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3일 서울 서초동 오픈넷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프로젝트 참여 연구원인 손지원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3일 서울 서초동 오픈넷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프로젝트 참여 연구원인 손지원 변호사.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카카오톡 검열과 같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표현물 규제와 이용자 감시 상황을 분석해 공개하는 '인터넷 투명성 보고' 사업이 첫발을 뗐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오픈넷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Korea Internet Transparency Report, 아래 KRIT)'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인터넷 검열-감시 통계 투명해지면 정부도 함부로 못해"

KRIT는 앞으로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물, 영상 등 표현물 규제를 통한 정보 차단과 인터넷상 통신제한조치(감청),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압수수색 등 이용자 감시 현황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뒤 이를 홈페이지(http://transparency.or.kr)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이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고 홍콩에선 대학 차원에서 정부 대상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선 다음카카오가 지난 10월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용자 자료 요구 현황을 공개한 게 처음이다.

KRIT 책임 연구원을 맡은 박경신 교수는 "외국도 구글이 시작하면서 다른 많은 기업들이 따라했듯이 우리나라도 다음카카오를 시작으로 다른 회사들도 따라할 것으로 희망한다"면서 "오픈넷에서도 국회를 통해 사업자들의 투명성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RIT는 이날 홈페이지 오픈을 앞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받은 통신심의와 인터넷상 이용자 감시 자료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그 결과 방통심의위에서 불법이 아닌데도 '건전한 통신 윤리'를 앞세워 자료 삭제 등 시정 요구하는 정보 비율이 해마다 늘어 2011년 0.8%에서 2014년 상반기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 아닌 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비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 아닌 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 비율
ⓒ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관련사진보기


또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나 SNS, 이메일 내용을 실시간 감시하는 인터넷상 통신제한조치(감청) 허가 건수도 지난 3년간 111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감청을 요청한 계정수는 5356개인데, 92%는 국가정보원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미래부는 인터넷뿐 아니라 유·무선 전화 감청 건수까지 묶어 발표해 인터넷 감청 실태만 파악하기 어려웠다.

반면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 없이 수사 대상자의 인적 사항을 요구하는 인터넷상 '통신자료' 제공 계정 수는 2011년 91만5천여 건에서 2012년 66만7천여 건, 2013년 39만2천여 건으로 해마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범죄 혐의가 불분명한 가입자의 신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이들 업체들이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함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유무선 전화 대상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인터넷상 계정건수만 줄었다"면서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실제 감시 행위를 줄이는 걸 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

국내 수사기관의 인터넷상 통신자료제공 계정 건수
 국내 수사기관의 인터넷상 통신자료제공 계정 건수
ⓒ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관련사진보기


"당사자도 모르게 글 지우는 통신심의 문제... 통지 강화해야"

이번 사업은 고려대 공익법률상담소의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되면 구글에서 연구비를 지원한다. 박 교수는 "상담소에서 인터넷법 클리닉을 운영했는데 개인정보 유출 상담은 당사자들이 유출 사실을 몰라 부진했다"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통지하거나 투명성 보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려주는 게 중요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손지원 법률사무소 이음 변호사가 상근 연구원으로 참여해, 행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요청과 자료 분석을 진행한다. 또한 방통심의위의 유병언 사체 사진 삭제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욕설 표현 규제 같은 문제 사례에 대한 분석과 논평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감청을 청구하려면 번호(계정) 하나에 150~160쪽짜리 청구서를 제출하는데 우리나라는 청구서 하나에 번호 수십 개씩 감청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감청 통계를 공개함으로써 수사기관들이 감청 청구를 남발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박 교수가 미국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모든 감청 횟수를 토대로 우리나라 감청 규모가 미국보다 인구 대비 9.5배 많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심의위원 출신인 박 교수는 "방통심의위도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적인 투명성 보고는 하고 있지만 당사자 통지는 거의 안돼 작성자도 모르게 글이 삭제되는 상황"이라면서 "시정요구에 대한 당사자 통지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3년간 통신심의 이의제기율은 0.07%에 그쳤다.


태그:#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카카오톡 감찰, #박경신, #오픈넷, #인터넷 감청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