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 교육을 말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 교육을 말하고 있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 24일 전남 목포 세한대 평생교육원 7층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북 콘서트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해 오연호 대표의 재치 있는 입담과 정곡을 찌르는 전달력에 푹 빠져 들었다. 특히 학부모들은 덴마크 교육방식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러운 듯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이날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북 콘서트를 주최한 전남학부모협동조합의 조합원, 즉 학부모들이었다. 여기에 평소 전남학부모협동조합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사)한국과학기술캠프협회 목포교육원 호랑이교장캠프 인솔교사들이 전원 참석해 오연호 대표와 함께 했다.

언제쯤 우리는 청바지 교장선생님 볼 수 있을까요

전남학부모협동조합 1호 조합원인 김재영 시인과 신안지부장을 맡고 있는 손선숙 조합원이 북 콘서트 전 청중들에게 가을 시를 선사하고 있다.
▲ 북 콘서트 전 시낭송하는 김재영 시인과 손선숙 플룻 연주가 전남학부모협동조합 1호 조합원인 김재영 시인과 신안지부장을 맡고 있는 손선숙 조합원이 북 콘서트 전 청중들에게 가을 시를 선사하고 있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오연호 대표의 강연에 푹 빠진 목포 학부모들
 오연호 대표의 강연에 푹 빠진 목포 학부모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콘서트 서두에 '어떤 대상으로 강의를 했을 때 가장 힘들 것 같나'라는 오 대표의 질문에 방청객들 사이에선 "교장 선생님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쪽에서는 큰 웃음이 나왔다. 바로 얼마 전 은퇴하고 현재 호랑이교장캠프 목포교육원장으로 재능기부 봉사를 하고 있는 최만록 교장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김종숙 인솔교사의 장난 섞인 답변이었지만 스크린에 비친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그리고 빨간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덴마크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퇴직 후에도 늘 재킷을 걸쳐야 하는 최만록 교장 선생님 아니 대부분의 대한민국 교장선생님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또 선생님이 앞에서 가르치고 있어도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건방지다라는 느낌보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교육현장에선 정규시간 이후 보충수업 개념으로 진행되는 '방과 후 학교'가 덴마크에선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1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엔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날 북 콘서트에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 이상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참석자들이 많게는 수 십권을 책을 구입하여 오연호 작가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 북 콘서트를 마치고 오연호 작가의 사인을 받기위해 길게 늘어선 청중들 이 날 북 콘서트에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 이상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참석자들이 많게는 수 십권을 책을 구입하여 오연호 작가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오연호 대표의 강의를 통해 사람들은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얼었다. 하지만 호랑이교장 인솔교사들에겐 무엇보다도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떠안은 시간이었다.

북 콘서트 후 떠나는 호랑이 교장 캠프

목포 호랑이 교장 캠프를 이끌고 있는 최만록 교장선생님과 새끼 호랑이들
 목포 호랑이 교장 캠프를 이끌고 있는 최만록 교장선생님과 새끼 호랑이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다음 날 아침 7시, 호랑이교장 인솔교사들은 다시 모였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1박2일의 캠프가 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는 '내 고장 알기' 체험으로 광주와 순천만 일대를 돌아볼 예정이었다.

지난 달에 이어 핸드폰 소지를 금지했기 때문인지 몇 몇 아이들의 입가엔 볼멘소리가 여전했다. 인원 수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앉은 번호를 실시하기도 했다. 요즘 인기 있는 군대 체험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덴마크에선 인원 파악을 어떻게 할 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 인솔교사들의 이야기는 어제 참석했던 오연호 대표 북콘서트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아이들의 절제되지 못한 행동에 호통을 치다가도 이런 태도가 과연 아이들에게 옳은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곳곳엔 교장선생님이 계신다

이 날 문화해설사 선생님은 말 안듣는 새끼 호랑이들 때문에 무척 고생하셧다.
▲ 박물관 해설을 듣고 있는 아이들 이 날 문화해설사 선생님은 말 안듣는 새끼 호랑이들 때문에 무척 고생하셧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먼저 도착한 곳은 국립광주박물관이었다. 고삐 풀린 100명의 아이들이 박물관을 접수하다 보니 박물관 측 해설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해설사의 목청이 높아졌다. 그런다고 겁먹을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련한 해설사의 압도하는 목소리는 어느새 아이들의 기를 죽이고 장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의자가 부족해 많은 아이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해설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어제 본 덴마크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아이들의 표정과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강의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험한 인상을 지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해설사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고 노년의 해설사는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100여 명 중 앞에 앉은 20여 명의 학생들이 그나마 집중했기에 진행될 수 있었다. 덴마크 같았으면 원하는 학생들만 해설을 듣고 나머지는 그냥 박물관을 둘러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그 해설사분이 퇴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라는 사실에 인솔교사들의 눈빛에 웃음이 가득했다.

박물관 견학 후 이동한 곳은 우리 지역 최대의 놀이공원이었다. 주말이라 많은 가족들이 몰려들어 매우 혼잡했다. 여기에 분홍색 조끼를 입은 새끼 호랑이 100명이 각종 놀이기구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아이들은 즐겁고 신난 모양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뛰어 노는 게 아이들다웠다.

이슬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기자가 인솔한 조의 학생들 중 유독 캠프생활에 어울리지 못한 한 명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중2병에 걸린 학생이다. 더욱이 지난달부터 실시된 핸드폰 소지 금지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 학생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제 덴마크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다. 우리 인솔 교사들이 호랑이교장 캠프가 아무리 유익하다고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원하지 않은 캠프에 참여한 이 학생에게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녀석도 놀이기구 앞에선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평소 같으면 혼자 돌아다니던 녀석이 조원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는 모습은 평범한 중학생의 모습이었다.

게임하다 배꼽빠진 아이!
 게임하다 배꼽빠진 아이!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숙소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강당에 모여 보드게임 대회를 열었다. 전남학부모협동조합 박형준 상무가 스마트폰 게임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가족과 함께 즐기도록 하기 위해 개발해 최근 출시된 '파이브 텐' 게임대회였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12간지, 숫자와 작전수행능력을 배우게 되는 '파이브 텐'을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4명이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하면서 떠들고 배꼽을 잡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그 녀석은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유치하게 생각했는지 동참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화를 내며 그룹에 끼워 넣으려 애를 썼을 나였지만 덴마크가 떠올라 그 녀석 의견을 물어보았더니 하기 싫단다. 그러면 혼자 숙소에 가는 것은 위험하니 옆에서 지켜보라고 했더니 고개만 끄덕였다. 이슬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데 아무리 유익한 활동이라도  이 녀석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숙소에 들어가서도 게임을 하게 해주라고 난리였다. 북 콘서트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는지 인솔교사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마냥 밤새도록 아이들에게 자유를 줄 순 없었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취침 시간을 인솔교사가 정해놓고 강제로 소등을 시켰을 것이지만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호랑이교장캠프가 될 것

"너희들 몇 시까지 게임을 할 거니? 너희들이 의논해서 정해라!"

돌아온 대답은 "1시까지요!"였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생각해 아이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합의 결과는 12시 30분이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지켜졌다.

다정한 엄마와 아이같은 양루시아 인솔교사와 아이들
 다정한 엄마와 아이같은 양루시아 인솔교사와 아이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에게 포위된 정경숙 호랑이교장 선생님
 아이들에게 포위된 정경숙 호랑이교장 선생님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똘똘뭉쳐 함께 다니는 김종숙 선생님과 아이들
 똘똘뭉쳐 함께 다니는 김종숙 선생님과 아이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다른 조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좋은 나!
 다른 조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좋은 나!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다음 날 순천만 일대를 돌아보고 목포로 돌아오면서 인솔교사들은 앞으로 호랑이교장 캠프의 지도방안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아이들이 전적으로 반기를 들고 일어서는 핸드폰 소지 금지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오연호 대표의 북 콘서트 말미 방청객 질문 시간에 한 청중이 오연호 대표에게 "덴마크 교육이 옳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현실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연호 대표도 한 마디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맞다. 우리나라 교육풍경이 조금씩이지만 변하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어느 한순간에 덴마크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오연호 대표와 같은 지식인들이 앞장서고, 호랑이 교장 캠프 인솔교사들이 현장에서 적용하고,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변한다면 우리도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오연호 목포 북콘서트, #전남학부모협동조합, #목포 호랑이교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