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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월 2일 입적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법구가 오는 3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에 운구돼 보경당에 모셔졌다.
 지난 2012년 1월 2일 입적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법구가 오는 3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에 운구돼 보경당에 모셔졌다.
ⓒ 합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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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발로 뛰겠다."

한국 불교 대표 학승이자 전 조계종 수장을 지낸 지관 스님(1932~2012)이 지난 2005년 10월 32대 총무원장직을 수락하며 건넨 메시지다. 스님은 누구보다 불교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사례가 불거지자 초유의 범불교대회를 열어 맨 앞에 앞장서서 불교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관 스님은 1998년 '원융 화합' 정신에 따라 분규 과정에서 승적을 박탈당한 스님들을 사면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사회 안정과 정치적 통합에 기여하며 불교가 지닌 상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증명하듯 스님은 불교의 사회적 관계 강화를 위한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을 창립해 불교의 위상을 높였다. 남북 평화의 물꼬도 텄다. 남북 불교 화합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 복원을 추진했다.

2008년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종교 편향 작태를 온몸으로 저항했다. 서울 광장에서 수십 만 불자와 스님이 모이는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 이 무렵 유행했던 법어가 바로 '인평불어 수평불류'다. 즉 공평 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면 사람도 말이 없고, 물도 평탄함을 만나면 조용히 머문다는 의미다. 공정함과 평등함, 투명함과 정직함이 매사에 투철해야 한다는 법어다.

내가 할 일, 남이 할 일 따로 없다

스님은 평생 공부에 매진했다. 스님은 세계최대의 불교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을 편찬했다. 이 책은 한국불교 1700년 역사상 일반·세계·한국불교 술어를 집대성한 불교학 연구의 결정판이다. 이런 중에도 스님은 불교 종단 조직의 화합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떠났다. 스님은 총무원장 신분으로 행정 부분의 어려운 일도 도맡아 처리했다. 내가 할 일, 남이 할 일이 따로 없기에 격을 내려놓고 발로 뛰며 몸소 불법을 실천했다. 아래는 그 행적을 보여주는 지관스님의 말씀이다.

"조계종은 1962년 통합 종단 출범 이후 1994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분규를 겪으면서 멸빈의 징계를 당한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근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이 분들의 징계를 풀어 종단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 반대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분들에게 간곡히 요청하고 이해를 구해 정해진 절차를 밟아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우리 종단은 과거에 비해 대형 불사에 치우친 감이 있다. 절 짓고 확충하는 등 모양새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행이나 성보문화재 등 정신적인 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외형 불사를 줄이더라도 이 부분(수행 등 정신적인 면)을 확충해나갈 생각이다."

조계종의 붕당 정치가 불교 멸빈시켜

현재 조계종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안으로는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의 큰 어른인 송담 스님의 탈종, 도박과 폭력 등의 불법 사태 확산, 일부 주지 스님의 사찰 불법 매각, 양심선언 스님들의 강제적 멸빈 징계, 종회의원 선거의 회유 협박 논란 등이 그것이다.

오죽했으면 중앙 종회 의원이었던 한 스님은 조계종 내의 수구 보수 세력 때문에 불교가 타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런 탓에 20년만에 승려대회를 열어서라도 불교 개혁의 한 획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끝난 중앙종회의원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연임된 자승 총무원장 스님 종파로 분류되는 '불교 광장'이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 마치 국회 정치계와 똑같은 붕당정치가 재현된 양상이다. 이로써 내부 권력의 총체화만 거듭될 수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의 논리는 더 이상 조계종에서 발현될 수 없는 이유다.

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에 대한 의혹도 불교계의 정화 목소리에 한 몫을 했다. 몇 년 전부터 불교계는 ▲자승 스님의 관악산 연주암 주지 측근 임명 관행 ▲ 총무원장 선거 시 금권청탁 의혹 ▲ MB캠프 선거운동 의혹 ▲ MB에 충성맹세 의혹 ▲ 봉은사 직영사건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

맑은 거울처럼 자신의 행동을 두루 살피라

상구보리 하화중생(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을 일생동안 몸소 실천하며 한국 불교사에 커다한 업적을 남긴 지관 큰스님. 스님은 모든 사회의 병폐가 자기위주로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며 맑은 물, 맑은 거울처럼 자신의 행동을 두루 살펴야 맑은 사회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이 남긴 법문의 울림이 언제쯤 조계종단에 울려 퍼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날이 저물고 추워지면 오리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닭은 횃대로 올라갑니다. 오리와 닭이 차가운 물속과 횃대로 가는 것은 무엇을 뜻하느냐. 만유의 생명체는 뜻과 기호와 욕망, 희망이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희망에 맞춰 상대를 비판하거나 남을 끌어오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 공존, 화합이 올 수 있습니다." (2007년 신년 기자회견 법어 중에서)

지관 큰스님(1932~2012. 법랍 66. 세수 80)
본관은 경주, 법명 지관, 법호는 가산이며, 속명은 해붕이다. 1932년 경상북도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의 경주이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병을 앓다가 '옴마니반메홈' 진언을 외워 치료한 일이 불가에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1947년 경상남도 합천 해인사에서 자운 율사를 은사로 출가하여 사미계를 받았다. 1959년 구족계를 받았다. 1957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한 뒤 1963년 마산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다. 1976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님은 1970년까지 강주로써 후학을 지도했다. 1970년 해인사 주지가 되어 최연소 본사 주지의 기록을 남겼다. 1975년 동국대학교 선학과 교수가 되어 1998년까지 재직했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동국대학교 11대 총장을 역임했다. 1993년 12월부터 1996년 5월까지 2번째로 해인사 주지를 지냈다. 2004년 조계종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2005년 10월에는 대한불교조계종 32대 총무원장에 선출되어 2009년 11월에 임기를 마쳤다. 2012년 1월 2일 서울 경국사에서 세수 80세, 법랍 66세로 입적했다.

스님의 저서로는 <교감역주 역대고승비문>, <남북전육부 율장비교연구>, <야산해인사지>, <가산불교대사림>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2001년 은관문화장, 2005년 만해학술대상, 2012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출처 : 두산 백과)


덧붙이는 글 | <인천불교신문>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대한불교조계종, #지관 스님, #자승 스님, #원융화합, #가산불교대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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