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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없음' 논란이 불거졌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과목 8번 문항이 "명백히 틀린 지문"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16일 나왔다. 이 오류 때문에 지난해 수능 등급 결정이 잘못됐다는 수험생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는 이날 김아무개씨 등 수험생 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세계지리과목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사건 문항은 지문이 잘못 돼 정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의 등급 결정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7일 치러진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과목 8번 문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유럽연합(EU)에 관한 설명 가운데 맞는 것을 고르라는 것이었다. 수능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 NAFTA가 등장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가 급증했고 ▲ EU는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내용을 정답(②번)이라고 했다.

2013년 11월 7일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과목 8번 문제
 2013년 11월 7일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과목 8번 문제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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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지문과 함께 나온 지도에 '2012년'이 표시되어 있으니 NAFTA와 EU의 상황은 2012년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UN은 물론 한국 통계청 자료를 봐도 2012년 총생산액은 EU보다 NAFTA가 크다.

원고들은 2012년 11월에서 2013년 8월 사이에도 여러 번 '국내총생산액(GDP) 세계 1위는 NAFTA, 2위는 EU'라고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해당 문제는 지문과 지도를 함께 봐야 하는데, 무엇보다 지도에 '2012년'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2012년을 기준으로 NAFTA와 EU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고르시오"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경우 옳은 지문은 'NAFTA가 등장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가 급증했다(보기 ㄱ번)'뿐이다. 그런데 객관식 답항 중에 ㄱ번만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정답이 없는 셈이다.

재판부는 "이 오류는 2012년 기준 NAFTA와 EU의 총생산량 차이를 알고 있는 수험생들이 문항이나 답항의 의미 파악, 정답 선택을 올바르지 못하게 할 정도"라며 원고들의 세계지리과목 등급 결정을 취소했다. 다만 교육부 장관이 등급 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1심처럼 원고들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만약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수험생들은 불합격 통보를 받은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1심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16일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재판장 반정우)는 해당 지문이 애매하거나 불분명하더라도 일반 수험생들이 가장 적절한 답인 ②번을 고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며 수험생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태그:#수능, #세계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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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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