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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순희 시민기자는 울산 동구의 마을 도서관, 꽃바위작은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 누구나 오순도순 소박한 정을 나누는 마을 사랑방 같은 작은도서관.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른 아침부터 행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몰려와요
▲ 책문화축제에 참여했어요 이른 아침부터 행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몰려와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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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겨울이 되었습니다. 벌써 중부지역에는 눈이 내리기도 하고, 따뜻하기만 하던 울산도 간간이 눈이 흩날리기도 합니다. 12월 들어서 갑자기 추워졌다고 다들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번 겨울은 좀 따뜻하겠거니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얼마 전, 11월 셋째 주 주말과 휴일, 울산매일신문사에서 주최한 '책문화한마당' 행사에 빅북공연과 빅북 전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샘~ 우리 이러다가 넘 유명해져 서로 얼굴 보기 힘들어지는 거 아녀요?"
"그러게요. 안 그래도 동구에서 유명인사인데, 울산 시내까지 진출하는 거 보믄 대단혀요."
"이런 기회는 또 없지 싶은데, 암튼 빅북구연 샘들끼리 함 의논해봐요."
"그러지요."

10월에 '동구 북페스티벌' 행사에서 저희가 공연하는 것과 부스 운영하는 것을 신문사 행사 담당하시는 분이 보고 갔습니다. 그 후 몇 번의 요청을 받아 부랴부랴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행사를 한번 하게 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또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공연 후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가볍게 할 수 있는 책갈피 만들기를 준비했습니다.

"아이고, 샘~ 우린 언제쯤 쉴라나요. 이러다 몸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몰라요."
"미안심더. 우짜겠는교? 내사 샘들이 안 한다 하믄 그만인데, 샘들이 동구 꽃바위작은도서관을 좀 알리고 싶어하는 맘인데. 흐흐."
"그러게 말임더. 우리도 안 한다 하믄서도 자꾸만 하게 되네요. 이거 중독성 강한 것 같은데요. 도서관 알리려고 몸 불사지르는 이 열정!"
"암튼 주말과 휴일인데도 시간 내서 할라꼬 해줘서 전 그저 감사할 뿐임더."

처음 보는 큰 책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 빅북 인기가 최고 절정 처음 보는 큰 책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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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자리 펴서 도와주네요.
▲ 행사 때마다 엄마따라 다니며 일손(?)을 돕는 도서관 아이들 이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자리 펴서 도와주네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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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물론 지역 공공도서관의 공연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자원봉사자 '샘'들이 거절 않고 응해줘서 전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신문사에서 하는 행사이니만큼 동구의 작은도서관을 알리려는 샘들의 목적대로 행사 준비를 차분히 했습니다. 늘 바쁘게 도서관이 돌아가는 가운데도 외부행사에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힘들지만, 다들 즐겁다고 말합니다.

늘 하는 행사이긴 하지만 유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느낀 게 많았습니다. 울산대공원 남문 광장에서 펼쳐진 '책문화한마당' 축제. 이곳은 가족과 함께 산책하고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공원이라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홍보가 따로 필요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특히 아빠와 함께 나온 아이들을 보니 새삼 더 흐뭇한 것은 왜일까요?

"샘~ 요즘 가족문화가 참으로 많이 바뀌었제? 우리 애들 키울 때는 아빠가 이런 행사에 저렇게 아(아이) 손잡고 왔겠는교?"
"그러게 참 좋아졌제. 어디 아 델꼬 놀러 함 갈라 하믄 몇 날 며칠 애아빠 비위 맞춰가믄서 놀러갔다 아임니꺼?"
"아주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인데, 우째 우리 맘 속은 애릴꼬(아릴까)?"
"샘~ 그래도 보기 참 좋네요."

정말로 아빠와 아이가 손잡고 찾아왔습니다. 가족끼리 도시락 준비해서 나오기도 하지만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체험부스마다 다니며 아이와 함께 체험을 합니다. 축제나 행사를 다니면서 보면 주로 아이만 체험을 하게 하는 게 전부인데, 참으로 요즘 변해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가족문화가 왠지 행복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제법 잘 해주네요. 저보다 훨씬 잘했다고 다들 그러네요.
▲ 공연을 앞두고 함께 빅북 구연에 합류 제법 잘 해주네요. 저보다 훨씬 잘했다고 다들 그러네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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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나와 체험행사에 모두가 열심히 합니다
▲ 도서관 부스는 유일 가족과 함께 나와 체험행사에 모두가 열심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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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아이와 체험을 하고 돌아서는 아빠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멋지고 그럴 듯한 만들기가 아니라 아주 소소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체험이었지만, 마냥 아이 같은 즐거움을 띠며 돌아서는 아빠의 모습이 정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듯함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정말 아빠가 달라졌어요.

"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는데 마 이 참에 '원 플러스 원' 하자."
"그라믄 많이 바쁠 텐데 괜찮겠는교? 힘들까봐 그라제."
"뭐 우리가 이런 일 하루 이틀 하는교? 원 플러스 원 해서 이 사람들 더 놀래켜주자."
"그러다 우리 도서관이 더더 유명해지믄 우짤라꼬? 온통 체험 막대기에 우리 도서관 이름 붙여놓고."
"그랍시더. 이왕 하는 거 기쁨이라도 두 배 줍시다."

'달라진 아빠' 덕분에 아이들에게 '원 플러스 원'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책갈피 종류를 두 가지 준비해왔거든요. 그것이 아주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즐기는 도서관 체험행사에 저희 꽃바위작은도서관만의 홍보 전략이 통했고, 준비해간 체험 재료는 휴일 행사 막바지까지 거의 동이 났습니다.

처음 보는 큰 책 이야기에 소소한 즐거움까지 전해준 이번 '책문화한마당' 행사가 아마도 저희 빅북구연 샘들이나 저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동구를 떠나 단독으로 운영하였고, 신문사의 요청으로 그만큼 인지도가 더 높아졌고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가슴 훈훈한 여운을 아주 오랫동안 전해주었습니다.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들이 먼저 하자고. 그리고 책갈피 만드네요.
▲ 아빠와 함께 체험해요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들이 먼저 하자고. 그리고 책갈피 만드네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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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원 플러스 원'으로 '두루마리책'을 더 읽어줬어요
▲ 인기짱!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있어 더 신났어요 공연도 '원 플러스 원'으로 '두루마리책'을 더 읽어줬어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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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빅북구연, #책축제, #도서관체험, #꽃바위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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