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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3월 28일 전국 고교 및 대학에선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MB 교육 대표 브랜드 '입학사정관제' 폐지"라는 모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다. 교육부의 즉각적인 부인 보도에도 새 정부 대통령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입학사정관제'라는 용어 자체가 언급되지 않아 입학사정관제 폐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2013년은 때마침 정부의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입학사정관제 존폐 결정을 미루고 있던 몇몇 대학들은 언론의 오보와 정부의 불확실성에 따라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어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아예 없애거나 축소를 계획한 대학들도 있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2014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이름만 바뀌어 실시되었고, 오히려 정부 지원금도 증액되고 모집인원 또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2008년 처음 실시된 학생부 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제)이 5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교와 대학에서 내신, 수능 전형과 더불어 대학 입학 전형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성숙됐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고교 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보더라도 정부의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게 나타난다. 과거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과 달리 정부의 뜻대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에는 최고 30억이라는 거액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고교 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의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을 신청한 각 대학에는 타 지원사업 평가에서 일정 점수를 줘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의지를 독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결정했던 지방의 모 대학에서는 부랴부랴 대입 기본계획을 변경해 학생부 종합전형 모집인원을 늘리더니 계약직 입학사정관을 다시 채용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언론보도 신중했으면

'입학사정관제 폐지' 오보는 지금도 주요 포털 사이트에 남아 있다. 지금 와서 당시 기사를 보도했던 언론사와 기자를 탓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 기사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이 무더기 해고 되었거나 몇몇 대학들이 혼선을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혼란스러워 했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언론의 입학사정관제 죽이기는 2012년 대선이 한 참 진행 중이던 때에 봇물을 이루었다. 언론들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 시키다 보니 여야 대선 후보들 또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공약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언론에선 연일 입학사정관제 제도 자체의 공정성과 입학사정관들의 자격 문제, 사교육 문제와 학생 부담 가중 등을 들어 입학 사정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기름을 붓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바로 여중생 집단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학생이 성균관대에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은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려 했던 고교, 대학 관계자들의 노력을 한순간 물거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유명 한의대 부정 합격 제도보다는 양심의 문제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학생부 종합전형이 최근 도마에 올라오고 있다. 주요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보도하고 방송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며 지난 성균관대 부정입학 사건의 후유증을 다시 겪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사실 학부모이기도 하고 입학사정관이기도 했던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 옹호론자다.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아직은 고교 교육을 정상화 시키고 학생들에게는 순위중심이 아닌 자기계발 중심의 학교생활을 유도 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불거져 나오고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점들은 내신과 수능 제도와 마찬가지로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행위자들의 양심의 문제에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학생부 교과전형의 경우 내신 성적 조작, 부정 행위, 수행 평가의 공정성 등을 답보 할 수 없고 수능 전형은 부정 행위와 과도한 사교육 열풍, 특기자 전형은 스펙 경쟁, 논술전형은 고액의 사교육비와 대리시험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들이다.

이들 중 몇몇은 극단적으로 과거 학력고사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학력 고사의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새로운 제도가 탄생한 것으로 보아 이것도 해답이 될 수 없다. 제도보다는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2014년 올 대학입시 전형이 마무리 되면 5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합격하는 영예를 안게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학생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른 전형으로는 도저히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던 학생들의 눈물 젖은 합격 수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학생들의 고귀한 노력들이 일부 몰지각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강남 모든 학부모들도 다 하는데 나한테만 왜 그러냐'는 말은 그네들만의 이야기일 뿐 우리들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태그:#입학사정관제폐지, #학생부종합전형, #유명 한의대 부정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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