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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울산시의회의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정태 시의원이 "사연댐에 50년간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면 반구대암각화를 살릴 수 있다"고 하자 장수래 문화예술과장이 "중금속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20일 열린 울산시의회의 울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정태 시의원이 "사연댐에 50년간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면 반구대암각화를 살릴 수 있다"고 하자 장수래 문화예술과장이 "중금속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 울산시의회 인터넷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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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 댐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기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적 문화유산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에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구대 암각화 앞 대곡천 물을 모으는 사연댐은 우기 때면 수위가 60m에 이르러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만, 댐 수위를 52m 이하로만 낮추면 반구대 암각화는 1년 내내 물에 잠기지 않는다. 따라서 댐 밑에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면 수위를 낮출 수 있어 영구보존이 가능하다는 것.

김정태 시의원은 20일 진행된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연댐에 50년간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면 반구대 암각화를 살릴 수 있다"며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의 것이 아니라 나라의 것이다. 국가와 울산시가 공동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태 시의원은 "반구대 암각화를 역사공원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면 두고두고 지역의 먹을거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50년간 사연댐에 쌓인 수백만 루베(㎥)의 퇴적물을 제거해 댐 수위를 낮추면 반구댐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연댐에서 공급되던 물의 양만큼 회야댐 등 울산의 다른 댐에서 공급받으면 되기에 물 부족이 아니다"며 "울산시에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시에서 의지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장수래 울산시 문화예술과장은 "반구대 암각화에 쌓인 퇴적물은 수백만 루베가 아니라 50만 루베로 추정된다"며 "식수전용댐에 대한 준설을 한 사례가 없고, 장기간 쌓인 퇴적물을 준설하면 중금속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것은 문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수와 연계된 것이라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식수전용댐 준설 사례 없고 중금속 노출 우려" 부정적 입장

2013년 봄 갈수기 때 물에 잠기지 않은 반구대 암각화 모습.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2m 이하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2013년 봄 갈수기 때 물에 잠기지 않은 반구대 암각화 모습.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2m 이하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 사진작가 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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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1년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학교 탐사반이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통해 울산 태화강 상류 대곡천에 있는 가로 8m, 세로 2m가량의 바위에 사람이 고래를 잡는 모습 등 선사시대 생활상이 담긴 그림 수백 개가 새겨져 있는 문화재를 발굴했다.

반구대 암각화로 명명된 이 문화재에는 멧돼지가 교미하는 모습, 사슴이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 작살에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을 비롯해 사람이 사냥하는 장면,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이 묘사돼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됐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댐 수위가 높아져 반구대 암각화도 함께 물에 잠겼다가, 다시 건조기가 되면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 50여 년간 지속되면서, 퇴적암 재질인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가속화됐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물 부족이 아니다"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52m 이하로 낮추자는 안을 고수했지만, 울산시는 물 부족을 이유로 인공적인 물막이 댐 건설을 주장하며 맞섰고, 그 사이 암각화 훼손은 가속화됐다.

특히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이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문화재 위원들의 현장 방문 때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앞에 투명한 고강도 재질로써 수위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로 합의해 현재 설치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현재 카이네틱 댐 설치에 대한 실물모형 사전검증 실험과 실시설계 용역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카이네틱 댐 설치로 반구대 암각화와 주변 경관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해 10월 태풍 다나스가 울산을 덮친 후 당시 사연댐(만수위 60m)의 수위가 49.07m에서 49.69m로 올랐는데도 울산시가 낙동강 물 유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그동안 52m 이하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시민 식수가 부족하다 주장해온 것이 과연 맞나'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태풍 '다나스'가 알려준 반구대암각화의 진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기사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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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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