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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항과 바로 인접해 있는 ‘HAA고베옥션’에서 바라 본 고베항 중고차 부두 전경. 일본 수출 중고자동차는 경매시장에서 약 20%를 차지 하고 있으며, 낙찰 되면 바로 중고차 부두로 이동해 선적한다.
▲ 고베항 중고차 부두 일본 고베항과 바로 인접해 있는 ‘HAA고베옥션’에서 바라 본 고베항 중고차 부두 전경. 일본 수출 중고자동차는 경매시장에서 약 20%를 차지 하고 있으며, 낙찰 되면 바로 중고차 부두로 이동해 선적한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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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에 중고자동차 116만 대를 수출했다. 일본 중고차의 대부분은 일본 내 경매장 130여 개에서 매매되고,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중 80%는 내수시장, 20%는 수출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나고야·요코하마·고베·사카이 순으로 중고차를 많이 수출하고 있다. 고베에서 지난해 수출한 중고차는 14만 대로 전체 116만 대의 약 12%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국은 북·동아프리카, 중동, 뉴질랜드, 러시아이다.

인천항에 인천항만공사가 있는 것처럼, 고베항에도 고베항만공사가 있다. 인천과 다른 점은 고베항만공사는 지방공기업이라는 점이다. 고베항은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으로 무너졌는데, 복구 후 고베항에 중고차 경매단지를 조성했다.

고베 대지진은 지역경제를 흔들었다. 주택가는 물론 산업시설 등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됐다. 승승장구하던 고베항 역시 큰 타격을 입어 물동량이 대폭 줄었다.

일본 정부는 1997년까지 5400억 엔을 투입해 항만 인프라를 복구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고베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부산항과 상하이항 등으로 대거 이전했다. 1994년 241만 TEU(길이 20피트(6.1m)의 컨테이너)를 기록한 물동량은 지진 발생 이후 140만 TEU로 줄었다.

고베시는 대안으로 중고차 수출산업을 유치했다. 중고차 경매장을 항만 배후단지에 유치해 중고차 산업 활성화와 수출을 통한 항만 물동량 창출을 꾀했다. 또, 일본 정부가 자동차 연식이 오래될수록 누진세를 적용하는 '자동차리사이클법'을 2005년에 제정하고, 폐차 시 비용부담을 늘리면서 중고차 수출이 늘었다.

일본 중고차 경매장은 고베시 사례처럼 대부분 항만이 발달한 도시에 들어서 있고, 또 항만에 인접해 있다. 경매장에선 해외 바이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이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지출하는 부대비용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주고 있다.

중고차 경매장 'HAA고베옥션'은 고베항만 시설 중 약 12만㎡를 고베시로부터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HAA고베옥션이 들어설 수 있게 고베시가 부지를 저렴하게 임대했다. HAA고베옥션은 고베공항(국내선)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고, 고베항 선석과 바로 붙어 있어, 바이어의 주문 시 선적이 바로 가능하다.

고베시가 경매장 임차료 저렴하게 지원

HAA고베옥션은 경매장 130여 개 가운데 실적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에 경매를 실시한다. 하루에 중고차 약 1만 대가 출품되고, 이중 5500여 대가 낙찰된다. 낙찰된 차량 중 20%는 수출된다. 경매장엔 경매좌석 1500개가 깔려 있다. HAA고베 옥션에는 중고차 매매 회사 2000여 개가 가입돼 있고, 이중 30%는 수출업체다.

일본 중고차시장의 거래 방식은 HAA고베옥션처럼 중고차 경매시장 운영업체에 등록한 회원사들이 매입한 차량을 경매시장에 출품 등록하면, 다른 업체가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내수시장에 되팔거나 수출하는 방식이다.

출품 등록 시, 차량에 대한 정보가 있는 그대로 반영된다. 출품 등록 업체가 희망가격을 제시한다. 성능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바랄 경우 낙찰이 안 되고 수수료만 발생하기 때문에 중고차 매도자는 경매장 등록 회원사와 성능대비 적정가격을 써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HAA고베옥션장 경매시스템과 중고차 보관시설은 'HAA'가 투자해 조성했다. HAA고베옥션은 출품·거래·낙찰수수료를 통해 매출을 일으킨다.

보관료를 따로 받는 것은 아니지만, 출품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경매에서 낙찰 받지 못한 차량이 다음에 다시 출품하면 수수료를 다시 내야 한다. 매물차량이 경매장에 들어오면 HAA고베옥션은 차량을 검사하고, 차량에 대한 정보자료를 인터넷에 올려 경매 참여자들이 미리 알 수 있게 한다. 차량 한 대가 거래되는 데 평균 15초 걸린다.

중고차 매매업체, 주차장 갖춰야 등록
  
정보통신의 발달은 중고자동차 인터넷 경매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사진은 ‘USS 오사카 옥션’에서 진행 되고 있는 경매 상황이다. USS 오사카 옥션’에서만 하루 9000대가 출품 된다.
▲ USS 오사카 옥션 정보통신의 발달은 중고자동차 인터넷 경매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사진은 ‘USS 오사카 옥션’에서 진행 되고 있는 경매 상황이다. USS 오사카 옥션’에서만 하루 9000대가 출품 된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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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옥션'은 일본 내 최대의 중고차 경매 회사다. 경매장 18개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경매업체 중 실적 1위다. 본사는 도요타 본사가 있는 나고야에 있으며, 경매는 매주 한 번 열린다. 'USS고베옥션'에는 회원사 2000여 개가 등록돼 있고, 하루 출품량은 9000대다. 낙찰 성공률은 62.5%, 평균 낙찰가격은 85만 엔이다.

일본 경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큰 'USS도쿄옥션'은 전국 1위 매장으로 부지만 약 30만 평(2㎞×0.5㎞)이다. 경매회사 3500여 개가 참여해 하루 1만 4000대를 출품하는데, 낙찰률은 65%, 평균 낙찰가는 80만 엔이다.

USS옥션의 특징 중 하나는 차종별로 경매장이 특화돼있다는 점이다. 중장비 차량에 대한 경매는 삿포로·니카이·요코하마 등 5개 지역에 특화돼있다. 'USS R나고야'의 경우 중고차 중에서도 상태가 가장 안 좋은 차량을 위한 경매장인데, 낙찰 차량 85%의 가격이 9000엔 정도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일본 중고차 경매시장에도 인터넷 회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USS옥션만 보더라도 인터넷으로 참여하는 회원이 전국적으로 약 3만 8000명이다. 위성TV로 참여하는 회원은 6000명 정도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인터넷 경매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2000년부터 경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는데, 당시 7.6%였던 인터넷 비중이 2013년엔 58%로 성장했다.

다만, 현장 경매장에 참여하는 회원(중고차 매매 업체)은 회비가 없지만, 인터넷 회원의 경우 연간 1만 엔, 위성TV의 경우 6만 엔을 회비로 내야 한다. 낙찰수수료 역시 경매장에서 내는 수수료보다 훨씬 비싸다. USS옥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매매 자격증에 1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보증인 2명이 있어야 하며, 특히 주차장(야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본의 중고차 매매업체는 한국처럼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업자가 각자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USS옥션에 출품된 자동차는 230만 대였고, 이중 154만 대가 낙찰됐다. 낙찰된 차량 중 20% 정도가 수출됐다.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믿고 구매

한국의 중고차 수출 방식은, 해외 바이어가 고용한 중개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머물면서 해외 바이어의 주문대로 중고차 수출업체가 밀집한 야적장에서 차량을 매입한 뒤 인천항으로 가져와 배에 실어 보내, 현지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의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중고차 수출업체가 경매장에서 차량을 구매한 뒤 그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고, 해외 바이어가 구매하면 경매장과 인접한 항만에서 바로 선적해 보낸다. 팔리지 않은 건 내수용으로 판매한다.

두 차이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다. 일본은 전자경매를 통해 성능 대비 차량가격을 매긴다. 가격을 성능보다 비싸게 책정하면 유찰되기 마련이고, 성능보다 가격이 낮게 나오면 경쟁이 치열하지만, 적정가격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출품 전 차량 검사가 철저하다. 차량검사원은 경매장이 양성한 전문 정비사가 맡는다. 검사 결과에 대해 차량 구매자와 판매자는 물론 국제시장에서도 신뢰가 있어, 차량을 직접 보지 않고 온라인이나 위성TV를 통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다.

또, 일본 중고차 경매장은 항만에 인접해있어 물류비 절감은 물론 항만 물동량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베항 카미구미 부두는 자동차를 주로 처리하는데, 중고차 중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하는 물량만 월 700~800대다.

경매장에서 중고차를 낙찰 받은 수출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맺고, 해당 차량이 부두에 들어서면 부두 운영 회사는 선적부터 운송·보관·통관에 이르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고차 수출, #일본 중고차, #USS오사카 옥션, #HAA고베 옥션, #일본 중고차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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