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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그림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고문서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그림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고문서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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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나 경찰이 통신망을 기웃거리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감청 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엿듣기 위해서입니다. 오가는 편지, 대화, 문서 등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있고, 어떤 일을 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고받는 문서는 서로의 생각일 수도 있고 약속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된 문서를 그 시대 상을 담고 그릇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실일지라도 말로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한낱 설화나 전설로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서로 작성돼 전해지는 이야기라면 기록으로 전해지는 역사가 됩니다.

우린 고문서 하면 응당 한자로 돼 있고, 오래된 세월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색깔조차 누렇게 바랜 문서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한자만 있었던 것도, 한자로 작성된 문서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한글은 세종대왕대에 만들어졌으니 그 역사만 해도 무려 수백 년이 훌쩍 넘습니다.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한글로 문서를 작성한 경우가 전혀 없지 않을 테니 한글로 작성된 고문서도 꽤나 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함에도 지금껏 한글로 작성된 고문서가 널리 발굴되지 않았다는 건 커다란 아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글 고문서에 담겨 있는 조선사람들의 삶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책표지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책표지
ⓒ 도서출판 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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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사람들의 삶>(지은이 이상규, 펴낸곳 도서출판 경진 )은 한글로 된 고문서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을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역사 투시경 같은 내용입니다.

수백 년 또는 수십 년 세월쯤은 훌쩍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어떤 내용으로 뜻을 전하고, 어떤 방식으로 금전거래 등을 입증했는지를 원문과 영인본 그리고 설명 등을 통해 세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관에서 작성된 관부문서, 유서, 청원서, 재판 판결문과 같은 기록도 있고, 분재기, 명문, 수표, 퉁문처럼 개인이 작성한 여러 종류의 사인문서들을 폭 넓게 보여주고 있어 그때 당시의 공문 형식과 개인 간에 주고받던 내용 등을 통해 시대상을 읽기에 충분합니다.

이 수표는 전북대학교 박물관 소장(No. 07240)자료이다. 무자(1888년으로 추정)년 12월에 작성된 것으로 표주는 영기연이고 증인으로 순천과 장군방 두 사람이 수결했다.

수표
이 수표는 다름 아니라 하동 중터에 사는 양기연의 중대치평 두 마지기를 전단이 10냥을 5일 안으로 한정하고 영영 잡히되 시간이 경과한 즉시 이 논을 영영 방매 하급(下級)함은 만일 잡담이 생기는 즉, 표로 관에 고해서 바로 잡게 한다.

표주 양기연 (수장)
무자 십이월
증인 순천(수결)
장군방(수결)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159쪽-
무자(1888)년에 작성 된 것으로 보이는 수표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159쪽-
 무자(1888)년에 작성 된 것으로 보이는 수표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159쪽-
ⓒ 도서출판 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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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관부문서'와 '사인분서'에 대한 설명에 이어 한글 고문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토대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한글 고문서에 대한 정의, 고문서의 분류, 한글 고문서의 분류 체계, 한글 고문서 명칭 표준화, 한글 고문서의 유형에 이어 그동안 발굴돼 소개된 한글 고문서, 전국 처처에 소장돼 있는 자료들에 대한 제원까지 세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글 고문서들은 그 시대를 살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관찰창이 되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 들은 한글 고문서를 연구하려는 후학들에겐 그들이 나갈 바를 지시해 주는 등댓불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지은이 이상규 / 펴낸곳 도서출판 경진 / 2014년 10월 9일 / 값 2만 2000원)



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이상규 엮음, 경진(2014)


태그:#한글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 사람들의 삶, #이상규, #도서출판 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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