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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TV를 보는 것보다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라디오 애청자임에도 한 가지 불만이 있다. 내가 보낸 문자를 어지간해서는 잘 안 읽어준다는 점이다. 긴 문자는 엄연히 100원이나 들어가거늘, 번번이 내 문자는 무시받는다.

물론 문자를 보내는 애청자들이 적게는 수백 명에서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그 몇 배의 엄청난 숫자가 한꺼번에 몰린다. 나처럼 지엽적 애청자의 문자는 작가 내지 피디가 치지도외(置之度外 :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 하는지도 모른다.

'우중의 여인' 속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곧잘 개인이 운영하는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이 방송의 장점은 내가 신청하는 노래를 즉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지나간 시절에 히트했던 노래를 듣게 된다. 지금 들어도 정감이 가고, 금세 마음에 와 닿는 노랫말의 가요까지 흘러나와 금상첨화다. 그런 노래 중의 하나가 바로 '우중의 여인'이다.

이 노래는 우선 가사가 압권이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밤비를 헤치고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흐느끼는 여인아
만나지 말자고 맹세한 말 잊었는가
그대로 울지 말고 돌아가라고 그대로 돌아가라고
사나이 가슴을 울리지 말고서

이 노래를 듣자면 지난 시절, 그러니까 아내와 열애를 하던 시절이 클로즈업 되면서 마음까지 청량해진다. 아내가 처녀였던 시절이었다. 물론 아내가 노래의 내용처럼 장대같이 쏟아지는 밤비를 헤치고 달려와서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흐느끼던 여인은 아니었다.

또한 내가 그녀를 만나지 말자고 맹세한 일도 없었다. 아울러 이 사나이의 가슴을 울린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의 하루 무려 열 시간 이상이나 나를 기다리기까지 했던 명실상부 애인이었다.

이불 빨래 잘못했다고 이렇게 홀대하다니

이불을 걷다가 땅에 좀 닿았다는 이유로 '똥친 막대기' 취급하다니... 과거의 아내가 그립다.
 이불을 걷다가 땅에 좀 닿았다는 이유로 '똥친 막대기' 취급하다니... 과거의 아내가 그립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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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여편네'가 지금은 남편인 나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바람에 뿔이 나기 일쑤다. 오늘만 해도 그러했다. 어제 경기도 화성의 동탄 신도시 아들네 집에 집들이를 다녀왔다. 아들을 주려고 오전엔 장에 가 이불을 샀다.

그걸 가져와 세탁한 뒤 빌라 옥상에 널러 올라갔다. 하지만 빨랫줄이 낭창낭창하는 바람에 그만 이불이 바닥에 잠시 닿았다. 그 바람에 일껏 잘 말려온 이불은 다시금 아내의 불만과 투정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하여간 당신은 뭐든 잘 하는 없어서 탈이라니깐!"

아내는 이불 빨래를 다시 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또 가슴에서 천불이 일었다. 애나 어른 역시도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속이 까맣게 멍드는 법이다.

연애하던 시절,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중의 여인'에 등장하는 것처럼 아내가 너무나 그리워서 무작정 열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대전역에 내려서 당시 아내의 집이 있던 동네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그건 물론 아내가 이 사나이의 가슴을 울리는 우뚝한 원인으로 다가온 때문이었다. 이런 순정남과 순진남(純眞男)을 이제 와서 마치 '똥친 막대기' 취급을 하다니...

각 방을 쓴 지도 어언 10년이 다 돼 간다. 그래서 때론 내가 과연 남자인가도 싶어 처연한 심정도 없지 않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장대비에도 아랑곳 않고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제발 만나달라고 흐느끼던 여인을 만나고 싶다. 정말, 진짜로!


태그:#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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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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