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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월 8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에서 평택법원까지 약 3km 3보1배를 하며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0월 8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에서 평택법원까지 약 3km 3보1배를 하며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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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의 정리해고, 필사적인 파업투쟁과 살인적인 경찰진압, 그렇게 쌍용차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맨 지도 어언 5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어도, 그동안 25명의 노동자들과 가족이 삶에 치이고 몰린 끝에 하염없이 죽어나갔어도, 살아남은 이들이 필사적으로 싸웠어도, 현실은 요지부동 그 자체다. 당사자들은 물론, 함께 하는 이들에게도 참담한, 아니 정녕 놀라운 현실이다. 2014년 오늘,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다가오는 11월 11일이면 쌍용차 정리해고 2000일을 맞는다.

"25명의 죽음들이 이어질 때마다 우리 싸움의 미약함이 두려웠습니다.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매일 매일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몸부림의 지난 일들이 문득 후회스러워질까 우린 늘 두렵습니다. 투쟁 2000일은 그런 두려움의 하루가 모인 2000일입니다."

11월 15일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열릴 '쌍용차 투쟁 2000일 '함께''를 준비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토로한 절박한 심정이다.

11월 3일 11시, 두려움이 깃든 절박함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 촉구 및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여의도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야말로 정치인들이 와야 할 자리 아닌가?' '권력을 틀어쥔 소위 집권여당의 정치인, 특히 문제 해결을 위한 약속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제는 좀 나서야 하지 않나?' 기자회견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자 분노였다.

"노·사·정 외에 정치권, 종교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 통합적 관점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테이블 마련에 조속히 협조하겠다."

지난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10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의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를 책임진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한 말이라 치자. 이제 원대로 집권을 했으면, 힘을 지녔으면, 그 힘을 제대로 써야 할 것 아닌가. 설령 약속을 하지 않았어도, 소위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면 이런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현실에서 잘못된 매듭,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싸움으로 법정에서 매듭을 풀고 나니, 현실이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원의 판결은 더디기만 하다. 해고가 잘못이었다고 밝혀내도, 막상 돌아갈 '현실'이 없어진다. 정년을 넘기는 노동자들이 늘어난다.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정치가 실종된 탓이다. 기자회견 후, 김득중 지부장이 면담을 위해 새누리당을 찾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없었다. 실종된 정치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비온 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늦가을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다. 요즘 하늘은 잿빛이기 일쑤지만, 가끔은 오늘처럼 자기의 본 모습인 '하늘'색으로 우리의 마음을 풀어준다.

정치인들도 가끔은 저렇게 자기의 본 모습인 '정치'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 지나친 기대일까. 쌍용차 노동자들은 다시 대법원으로 간다.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11월 13일로 예정되었다. 관심을 갖고 격려를 보내자.

11월 15일, 평택공장 앞의 '2000인 선언',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한껏 힘을 모으자.

쌍용차 사태, 많은 '우리'의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조현철님은 예수회 신부이자 서강대학교 교수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쌍용자동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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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예수회 신부로 서강대학교 교수로 일합니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과 녹색연합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함께, 조금 더 작게,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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