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낱 개(個)는 대나무 죽(竹)에 굳을 고(固)가 합쳐진 말로, 대나무가 낱개로, 한 개체씩 자라나는 것에서 그 의미가 확장된 걸로 보인다.
▲ 個 낱 개(個)는 대나무 죽(竹)에 굳을 고(固)가 합쳐진 말로, 대나무가 낱개로, 한 개체씩 자라나는 것에서 그 의미가 확장된 걸로 보인다.
ⓒ 漢典

관련사진보기


길거리에서 군고구마(烤地瓜)를 파는 할머니가 있어 "하나 주세요(來一個吧)!" 했더니 어떤 거냐고 묻는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서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아참 싶어 작은 걸로 세 개를 골라주었더니, 천칭처럼 생긴 철 쟁반에 군고구마를 올리고 나무저울 눈금을 보고는 5위안이라고 한다. 500그램 한 근에 3위안(우리 돈 550원)인데 한 근이 넘는 모양이다.

우리는 군고구마나 과일 등을 개수로 파는(算個賣) 경우가 많은데 비해, 중국은 거의 모든 먹을거리, 심지어 밥이나 만두도 근(모든 품목 500g으로 동일)으로 계량해서(算斤賣) 판다. 우리는 과일을 사면서 큰 것을 고르는 일이 때로 눈치가 보이는 반면, 중국은 어차피 무게로 계량할 것이기 때문에 고르는 것에 자유롭고 또한 관대하다. 어떻게 보면 개수로 파는 것보다 무게를 계량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낱개(個, gè)는 소전체(小篆體)에서 보듯 원래 의미요소인 대나무 죽(竹)에 소리요소인 굳을 고(固)가 합쳐진 말로, 대나무가 낱개로, 한 개체씩 자라나는 것에서 그 의미가 확장된 걸로 보인다. 고대에는 가지가 없는 대나무는 개(個)로 세고, 여러 가지로 줄기가 뻗는 나무는 매(枚)로 세었는데, 지금도 개(個)는 사물을 세는 단위로 가장 널리 쓰인다.

신중국 건설 직후에는 사회주의 집단체제가 강조되며 개인은 철저하게 사라지고 집단의 가치가 우선시되었다. "못난 구두장이 셋이면 제갈공명을 이긴다(三个臭皮匠,賽過諸葛亮)"는 말처럼, 집단의 경험과 지혜가 합쳐지면 아무리 뛰어난 자본주의 기술에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시절이었다.

개혁개방과 한 자녀 정책 이후 슬슬 경제적 자유와 함께 개인의 개성(個性)과 독립된 자아로서의 가치가 중시되는 추세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스포츠분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단체종목에 유독 약하고, 개인종목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어쩌면 이런 추세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한 걸음은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一步一个脚印). 사회주의 집단체제의 흔적이 중국 어느 공원이나 무리를 지어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독특한 문화를 남겼다면, 자유분방한 소황제(小皇帝)들의 발랄함은 중국에 또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대나무는 독립된 개체로 철저히 혼자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땅 속 뿌리끼리 모두 서로 연결된 집단 운명체이다. 사회주의라는 땅 속 뿌리를 굳건히 하면서 개인의 사유재산이나 경제적 독립을 인정하는 중국의 모습이 흡사 대나무 숲을 닮아 있는 느낌이다.


태그:#個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