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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형사 슈투더> 겉표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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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에 등장하는 살인범(특히 연쇄살인범)들은 흔히 성격이상자처럼 묘사되곤 한다. 그러니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타인과 소통할 줄 모르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일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고 상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수사관들(특히 형사들)도 이런 면에서는 만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범죄소설에 나오는 많은 형사들은 대부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직장내에서 상사와 충돌하고 파트너와 사소한 주도권 싸움을 하고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들 대부분은 결혼도 못하고 혼자서 살고 있거나 또는 '돌아온 싱글'들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퍼트리샤 콘웰의 피트 마리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모두 마찬가지다.

정년을 6년 앞둔 밑바닥 형사

작품 내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이런 사람과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좀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살인범과 형사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어떤 작가의 표현처럼 '살인범의 내면과 수사관의 내면은 다를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에 공감할 때가 있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글라우저의 1936년 작품 <형사 슈투더>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슈투더 형사도 비슷하다. 정년을 6년 앞두고 있는 슈투더는 진급하지 못하고 밑바닥 형사 신세다. 슈투더의 말에 의하면, '예전 사건 때 까불다가 된통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윗분들에게 찍혀서 좌천이 되고 진급의 길이 막힌 채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 셈이다. 그렇다면 짤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형사 슈투더>는 '슈투더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다. 작가는 역시 수사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 내의 '정치'에는 젬병인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슈투더는 스위스 베른 경찰청 소속이다. 작품에서 슈투더가 주목하는 인물은 한 외판원을 죽였다고 의심받고 있는 청년이다. 그 청년은 전과자이기에 그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모두 믿고 있다.

슈투더는 그런 선입견에 좌우되지 않는다. 슈투더는 직접 그 청년을 만나보고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청년은 결백하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을까?

스위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범죄소설

'형사 슈투더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스위스를 무대로 한다. 서양작가들의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요 네스뵈의 작품은 노르웨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은 아이슬란드,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은 스웨덴이 배경이다.

잔인한 연쇄살인과는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는 북유럽 국가에서도 범죄는 일상적이다. 조직폭력배가 거리를 휩쓸고 다니며 총을 난사하는 일은 드물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만큼 폭력도 있고 살인도 있다. 연쇄살인도 있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사람들은 남몰래 무슨 짓을 저지르고, 주위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와 상관이 없으면 그냥 못본 체 한다. 사람들은 계속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는 크고 작은 죄에 대해 시끄럽게 굴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형사 슈투더는 그런 면에서 괴짜다. 괴상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누군가는 그 죄를 뒤집어쓴다. 깐깐한 형사 슈투더는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닌다. '까불다가 된통 당했던' 슈투더 형사의 이런 노력은 언제쯤 보상받을 수 있을까.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범죄 그 자체의 진상보다도 등장인물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

덧붙이는 글 | <형사 슈투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 박원영 옮김. 레드박스 펴냄.



형사 슈투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레드박스(2014)


태그:#슈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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