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사무실에서 순회전관련 협의를 하고 있는 김병수 교수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사무실에서 순회전관련 협의를 하고 있는 김병수 교수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올 초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한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전해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한국 만화 기획전-지지 않는 꽃'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지 총괄 큐레이터였던 김병수 교수도 예상보다 큰 반향을 받았다. 그 이후 얼떨떨함을 아직도 기억하며 전국 순회전을 하고 있는 그. 그는 자신에게 오는 관심에 손사래를 쳤다. 자신보다 고생하고 주목받아야 하는 분들이 많다고.

그는 "처음엔 위안부문제에 심각히 집중하지는 않았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저 일반인들 수준의 관심도였다고. 언론에 노출되게 된 것도 총괄 큐레이터라는 직함 때문에 앞에 나서게 된 것 일뿐이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진심을 가지고 위안부문제에 심각히 집중하며 참여한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한 이현세, 박제동, 김정기, 김광성, 김금숙, 신수지 작가 등 총 20여 명의 작가들과 순회전을 준비하여 열성적으로 도와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거듭 감사를 표했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의 성공 이후 위안부문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김 교수는 자신의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동안 "지금까지 한국이 할머니들한테 잘못한 것들이 많다"며 우리가 할머니들을 끌어앉고 보살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16만여 명이 끌려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이 2백 몇십 명밖에 안 된다"며 우리 국민들과 한국 정부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전시회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지역 미술관, 갤러리 다니면서 만화작품을 보여주는 수준이지만 아예 크게 '위안부 주간'이나 '위안부페스티벌'을 축제처럼 만들어서 할머니들 모셔서 이야기하는 큰 브랜드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과 참여해 고생한 사람들의 노력이 엿보여서였을까? 12월 2일부터 시작되는 경기도 광주에서의 순회전은 더욱 의미있게 보였다. 그도 광주에는 '나눔의 집'이 있기에 더욱 뜻깊은 순회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기획자이자 총괄큐레이터인 김병수 한국만화연합 단장. 단장이자 목원대 교수인 그를 지난 21일 오후 경기 광주 시내에서 만나 퇴촌 나눔의 집에 동행했다. 그동안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순회전을 한 그에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성공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해외와 국내 순회전의 반응들을 들었다.

1차대전 100주년과 맞아떨어진 만화전 주제

- 어떻게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나가게 되셨는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해서 만화책을 한권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6월 달에 조윤선 장관이 프랑스에 출장을 갔어요. 그곳에서 (조 장관이)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만났어요. "

올해가 세계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라고 설명했다. 만화 페스티벌은 2014년 1~2월이었고, (조 장관이) 위안부 할머니 관련된 만화책을 만들어 출품을 하려고 조직위와 인사하다 만났다고 한다.

조직위 관계자의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주제가 전쟁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위안부 만화가 주제에 굉장히 부합하는 만화이기에 만화만 낼 것이 아니라 전시회를 개최하는 게 어떻겠는가 서로 일사천리로 협의가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시작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출품하기 위해 한 거니까 일단은, 그 작품의 내용들을 가장 알기 쉽게 전하고 할머니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주제였어요.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페스티벌이에요. 어떻게 보면 해외, 외국인용으로 만든 거죠.

근데 이걸 일본에서 집요하게 방해를 했어요. 예를 들어 일본 대사관에서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항의 공문을 보내고 일본 관방성이 나서서 전시회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일본인 1만6천여 명이 탄원서를 만들어서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아시아담당 디렉터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요.

또 일본의 극우 시민단체들하고 만화작가들이 한국의 20명의 작가가 50편의 작품을 출품한다고 하니까 자기들은 100편의 위안부를 부정하는 만화를 출품하자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조직적으로 참여를 했어요.

앙굴렘 시가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4만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소도시거든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축제를 하고 만화의 도시로 유명해요. 근데 사실 프랑스나 유럽의 만화시장에서 일본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일본만화가 한 30%를 차지해요.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예산의 30% 정도가 일본계 자본이에요. 그만큼 일본만화의 영향력이 큰 거죠. 저희가 그렇게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들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어요."

한국보다 더 멋지게 싸운 낯선 눈의 이방인들

나눔의 집에 방문한 김병수 교수
 나눔의 집에 방문한 김병수 교수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 앙굴렘에서 갑자기 현지 일본의 만화 부스가 철거됐다고 하는데?
"마침 개막식 전날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부스가 철거됐어요. 일본사람들이 자기들 부스에다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어요. 만화 내용도 구체적으로 위안부 명예를 훼손하고 부정하고 강제동원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발뺌하는 그런 극우 만화들이 전시가 되어 있었죠. 앙굴렘 조직위원회가 '여기 이 일본부스는 정치적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라는 이유로 철거를 했어요."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을 취재온 기자들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 "왜 한국은 전시회를 오픈하게 하고 일본은 왜 철거를 시켰냐?"라며 개막식 날 아침에 전 세계 기자들 60~70여명이 왔다고 설명했다. 어지간한 나라의 기자들은 다 와서 마구 질문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조직위원장과 앙굴렘 시장까지 온 상황. 하도 기자들이 질문을 해서 전시 오프닝 끝나고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추가로 열고 조직위원장하고 아시아 담당 디렉터가 설명을 했다며 조금은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조직위 측은 "일본 측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자기들의 정치적인 전시회를 했다. 또한 기자들까지 불러서 자기들 홍보를 하는 행동들은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축제의 방침까지 위배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럼 한국도 정치적인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 자체를 가지고 만화를 만든 자체는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것은 일본정부에서도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이다"라며 강하게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 국내법에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사법처리가 된다는 사실을 이날 알았다고 했다.

"더불어 (당신들은)일단 프랑스 국내법을 위반했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대응을 하는 내용을 왜곡된 내용으로 전시를 하는 것은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조직운영위원회)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부스를 진행하고 운영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이 부스를 철거할 수밖에 없고, 그 어떠한 극우세력들과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들은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우리나라도 하지 않는 발언을 자신들과 전혀 상관도 없는 프랑스 앙굴렘의 조직위 관계자들을 보며 감격했다고 한다.

그렇게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산케이신문> 1면에 반발성 기사와 자기네 한국전시 오프닝 현장사진이 톱으로 실렸다고 했다. 그게 한국으로 알려져서 국민적 반향이 크게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다.

"딱 그거 나오는 시점에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한국부스는 대대적으로 성공적인 오프닝을 했어요. 기자들 70~80명이 와서 난리가 나고 우리나라 대표적 방송사가 다 와서 찍어가고 했죠. 일본은 완전히 철거당하고 해서 철거당한 부스 사진, 텅 비어 있는 이걸 보고 국민들이 '앙굴렘 대첩이네', '통쾌하네' 완전 열광을 한 거죠.

일본이 그동안 그렇게 발뺌을 했지만 만화로, 문화로 또 이야기를 하니까 일본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오히려 엇박자가 나서 자살골 넣은 것 아니냐는 거예요. 일본이 부스 꾸미고 홍보하고 막 이러다가 노이즈마케팅같이 돼가지고 국민들이 다들 시원하고 후련하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프랑스라는 유럽의 선진국에서 아주 냉철하게 상황들을 정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들이 있어요. 전시장에 하루에 4천~5천 명이 왔다 갔어요. 어마어마한 거죠. 70평밖에 안 되는 전시장에 4천~5천 명이 하루에 다녀가려면 하루 종일 북적댔다는 거죠."

"이제 대한민국이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그는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큰 호응 이후 유치경쟁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인천근대문학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한국만화진흥원 이 4군데서 먼저 전시를 하려고 경쟁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이후 순회전 요청이 한 달에 2군데 이상 되었다고 한다.

현재 국내서만 순회전 횟수가 20여 회 정도 되며, 해외에서는 우선 프랑스,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베를린' 행사, 중국 상하이에서 김장훈씨와 함께하는 독도아트쑈, 중국 3대 만화 페스티벌인 광저우 만화페스티벌, 미국 LA 한인축제, 미국 글렌데일 등이다. 현재 중국 쪽에서 2015년 2차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서 중국 전역을 순회하자는 요청을 <인민일보>를 통해 받은 상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미국 LA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글렌데일이라는 곳이 위안부 소녀상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곳은 매년 7월 마지막 주가 위안부 주간일 정도로 위안부 관련 행사를 많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인들이 글렌데일 시를 고소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위안부 소녀상이 특정 국가의 특정 주장을 담은 정치적인 기념비다"라며 소송을 걸었는데 일본인들이 소송비용 100만 달러를 모금을 해가지고 소송을 건 상태라고 한다. 물론 글렌데일 시가 소송에 대해 대응을 해야 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머니들을 걱정했다. 만화전을 하면서 지금의 할머니들이 어떤 상황이 돼 있는지 관심을 두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걱정했다. 대한민국이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순회전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김병수, #위안부, #나눔의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은 기록이다" ...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삶은 없습니다. 누구나의 삶은 기록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p.s 오마이뉴스로 오세요~ 당신의 삶에서 승리하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