 철거가 맞거든요. 장판이나 싱크대나 보일러나 고철들은 임시 적치장에 모아서 싣고 나가고 있거든요. 철거하고 있는 집들은 펜스치고 포장을 쳐서 막아버리고 통행도 제한하고 안 보이게 하고 있거든요. 접근을 못하게 하고 있어요. 빈집은 전기 수도 끊긴 지는 오래되었고.... 근데 그게 철거가 아니라고 해요.

차근차근 철거가 진행되고 있어요. 재판에서 우리가 원하는 판결이 나더라도 마을이 다 파괴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러면 또 '이미 공사가 이 만큼이나 진행되었는데 공익의 차원에서 어쩔수 없다' 할 수 있거든요. 답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주거 생존권 보장과 LH의 강제철거 규탄 및 면담을 요구하며 1인시위가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앞 1인시위와 만덕역 부근에서 낮 12시에서 1시까지 매일 1시간씩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주거 생존권 보장과 LH의 강제철거 규탄 및 면담을 요구하며 1인시위가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앞 1인시위와 만덕역 부근에서 낮 12시에서 1시까지 매일 1시간씩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만덕주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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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십차례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LH와 대화는? 
"아직 타협점은 못 찾고 있고요. 대화는 하긴 하는데 성실한 자세가 아닙니다. 철거작업에 대한 사업설명회때 결정권이 없는 사람이 왔습니다.

주민들이 뭔가 요구했을 때 "저는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가서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그러니까 말단 직원이 온 거죠. 주민들이 항의하고 하니까 마지못해 대화에 응하는 척 합니다. '만덕주민을 물로 보고 있나!'라고 우리끼리 하소연합니다."

만덕5지구 비대위와 만덕주민공동체

처음에는 집회할 때(2011년도) 600명, 700명이 북구청에 항의방문하고 그랬어요. 만덕에서 북구청까지 거리행진하고 할 때 적어도 몇 백명씩은 모여서 함께 했어요. 근데 지치서 나가 떨어지고 주민끼리 싸우게 되고 했어요.

LH에서 이렇게 하면 보상금을 많이 준다고 했다고 하더라, 비대위 간부들이 LH에서 돈 먹었네, 하면서 주민들끼리 싸우고 비대위를 신뢰 못하게 되었죠. 초창기 비대위하고 추진위 했던 사람 집 한 채씩 다 챙기고 돈도 챙기고, LH에서 20억을 뿌렸다 30억을 뿌렸다 소문이 많았죠. 헛소문이든 진짜든 상관없이 주민들끼리 서로을 못 믿고 동네을 떠나가게 만들었죠.

주민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비대위에서 만덕주민공동체가 떨어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비대위는 '보상가를 현실에 맞게 다시 책정해 달라, 원주민 입주가를 50%로 해 달라'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동체에서는 '내 집에 살겠다'라는 입장이고요.

만덕주민공동체가 입주해 있는 대추나무골 사랑방에서 최수영(51)을 만났다. 김미경씨를 제외하고 제일 젊은 분이라고 하였다. 최수영씨는 만덕주민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다.
 만덕주민공동체가 입주해 있는 대추나무골 사랑방에서 최수영(51)을 만났다. 김미경씨를 제외하고 제일 젊은 분이라고 하였다. 최수영씨는 만덕주민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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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주민공동체

만덕주민공동체가 꾸려진 것은 2년째인데. 지금 사랑방에 입주한지는 작년 12월16일이 일년되는 날입니다. LH에서 고작가님한테 전기 수도를 끊어라했는데 고작가님이 이주님을 안 받고 이사했어요. 그래서 사랑방(언양으로 이주전 고금란 작가의 집)에 만덕주민공동체가 입주할수 있었어요. 사랑방은 고금란 작가님 댁입니다.

2호연립 주택을 합쳐서 지어진 2층집입니다. 작가님도 함께 있었을 건데, 2층 세입자에게 사고 있어거든요. 고 작가님 2층에 새댁이 6년간 살았는데, 세입자 경우에는 LH의 기준에 10년이상인 세입자에게만 이주비가 지급되는데, 아무 보상없이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사 때문에 갈등이 생겨서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새댁이 자살을 해 버린 거예요. 그 때문에 자제분들이 이사갈 것을 강력이 권유해서 고작가님이 떠나게 되었죠. LH입장에서는 공동체가 눈에 가시죠.

LH에서는 고 작가님한테 계속해서 '이주비 타세요. 전기 수도 끊으세요'라고 요구하고 있죠. LH는 고 작가님에게 사랑방 공간을 없애고 만덕주민공체를 내 보내지 않으면 이후 LH가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해 고작가님에게 법적 책임을 묻겼다고 하고 있었요.

그리고 이 집(고 작가의 집)은 양도세가 1600만 원이 나왔어요. 내가 좋아서 집을 팔지 않았는데... 다른 집들도 160만 원에서 180만 원 정도 양도세가 다 나왔죠.

이주한 주민들은 빠른 공사진행을 원하고 있다. 재입주를 기다리며 전세계약을 연장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주를 하지 않고 남아있는 주민들은 비대위와 LH의 눈치를 보며 보다 남은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만덕주민공동체에 20여 가구를 바라보며 지구지정해소의 일말의 기대를 가진 분들도 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생각해 본다면 원주민에게 준 지금까지의 고통은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라는 말은 어울리지가 않다.

사는이야기를 통해 '만덕'이의 탄생을 알린다. 철거 예정지 만덕5지구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부활을 꿈꾸어 본다. 정다운 이웃이 있었고 아이들이 있었던 골목을 철거 속에 사라지기 전에 멈춰어지는 기적을 바란다.


태그:#만덕5지구, #만덕, #만덕8지구 지장물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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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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