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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관련 업무에 수십 년간 종사하는 저로서는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해양안전 전문가라고 자처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부끄럽고 면목이 없습니다."

"장관이나 정치인, 도지사가 왜 헬기를 탑니까. 관광 오는 겁니까? 헬기는 구조대원이 타야 합니다. 상황 점검이요? 현장 투입 인력이 구조에 최선을 다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심판원장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심판원장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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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열(60) 전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은 인터뷰 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때론 해양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자신을 자책했고, 때론 참사 책임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심판원장은 목포해양대학교 입학 후 줄곧 해양산수산부 등 해양수산 분야에서 40여년을 몸담아 왔다.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간회사인 목포신항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수색과 장비 분야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중이고 김 전 원장은 지난 5월부터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세월호 수색 상황에 대해, 김 전 심판원장은 "7월 이후 실종자 발견 성과는 없고 이미 세월호 선체 내부는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색활동에 필요한 국지 기상정보를 제공해 주던 기상관측선도 다른 곳으로 이동해 수색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김 전 심판원장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명령만 기다리느라 유리창 한 장 깨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 후 전문가라 자처하며 언론을 통해 얼굴을 내밀던 많은 이들이 규제완화를 주장해 온 인물들로 이번 참사에도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오후 목포에서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수온 더 낮아지기 전에 수색 서둘러야"

- 현재 참여하고 있는 TF팀은 어떤 곳인가.
"정식 명칭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장비기술 TF팀'이다. TF팀은 해양경찰청이 주관하며 대학교수, 해양과학기술원, 소방방재청, 해양전문가, 해양기술사, 잠수명장 등 24명이 참여한다. 지난 5월 초부터 매주 두 차례 진도에 모여 회의를 했지만, 10월 들어서 주1회로 줄었다."

- TF팀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새로운 수색장비를 검증하고 도입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잠수사 안전과 잠수사들의 잠수방법, 시간 등에 영향을 주는 장비 도입 등을 검토한다.

예를 들어 원격으로 지난 7월 세월호 내부 바닷물을 떠와서 냄새를 그래프로 변환해 실종자 유무를 판별하는 전자코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그 사례다. 또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용 무인잠수정인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는 육상에서는 검증됐는데 해상에서는 실패해 수색장비로 부적합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등 외국 회사에서 대형사고 시 검증되지 않은 장비나 기술을 무료로 제공해 주겠다고 하는데, 장비들을 검증하는 것도 역할이다."

- 지난 7월 이후 실종자 수색 성과가 없다.
"5월 이후 한두 명씩 발견했는데 지난 7월 마지막 실종자 발견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선박 해양사고 특성상 잠수사 등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의 틈이나 공간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잠수사의 수색이나 수중촬영으로도 찾기 힘들다."

- 앞으로 실종자 발견 가능성은?
"일단 더 추워지기 전에 수색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7, 8월부터 맹골수도 조류는 혼탁해졌다. 9월에는 12일 정도만 수색했다. 현재 수온이 12도 정도인데, 더 낮아지기 전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 세월호 선내 상황은 어떤가.
"세월호의 선체 내장재가 다 무너지는 등 내부는 대부분 붕괴됐다고 볼 수 있다. 이미 5월부터 선체 내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식당 라운지를 끄집어냈다."

"수색활동에 절실한 기상관측선 다른 곳으로 이동"

지난 7월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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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더딘 수색작업에 불만이 많다.
"이해한다. 선체 내부 수색활동 어려움 외에도 정확한 국지 기상정보 제공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상관측선이 1척 있는데 사고현장에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수색과정에서는 세밀한 국부기상정보를 시간대별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관측선은 반경 5Km 이내의 국지 기상환경을 제공한다. 그런데 수색에서 절실한 기상관측선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이 때문에 광역 기상상황에 의존하게 되는데, 현장에 가보면 '기상이 좋은데 왜 나쁘다고 수색을 하지 않느냐'고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실종자 수색결과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 정부 일각에서는 인양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참 어려운 문제다. 일단 사고 발생 후 구조와 이후 대책 및 수습과정이 매끄러웠다면 미래의 계획으로써 인양 시기와 방법 등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조과정이 어땠나. 또 이후 수습과정은 어땠나. 원인 파악은커녕 원인을 찾아보자는 특별법 합의조차도 안 된 상황이다. 여기에 참사와 관련된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기관들이 많다. 이들의 합의가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 지금까지 밝혀진 사고 원인에 대해 동의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언론보도와 현재 진행되는 재판을 통해 극히 일부분만 드러났을 뿐이다. 이 내용만을 토대로 유추한다면 객실 증설하면서 무게 중심이 위로 이동했고, 동적 복원성에 문제가 생긴 선박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선장을 비롯한 운항자들이 선박 특성과 선회능력, 복원력 등을 몰랐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선박검사 기관 등은 규정대로 서류상 허가를 내줬다. 이후 증축으로 인한 배의 특성에 대해 실제 운항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은 없었다. 규정이 단지 서류상에 그쳤고 세월호의 특징에 대해 선박검사기관만 알고 운항자들은 몰랐던 것이다."

김상열 전 목포지방해양심판원장
 김상열 전 목포지방해양심판원장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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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고 관광하나... 구조인력이 최우선 탑승해야"

- 해양안전 분야가 이렇게 취약했나.
"가장 단적인 예로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들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었다. 이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의 부재다.

안전은 국가의 책무다. 여기에는 청와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해경,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모두 해당된다. 해경은 한 사람도 구조 못했다. 구조는 내가 희생되더라도 인명을 살리는 것이다. 119대원들을 떠올리면 된다.

참여정부 시절 위기관리 매뉴얼을 아주 잘 만들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매뉴얼은 어디로 가고 컨트롤타워도 증발해 버렸다. 한심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안전 업무하는 곳은 소위 찬밥으로 밀렸다. 국가의 책무는 안전, 환경, 복지다. 범부처사고대책본부 공무원도 해양이나 선박전문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 (세월호 침몰 당시) 사고현장에서 구조활동 없이 방치한 이유도 그것 때문인가.
"우리나라는 보고하다가 끝난다. 윗선에서 내가 책임질 테니 '(승객) 내보내라' 하고 명령했어야 했다. 해경 123정 책임자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는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유리창 한 장 깰 권한이 없었다. 유리창을 깨고 사람을 구조하는 일도 명령이 있어야 한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고의 컨트롤 타워가 상황판단을 빨리해서 내보냈어야 했다. 잘하면 윗사람의 공이고 못하면 아랫사람 책임이다.

하나의 예로 헬기는 가장 먼저 현장 책임자가 타고 가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직후 헬기는 '관광'에 동원됐다. 장관이나 정치인, 도지사가 왜 헬기를 타나. 상황점검? 일분일초가 시급한 긴급상황에서는 그 와중에도 대접받는 것에 불과하다. 현장 책임자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작업 후 사후 보고를 받으면 된다."

눈앞에서 사람 죽어도 구조명령 기다리는 나라

- 세월호 참사 재판에서 선원들은 퇴선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말 할 필요 없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자기만 살겠다고 절대로 먼저 도망쳐 나오지 않는다. 그건 불문율이다. 선박에서는 선장이 왕이다. 그의 말이 법이다. 구명동의는 24시간 물에 뜰 수 있다. 그것도 대낮이었는데...

특히 선원들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각자 위치와 임무가 부여돼 있다. 이 모든 사항은 선원법상으로 훈련 교육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형식적으로 문서에 기록만 하고 해운조합이나 해경에서 점검 나오면 서류만 보여주고 그걸로 끝이다.

관제센터도 선장이 '구조가 가능하느냐'고 물어볼 때 '(승객) 내보내라'고 명령했어야 한다. 이후 도착한 해경과 청와대 등 컨트롤 타워도 무책임했으며 사실상 '떼죽음'을 방치했다."

- 참사 책임이 선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가장 말단만 책임지고 처벌을 받는 꼴이다. 여객선 출항 때 해경과 해운조합은 선사 사무장이 매표소에 있다가 출항 때 출항 점검보고서를 가져오면 형식적으로 서류만 보고 출항허가를 내주는 요식행위만 해왔다. 이 서류가 중요한 게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면피용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현실상 최고 재난구조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다.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후 각 방송과 신문에서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 나와서 발언했던 전문가의 상당수는 '규제완화 해야 한다' '이러면 자율성 침해되어 사업이 어렵다'고 정부에 요구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결국 선주-운항자–정부기관의 삼위일체 안전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법과 규정을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이에 근거해 교육과 훈련, 점검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해양안전 및 구조 구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의 해안경비대, 일본해상보안청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그동안 해경은 경찰과 경쟁하다 보니 정보 수사만 비대해지고 안전과 구조체제가 무너져 있었다. 대형사고 발생 시 현장 책임자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선 조치 후 보고'의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후진국형 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태그:#세월호, #김삼열,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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