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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전에 대해 생각할 것은 현재도 위험하지만 그 위험성이 미래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미래가 더 위험하다. 현재 사용 중인 핵연료도 문제지만 사용 후 핵연료 또한 방사능 방출이란 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는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임시 저장하거나 재처리하는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원전국가 31개국 중 핀란드 외에는 아직 임시 저장이 고작이다. 미국도 최종 처분장으로 네바다 주 유카 산을 2002년에 선정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2010년 이 계획을 완전히 중단했다. 원전 비율이 74.1%나 되는 프랑스는 2015년에 건설허가를 신청하고 2025년부터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해도 여전히 위험

<사용후핵연료 딜레마>(김명자, 김효민 지음 / 2014. 5 / 까치 펴냄 / 308쩍 / 1만5000 원)
 <사용후핵연료 딜레마>(김명자, 김효민 지음 / 2014. 5 / 까치 펴냄 / 308쩍 / 1만5000 원)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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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하여 <사용후핵연료 딜레마>에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국가에 따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기도 하고, 또한 재처리가 가능한 핵연료 자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하게도 어느 쪽으로 보든 간에 기술적, 경제적으로 미완의 정책과제라는 사실이다.

폐기물로 보는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독성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암반 심지층에 가두는 것이 현존하는 처리방식이다. 세계 최초로 핀란드에서 짓고 있는 온칼로 시설의 설계수명은 10만 년에 이른다. 미래 세대에 엄청난 환경적 위험을 안겨준다는 윤리적 이슈가 제기되는 이유이다."(본문 11쪽 중에서)

재처리는 경제성이 떨어지고 국제적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에도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혹 재처리를 한다 해도 여전히 방사성 폐기물은 남는다. 재처리는 이래저래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재처리 과정(퓨렉스)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서는 재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적으로 재처리를 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우라늄 산화물뿐 아니라 플루토늄 산화물이 발생한다. 이를 혼합(MOX연료)하여 재사용하는데 우라늄 핵연료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 책에 따르면, 플루토늄은 우리 인체가 이온화 방사선을 방어하는 능력이 있어 외부에 있을 때는 해롭지 않다. 그러나 인체로 들어오는 순간 매우 위험하다.

"플루토늄에서 나오는 알파 방사선이 세포를 파괴하고 신장 등의 장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플루토늄 연료를 쓰면 원자로의 수명도 더 빨리 단축된다. 플루토늄의 핵분열에서는 우라늄의 경우보다 더 많은 중성자가 발생되어 원자로 압력용기와 충돌하여 내구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본문 49쪽 중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소, 테러에 무방비 상태

사용 후 핵연료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말했듯, 핀란드만 저장소를 가지고 있고 스웨덴이 저장소를 건설 중에 있을 뿐이다. 3·11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물이 빠지면서 폭발이 일어나 대량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사고뿐 아니라 테러 위험에도 무방비 상태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2003년에 시민단체들이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 수조가 안전상 취약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미국국립아카데미(NAS)가 조사에 나섰고 아래와 같이 결론을 내렸다.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수조를 공격한다면 쉽지는 않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지르코늄 피복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면 화재가 확산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본문 61쪽 중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여주듯 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가 파괴되어 물이 유출되고 방사능이 다량 방출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9·11 테러 때 테러리스트들은 뉴욕의 원전을 파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철저히 지킬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이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테러에 대비한 어떤 안전한 대비책도 없었다고 한다.(관련 기사: "9.11 테러 목표, 뉴욕의 원자력 발전소였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반원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삼척의 원전 건설 반대운동도 그렇고,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도 그렇고,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경향이다.

홍보보다 안전성, 소통과 합의가 중요

우리나라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원자력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1985년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홍보위원회이다. 이어 1992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위시해 한전원자력연료,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원자력협력재단 등 모두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

고작해야 환경단체나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들만이 이들 공룡 단체들과 정부를 상대로 원전의 위험성을 들어 싸우는 형편이다. 원자력에 관한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것보다 주민과의 소통과 합의가 더 중요하다. 삼척시민들이 원전건설을 주민합의(반대 약 85%)로 반대를 하는데도 정부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주민투표라고 무시하고 강행할 것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핀란드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확정하기까지 기울인 노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책에 따르면, 핀란드는 '어떤 원자력 시설도 주민이 반대하는 지역에는 영구히 건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접근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고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러 차례 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합의 하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층에 영구 보관하는 것이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방사성 폐기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런 처리 방법은 천재지변이 안 일어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방사성 폐기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처리방법은 없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의 영원한 숙제다.

<사용후핵연료 딜레마>는 원전에 대해 반대도 찬성도 안 하고 있다. '사용 후 연료란 이런 것이다' 정도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딜레마를 푸는 방법이 쉽게 보인다. 이미 건설된 원전은 수명을 다하면 폐로하고 주민 합의를 거쳐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적치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것만이 최고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사용후핵연료 딜레마>(김명자, 김효민 지음 / 2014. 5 / 까치 펴냄 / 308쪽 / 1만5000 원)



사용후핵연료 딜레마

김명자.김효민 지음, 까치(2014)


태그:#사용후핵연료 딜레마, #김명자, #원전, #재처리, #플루토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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