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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운수 차고지 근처에 있는 천막 농성장 모습.
 한남운수 차고지 근처에 있는 천막 농성장 모습.
ⓒ 조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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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지옥이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주고 있어서 힘이 납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전 한남운수 정비사 이병삼씨가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5년간 투쟁을 이어오다 지난 10월 31일부터 회사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지만, 회사의 무대응으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병삼씨를 지난달 18일(화)에 지난 5년 간 그리고 앞으로의 애기를 들어봤다.

한남운수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

"쉽게 말하면 큰 버스회사다. 현재 운행중인 버스는 158대로  대학동(신림 9동)에 있고 일하는 사람도 393명이나 된다."

회사와의 관계가 어렵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2008년 회사가 부도를 맞고 박복규라는 사람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다음 해 2월 취임식 때 정비사들의 인원 감축,임금 15% 삭감 그리고 연봉제 실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사실 2004년부터 서울시에서 시민 편리를 위해서라고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이때 많은 정비사들이 정리를 당했고 남아서 일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 몫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 첫차 안전문제 때문에 야간당직을 할 때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눈 붙힐 시간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호봉제도 정비사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 야간당직에 대한 임금도 없었고 연장 야간수당도 제대로 못받고 일했었다.그렇게 바보처럼 일만 했는데 박복규라는 사람이 대표가 되자마자 임금 삭감,인원감축 게다가 1년 계약직으로 일하라고 통보를 한거다."

정비사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이후에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은 있었는지 알고 싶다.

"다같이 서울시에도 애기하고 버스노동조합에도 가고...근데 회사하고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회사측에서 정비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렇게 정비사들이 자꾸 뭉치니까 나를 포함해서 대형 면허를 가진 6명을 운전직으로 부당 전보시켰다. 20~30년을 버스만 고쳤기에 못한다고 강하게 애기도 하고 노동위에 부당함도 호소해봤지만 결국에는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5개월 넘게 월급을 주지 않아서 가정 생활이 다들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임금삭감하고 1년 계약직(연봉제)운운하면서 다시 면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5명의 정비사를 또 운전직으로  발령내겠다'고 했다. 입사 필수 조건도 아닌 대형 면허증이 우리 발목을 잡나 싶어서 전원 대형 면허증을 반납하자고 결의하고 삭발까지 하면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줬다.근데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한가지 얻은 것은 이때부터 노동법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다. '우리에게도 이런 권리가 있구나'배우면서 회사에 휴식 시간도 1시간 달라하고 그동안 못받은 연차 금액도 받고 전혀 몰랐던 우리의 권리,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찾기 시작한거다."

반년 넘게 월급없이 회사와 갈등한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다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찾으려 애쓴 부분이 위로가 된다.하지만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부분에 대한 보복이 있었을텐데 

"이때부터 참 힘들었다.회사가 하루 아침에 내게 모든 책임을 물고 빨갱이로 몰아붙혔다.매일 폭언에 폭행. 게다가 역으로 내가 폭행했다고 고소하고...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처진다. 그러다 2010년 5월 1일에 3개월 정직을 받았다. 이후에 대형면허 소지자 5명을 또 운전직으로 부당전보시켰는데 이 사람들이 면허를 반납해 버리니까 2010년 10월 1일에 3명은 2개월 정직징계,나는 또다른 한명 하고 해고를 당했다."

운전직으로 전환되는 과정도 원칙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대형면허증이 있어도 취득 후 1년은 지나야 하고 운전 경력도 마을버스나 대형화물차로 1년 6개월은 돼야 운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근데 나는  면허따고 6~7개월 밖에 안됐으니 원칙도 무시하고 강제로 일을 바꿔버린거다.1년이나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 모르겠다. 결과가 나오긴 나오는 건지.."

5년 간의 투쟁으로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죄송하다.

"가진 것 다 팔고 이제 물질로는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자식도 얼마전에 대학에 들어갔다가 휴학하고 군대 간다고 있는데 삶의 희망을 못느끼는 것 같아 아비로서 마음이 아프다.

사실 해직당하고 처음에는 투쟁하면서 주유소 알바,택배 등을 했었는데 이도 저도 안돼 '투쟁이라도 제대로 하자'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한남운수 정비사들이 조금씩 모아서 주는 돈으로 버티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근데 이렇게 정비사를 운전직으로 강제 전환 시킨 진짜 이유는 인건비 남기기라는 의심도 있다.

"버스준공영제로 바뀌면서 시에서 버스회사한테 정비사들의 월급을 주고 있다. 근데 문제는 실제 몇명의 정비사가 일하는지 보지 않고 표준 운송원가 기준으로만 대입해서'버스 1대당 0.1458명이 필요하다'이런 식으로 돈을 준다는 거다.한남운수한테도 버스가 158대니까 '정비사는 최소 24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으로 24명 분의 월급을 주고 있다.그러니 마음만 나쁘게 먹고 인건비 남기고 싶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럼 현재 한남운수의 정비사는 몇 명인지

"운전직으로 바꾸고 해직시키고 해서 현재 관리자 2명,초보자 3명 포함 14명이다. 그러니 10명분의 월급을 나라에서 그냥 받고 있는 거다. 2009년에 월급 깍고 계약직으로 돌릴때 회사가 경제적으로 불안하다는 핑계를 댔는데, 나라에서 버스준공영제라는 제도로 운영비,임금,가동비를 주는데 회사 경영이 어려워서 라는 건 말도 안되는 애기다."

회사 측은 버스 운전 기사가 부족해서 직무전환을 했다고 주장한다.

"다 거짓말이다. 얼마전에 드러난 일이 운전직 사원 입사비리였다. 운전기사로 입사하려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일자리를 조건으로 돈을 받아서 법적 처벌도 받았다.정비사를 운전직으로 바꾼 건 순전히 돈 때문이다."

현재 정비사가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정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가.

"정비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게 다다.사고가 안나게 예방정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람이 없어서 안되고 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이 버스 부품도 정품이 아니라 비품을 쓰고 있다. 돈을 더 벌자고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잡고 그러고 있으니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

5515 버스(한남운수)를 기다렸다가 타고 있는 시민들 모습.
 5515 버스(한남운수)를 기다렸다가 타고 있는 시민들 모습.
ⓒ 조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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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운수 측은 전 버스를 CNG차량으로 교체해서 정비사 부족에서 오는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무슨 소리냐. 새거는 고장이 안나냐? 게다가 부품도 비품쓰면서 예방차원의 정비는 하지를 못하고 있는데,안전사고에 대한 부분을 누가 장담할 수 있냐.그러다가 사고나서 시민들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물을 거냐. 정비사 책임으로 돌릴거냐."

듣고보니  문제가 심각한데 서울시는 이번 부당해고 및 버스 준공영제의 폐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박원순 시장도 만나서 낱낱이 다 애기했고 자료도 다 건네줬다. 역시 답이 없다.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지 않냐."

답답한 일이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 그리고 세금 쓰임 문제가 걸려있기에 개인의 문제 이전에 우리 모두의 문제라 생각된다. 시민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악의 시민들 그리고 단체들이 계속 도와주고 있다.부당해고에 대해서 sns를 통해서도 알려주고  정기 집회도 함께 해주면서 힘을 주고 있다.감사할 따름이다.그리고 우리 정비사들도 정비사지회를 설립했고 지속적으로 악덕업주에 대한 처벌,서울시의 철저한 감사,부당해고 철회,등을 주장하고 있다."

장미정 선생님(신림중학교)과 학생들이 천막을 방문해 한남운수의 문제점 등에 관한 애기를 듣고 마침 자리에 없었던 이병삼씨에게 힘을 주기 위해 찍은 사진.
▲ 지역 학생들의 천막 방문 장미정 선생님(신림중학교)과 학생들이 천막을 방문해 한남운수의 문제점 등에 관한 애기를 듣고 마침 자리에 없었던 이병삼씨에게 힘을 주기 위해 찍은 사진.
ⓒ 장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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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복직을 넘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투쟁이 꼭 승리하길 바란다. 시민으로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진실을 알아주고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 모두가 알고 주장하면 바뀔 수 있지 않겠냐."

'서울시민 모두가 한남운수 문제와 버스운영제의 폐해를 알게 된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몸은 천막을 나왔지만, 문득 이병삼씨는 잊고 싶은 지난 일을 곱씹어 누군가에게 또다시 지금처럼 전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여전히 천막 안 그곳이다.

버스준공영제: 수익금을 업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지방자치 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다. 서울시는 2004년 7월 1일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시내버스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을 전액 보전해 주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노선이 변두리 취약지역까지 확대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 (네이버 지식)


태그:#서울시, #한남운수, #관악구, #이병삼, #정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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