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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만 유행이 있나요? 국회도 국정감사 때면 유행에 민감해집니다. 쏟아지는 보도자료 속에 묻히지 않기 위해, 의원실들은 저마다 뜨거운 이슈를 중심으로 감사를 준비합니다. 올해 국감을 휩쓴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오마이뉴스>가 열쇠말로 정리해드립니다. [편집자말]
단통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 10월 1일. 종로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 10월 1일. 종로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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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단통법' 때문에…."

요즘 이런 탄식을 자주 듣지 않나요? 10월 1일 이후에 휴대전화를 바꾸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에요.

단통법의 정식 명칭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입니다. 정부가 정한 상한가 안에서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하는 법이죠. 누구는 보조금을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불합리를 없애자는 게 당초 제정 취지였는데, 도리어 전체적으로 보조금이 줄어 다 같이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단통법이 전 국민을 '호갱님'(호구 고객, 만만한 소비자라는 뜻)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같은 법안을 쉽사리 통과시킨 게 무안해서일까요? 요즘 국회에서는 단통법과 관련해 자성(?)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서는 뒤늦게 단통법 개정안이 나왔고, 정의당 의원단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단통법 이후 보조금 줄어... "분리공시제 도입해야"

미방위의 미래창조과학부(13일), 방송통신위원회(14일) 국정감사에서도 단통법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법 시행 이후 오히려 통신사들의 이익만 늘어났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어요.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갤럭시S5에는 평균 20만 원의 보조금이 주어졌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8만6천 원으로 줄었습니다. 60% 가량 보조금이 감소된 겁니다.

다른 휴대전화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평균적으로 갤럭시 그랜드2는 40.0%, 베가아이언2는 47.4%, 갤럭시S5 광대역LTE-A는 57.2%, G3는 67.4%나 보조금이 줄었습니다.

같은 당 배덕광 의원도 "지금은 고객들이 월 9만 원 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해야만 10만 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단말기를 다 같이 싸게 사야 하는데, 단통법 시행 이후 다 같이 비싸게 사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의원들은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 문제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분리공시제란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나눠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가격 거품을 줄인다는 취지예요. 원래는 단통법 고시안에 포함됐는데, 시행 직전에 규제개혁위원회가 삭제를 권고하면서 무산됐습니다(관련 기사 : "방통위 위에 규개위, 국민 위에 삼성전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투명화해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는 선순환 구조를 끌어내야 한다"며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 의원은 분리공시를 명문화한 단통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OECD 국가 중 가장 비싸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국회의원단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통사만 배불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며 단통법에 의해 호갱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통을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의당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법'"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국회의원단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통사만 배불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며 단통법에 의해 호갱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통을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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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가격 책정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내 휴대폰 출고가격이 해외보다 더 비싼 점을 문제삼았어요. 문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미국보다 8만 원 비싸고, LG전자의 G3는 미국보다 국내 출고가격이 28만 원 비쌉니다.

또한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512.24달러(55만 원)로 가장 비쌌습니다. 미국은 505.38달러(54만2천 원)로 2위, 일본은 359.90달러(38만6천 원)로 14위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문 의원은 "휴대폰 가격부터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이동통신업체들과 협의해 대리점 이윤과 보조금 등을 합쳐 출고가를 정하다 보니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우 의원이 입수한 문건에는 원가 20만 원대인 스마트폰이 80만~90만 원대로 부풀려진 정황이 담겨있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 "비싸야 잘 팔린다... 스마트폰 60만 원 뻥튀기").

소비자를 '호갱님'으로 만든 단통법, 과연 국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미방위의 한 보좌관은 "여야 모두 단통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대책을 두고는 의견이 각기 다르다"며 "법안을 개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태그:#단통법, #휴대전화, #스마트폰,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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