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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에서 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등교하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에서 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등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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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우협아 너희들은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가니깐 어때?"
"할머니 난 좋아. 그전에는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는데 지금은 8시에 일어나도 돼. 그리고 그전보다 20분 늦게 가는데 10분 늦게 끝나거든. 그러니깐 정말 좋지. "

"그래 다행이다. 엄마가 너희들보다 일찍 나가야해서 할머니는 걱정했는데… 그건 괜찮아?"
"엄마가 일찍 가도 걱정 없어. 이젠 내가 많이 컸잖아."

어른스럽게 대답하는 녀석이 대견했다. 아닌 게 아니라 혼자보다 둘이 있으니까 나도 걱정이 덜 되긴 한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큰손자가 작은 손자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뒤에서 보면 아주 든든한 마음이 든다.

"그럼 학교에 일찍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잖아. 그런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오전 8시부터 와야 하는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가면 돼. 거기 선생님이 계셔서 돌봐주거든. 그리고 9시까지 교실로 가면 돼. 우리 반도 5명 정도는 일찍 와서 도서관에 있다가 와."

큰손자 우진이 말에 작은 손자 우협이도 "할머니 나도 참 좋아.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고 아침밥도 천천히 먹을 수 있고" 하고 거든다. 유난히 밥 먹는 속도가 늦는 아이라 그게 가장 좋은 점인 것 같다.

손자들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9시에 등교는 지난 9월에 시작해서  어느새 3개월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손자의 속마음은 알았는데 맞벌이인 딸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오전 9시 등교 3개월... "지각해도 좋아"

"딸, 너는 어때?"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하지. 내가 아이들보다 일찍 나가야하는데.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이들은 훨씬 좋지. 그전보다 20분 늦게 가는데 아이들이 아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거든. 잠도 더 잘 수 있고 아침밥도 충분히 먹고 갈 수 있으니깐. 난 아이들 밥 먹을 때 출근하거든. 설거지야 퇴근해서 해도 되니깐. 한 엄마는 자기가 지각해도 좋대. 아이들이 잠도 조금 더 잘 수 있고 아침밥도 먹고 갈 수 있으니깐."

"지각해도 좋다"고 한 엄마 역시 맞벌이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이젠 날씨도 추워지는데 조금 늦게 가면 아이들은 더 좋지" 한다. 원래 8시 40분 등교하던 것에서 20분 늦춰졌을 뿐인데 생활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그렇지만 직장맘들은 대부분 걱정이 많다고 한다.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아이를 가진 맞벌이 주부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오전 9시 등교 시작하고 나서 아침에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아이들이 늦게 가니까 저녁에 늦게 자는 것도 문제고, 아침에 밥 먹는 시간도 늦어지고 설거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한다니까요. 차라리 일찍 가는 게 좋아요."
"학교에 일찍 가도 선생님이 돌봐주잖아요."
"그런 시설이 있어도 이용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래도 회사가 가까운 곳에 있으니깐 나은 편이에요. 회사가 좀 멀리 있는 사람은 아주 곤란해 하더라고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직장도 오전 9시까지 출근하게 해주든지. 그럼 아이들도 여유 있고 엄마들도 느긋할 텐데."
"그러게요. 듣고 보니 그렇게 해준다면 직장맘들도 힘들어 할 이유가 없겠네요."

전업주부들 생각은 어떨까.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두 아이를 둔 주부 A씨는 "많이 늦어지는 시간이 아니니깐 괜찮아요. 아이들이 조금 더 잘 수 있고, 전에는 아침밥을 못 먹고 가는 날도 더러 있었는데 요즘은 꼭 아침밥을 잘 먹고 가요. 그런 점은 정말 좋아요"라고 말한다.

반면 고등학생을 둔 전업주부 B씨는 "조금 늦게 간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일찍 가나 늦게 가나 아침밥은 늘 먹는 둥 마는 둥 해요. 아무튼 전 그전 그대로 보내요. 늦게 등교하니깐 학원도 늦게 끝나고 하니깐 전 반대에요" 한다. 의외였다.

이웃들에게 확인한 결과, 반대의 입장도 있었지만 등교시간 20분이 주는 여유는 기대 이상인 듯했다. 아이들의 생활 습관과 성품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침이면 언제나 바쁘게 서둘러야 하는 번거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말이다.

9시 등교를 시작하기 전, 손자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대상으로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90% 이상이 좋다며 찬성했다고. 손자들에게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절대 반대"라고 한다. 불편함은 어느 정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큼 크고 작은 문제점을 보완해서 잘 유지해갔으면 한다.


태그:#9시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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