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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 국내에서 책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는 실제로 미얀마에서 겪어본 것과 많이 달랐다. 특히 숫자와 관계되는 정보는 대부분 지금 현실과 많이 다르다. 미얀마 인구만 하더라도 떠도는 자료에 의하면 6천만 명이 넘는다고 알았는데, 미얀마 상공회의소 말로는 올해 대대적 인구통계조사 결과 5100만 명 정도라고 했다.

물론 이 통계도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나 기타 취약계층은 통계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숫자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들도 대략적인 흐름만 읽어볼 것을 권했다. 실제 경험해보니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원래 오류였던 일부 정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미얀마 국내 사정이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얀마의 물가에 대해서도 평균 임금수준이나 기타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미얀마 물가를 추정하는 것은 큰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대부분 가격은 외국인에게는 더 비싸게 부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고 정해진 가격이라도 금세 두세 배로 올라가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만일 알려진 정보대로 미얀마 평균 임금이 70~100달러라는 기준으로 모든 물가를 추정하여 여행 계획을 짠다면 경비에 큰 구멍이 날 수 있다.

실제 여행 중에 겪어보면 이런 현실을 금방 체험할 수 있다. 바강(바간) 지역 입장료가 금년(2014년 5월) 기준으로 발행된 여행 가이드 책에는 분명 10달러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15달러를 받았다. 현지 공사장 잡부 일당이 3~5달러 정도라고 하니 그들의 임금이나 현지 음식값 등을 감안한다면 15달러라는 엄청난 입장료도 놀라웠고, 불과 4~5개월 만에 1~2달러도 아니고 5달러씩이나 올려서 받는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위 - 관광객 대상의 식당 가격표(우리 돈 1천 원 정도 식사 가격) 현지인은 더 싸게 받을 것임.
아래 - 일당 3500k(우리 돈 3500원)을 받는다는 17살 소녀들. 그들의 실생활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 10월.
▲ 미얀마 현지 물가 위 - 관광객 대상의 식당 가격표(우리 돈 1천 원 정도 식사 가격) 현지인은 더 싸게 받을 것임. 아래 - 일당 3500k(우리 돈 3500원)을 받는다는 17살 소녀들. 그들의 실생활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 10월.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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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듣는 것과 실제 보는 것은 다르다

현지 음식 값도 마찬가지다. 식당마다 다르고 특히 현지인과 외국인에게는 차별해 받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미얀마에서는 외국인은 봉이다. 일단 현지인 가격의 두 배는 기본이고 많게는 10배 이상 부른다. 바강(바간)의 어느 현지 식당에서 전날 저녁 인당 1600K(짯)을 내고 식사를 했는데, 다음 날 일행 중 한 명이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600K(짯)만 냈다고 했다. 이곳에서 사업할 거라고 얘기를 했더니 현지인 가격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짧은 여행 중에 익힌 현지 적응법은, 음식값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택시비나 물건을 살 때는 무조건 흥정을 통해 값을 깎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들이 생각하는 적정 이하의 가격으로 깎는다면 그들에게 큰 무례를 범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일행 중 한 명이 택시비를 흥정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그들 기준) 이하의 흥정을 요구했다가 '감자 한 알'(미얀마에서는 '수다쟁이 = sagarmyar 세가먀'를 양곤에서는 속어로 감자라는 뜻의 '아루'라고 표현한다. 그러니까 '아루'라고 표현한 것은 '수다쟁이야 그만 떠들라'는 의미인 것이다. 욕도 참 순박한 것 같다)을 얻어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듯 외국인에게 필요 이상의 비용 지불을 당연시 하는 것은 장차 미얀마를 찾는 여행객에게는 큰 불편함을 줄 것이다. 물론 그 나라 문화와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것은 맞지만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돈이 많을 것이라는 사고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큰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조금 더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용이 적정한 수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레지역 출입 시 지불했던 인당 10달러도 그 지역 쓸 만한 숙소비용이 20~30달러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강(바간)에 들어갈 때 인당 15달러을 낼 때는 강탈 당하는 느낌이 들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2014년 10월, 10$짜리 인레지역(上) 입장권과 15$ 하는 바강(바간)지역 입장권(下)
▲ 여행지 입장권 2014년 10월, 10$짜리 인레지역(上) 입장권과 15$ 하는 바강(바간)지역 입장권(下)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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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체험 극과 극

미얀마가 최근 1년 새 가장 많이 변한 것을 꼽으라면 양곤 시내의 임대료와 호텔 요금이라고 한다. 실제 현지 사업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양곤 시내의 임대료는 1년에 두 배는 기본이고 많게는 10배 정도 뛰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 사업하는 한인 중에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외곽으로 자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호텔요금 등 숙박비도 많이 올랐다. 특히 양곤 시내의 호텔은 2~3년 전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불과 2~3년 전 20~30달러 하던 고급 호텔이 지금은 200~300달러로도 예약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 동안 호텔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개방과 함께 찾아드는 외국인 손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소식이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암울한 소식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미얀마에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만 되었다면 거기에 맞는 숙소를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일행도 처음 묵은 호텔은 하루 200달러 가까이 된다는 호텔이었고 미얀마 여행 마지막에는 경비가 떨어져 양곤 후미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단돈 5달러에(간단한 조식 포함) 하룻밤을 머물렀으니 말이다. 물론 5달러짜리 방에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하룻밤 200$짜리 호텔방(上)과 단돈 5$짜리 방(下)이 공존하는 양곤(2014년 10월)
▲ 미얀마의 두 얼굴 하룻밤 200$짜리 호텔방(上)과 단돈 5$짜리 방(下)이 공존하는 양곤(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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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가난한 나라라고?

미얀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후진국, 경제원조를 받아야 하는 낙후된 나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본 미얀마는 결코 그런 나라로 보이지 않았다. 미얀마는 일반 기준으로 비교하는 잣대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 돈은 있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 나라 같았고 일부 군부나 정치세력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 듯했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미얀마 곳곳에 세워져 있는 수많은 파고다 앞 불전함(?)만 보아도, 그 수많은 지폐들이 비바람 맞으며 방치되어 있는 것에 좀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이방인 입장에서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미얀마는 나라가 경제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빠진다 해도 걱정 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황금의 나라라는 말처럼 나라 곳곳에 세워져 있는 황금 파고다에 입혀진 금값만도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기 때문이다.

양곤의 얼굴 쉐다곤 파고다에는 지금까지 기증된 금이 약 60톤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금의 값어치만 대략 추정해보니 2조4천억(60t * 현재 금시세 1g = 4만 원 추정)원이나 된다. 탑 꼭대기 부분에 73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주변의 1800캐럿의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 등은 제외한 추정치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얀마에는 나라 곳곳에 황금 옷을 입은 수많은 파고다가 흩어져 있다.

이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파고다마다 매일 수많은 금들이 붙여지고 있으니 미얀마 금은 매일매일 자라고 있는 셈이다. 미얀마는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진짜 알부자 중의 알부자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종교적인 의식으로 쌓인 금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는 것이 불경스런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미얀마를 함부로 폄하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1년에 두 차례 탑 꼭대기까지 불자들이 시주한 금박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금박 작업을 하는 시기였다.(2014년 10월)
▲ 쉐다곤 파고다 1년에 두 차례 탑 꼭대기까지 불자들이 시주한 금박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금박 작업을 하는 시기였다.(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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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탓에 요즘 여행자들에게 라오스가 대세라는 말을 들었다. 라오스를 가보지 못했지만 대략 방송을 보니 미얀마와 비슷한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나라가 더 좋고 덜 좋고 하는 비교는 옳지 않다. 하지만 미얀마의 사랑에 흠뻑 빠진 나는 미얀마에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그 대신 미얀마에 가려거든 관광용 볼거리를 찾지 말고 지친 영혼을 위한 여행자로 떠나보기를 권한다. 그 여행에 도움이 되는 미얀마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다음 글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미얀마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면면들을 알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어 그들의 순수함이 때묻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혹시 바로 미얀마로 떠날 작정이면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한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지금 내가 쓴 이 글도 이미 지나버린 정보일 수도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만큼 지금 미얀마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급격한 변화를 타고 있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 미얀마 지명이나 건물명은 되도록 현지어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 하였으며 일부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이름으로 표기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태그:#미얀마, #양곤, #미얀마 물가, #미얀마 숙박비,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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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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