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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정책과 운동 10년을 다각도로 정리하고 평가해 5~6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성매매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가 오랜 시간 동안 성매매여성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열여덟 살에 시작된 성매매여성으로서의 시간들은 그후 10년이 지나 서른 살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그 후 5년은 탈업소 여성으로, 쉽게 말해 성매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살고 있다.

성매매여성으로 사는 동안 이런 생각을 자주했던 것 같다. '성매매가 합법화 되면 나라에서 관리도 해주고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 손님들에게도 조금 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렇다면 콘돔을 끼는 손님으로만 골라 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세상 앞에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마디로 공창제를 꿈꿔왔던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가 직업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몸뚱아리를 상대들이 좀 더 합법적인 굴레로 취할 수 있게 되는 것 뿐이었다. 내 도덕성에 대한 세상의 비난과 함께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성매매란 거대한 늪 속에 직접 몸을 담고 있을 때는 성매매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돈을 벌어 먹고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 외에, 그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익숙해져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그저 세상에 툭 던져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래희망은 마담이나 업주가 되어 내 가게를 갖는 것이나 작은 옷 가게를 하는 것, 그 뿐이었다. 공장이나 식당일 정도를 해서 받는 적은 급여로는 생활이 되지 않았고 짓눌린 몸처럼 정신건강도 피폐해져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또 다른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이나 경력, 자격 조건에 스스로가 미달된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매매여성으로 10여년, 이제야 보이는 것들

 영화 <레 미제라블> 속 판틴. 아이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난 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장면. 성매매여성을 과연 자발, 비자발로 나누어 처벌할 수 있을까.
 영화 <레 미제라블> 속 판틴. 아이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난 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장면. 성매매여성을 과연 자발, 비자발로 나누어 처벌할 수 있을까.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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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년 이상을 보낸 뒤, 이제 성매매여성이라는 이름이 내 것이 아니게 된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나는 그때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환경을 돌아보게 됐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의 선택은 온전한 게 아니었다.

어리고 세상에 무지하고 두려움이 많은 아이가 갈 곳이 없어 선택한 업소는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 곳에서 손님들을 받으며, 그들이 설사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해도 하기 싫은, 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이 신경쓰이기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저 사람은 이미 나에게 돈을 지불했고 저 요구 상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돈을 벌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먼저였던 것이다.

돈을 지불한 만큼, 손님인 남자가 나에게 행할 수 있는 요구사항에는 처음부터 어떤 '선'이라는 게 없다. 돈을 받으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다 해야 한다. 그래야 끝이 나니까. 이 두려움과 불안 사이에서 나는 벌거벗은 채 코너에 몰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꼭 피가 난무해야 폭력이 아니다.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를 느끼는 매순간이 폭력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포를 던져버릴 수가 없다. 생계라는 또 다른 공포가 이미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온전한 선택을 할 수 없게끔 말이다.

연예인처럼 화장을 해야 하고,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고, 늘 다이어트에 시달리며, 그 앞에 앉아있는 나는 이미 온전하게 한 인간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나를 앞에 놓고 물건 값처럼 가격이 매겨지고 때로는 할인을 당한다. 도대체가 기준을 알 수 없는 서비스도 요구 당하며, 오늘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에 더 잘해줘야 한다는 애프터서비스도 요구 받는다. 나는 그저 하나의 상품이 될 뿐이다. 돈을 지불하는 그 순간, 내 주인은 손님이 되는 그 세계가 서서히 익숙해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은 단칼에 피가 나는 폭력이 아니다. 그 현실에 젖어들고 익숙해져 나를 잃어버리는 것, 내 스스로가 나에게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그로 인해 돈으로 한 인간을 소유할 수 있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폭력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회원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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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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