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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즌 5 촬영으로 인해 공원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
 <왕좌의 게임> 시즌 5 촬영으로 인해 공원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
ⓒ 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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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인 세비야의 주요 관광 명소 '알카사르 궁전' 홈페이지에는 10월 6일부터 말까지 일부 장소의 출입이 통제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10월 중순부터 미국 HBO의 인기시리즈 <왕좌의 게임> 시즌5 촬영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세비야 주 세비야와 오수나에서 <왕좌의 게임>을 촬영하기로 확정되면서 그동안 많은 화제와 기대를 모아왔다. 촬영지 중 한 곳인 세비야 주의 오수나 시는 10월 한 달 이 시리즈의 팬들과 촬영팀으로 인해 시내 모든 숙박시설의 예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의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은 지역인데 촬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덧붙여 시내의 한 레스토랑은 촬영 기간 동안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딴 신 메뉴를 선보이며 시즌 특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레스토랑의 주인은 한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촬영 기간 중 시리즈 배우들이 와서 자신 이름의 메뉴를 맛본다면 정말 영광일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페인 세비야 오수나 한 레스토랑 웹페이지에 올라온 <왕좌의 게임> 신메뉴 홍보
 스페인 세비야 오수나 한 레스토랑 웹페이지에 올라온 <왕좌의 게임> 신메뉴 홍보
ⓒ @jmiguelman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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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출연하는 꿈에 부풀어...

<왕좌의 게임> 제작사측은 촬영에 필요한 엑스트라 550여명을 현지에서 모집하겠다며 공고를 냈는데, 일주일 만에 지원자가 5만 명이 넘어서는 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엑스트라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탈락한 크리스티나(24·여)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었다"며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 촬영을 한다고 하니, 엑스트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시리즈 촬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와 같은 사람들의 기대를 이용한 사기 사건도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사기단은 실제 캐스팅 사이트와 똑같은 가자 사이트를 만들어 불법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일주일 동안 10만 유로(한화 1억3600만 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진짜' 주최측이 서둘러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이들의 사기행각을 알리면서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해프닝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어벤져스2>가 촬영된다고 결정됐을 때, "서울에서 어벤져스를 촬영한다면?"이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던 각종 합성사진들을 기억하는가. 이런 현상은 스페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SNS에는 투우 복장을 하거나 플라멩코 옷을 입은 등장인물들의 합성사진과 각종 패러디물이 올라와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왕좌의 게임> 시즌5 등장인물과 세비야의 전형적 이미지를 이용한 합성사진들
 <왕좌의 게임> 시즌5 등장인물과 세비야의 전형적 이미지를 이용한 합성사진들
ⓒ @lwtuaz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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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론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도 높다. 촬영팀이 세비야의 주요 촬영장이 될 알카사르 궁전의 정원 분수대와 연못을 파란색으로 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처음 촬영에 대해 협의할 땐, '문화재 일체를 변형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결정했다가 이런 예외가 허용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촬영팀 측은 "촬영 시 종종 있는 일이며 충분히 검증된 방식으로 도색을 하는 것이라 전혀 문화재에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 칼럼리스트 훌리오 도밍게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원형을 유지할 것도 아니면서, 하나의 시리즈를 촬영하기 위해 굳이 16세기의 소중한 역사적 문화유산을 변형하고 훼손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며 "변형할 것이라면 다른 장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왕좌의 게임> 주요 촬영지가 될 스페인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왕좌의 게임> 주요 촬영지가 될 스페인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
ⓒ 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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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세비야가 알카사르 궁전 촬영을 무료로 허용한 것에 대한 여론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2004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을 촬영할 때도 실제 받아야할 금액의 절반을 받고 촬영을 허가했는데, <왕좌의 게임>에 아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불만에 대해 세비야 당국은 "이번 촬영을 통해 약 9800만 유로의 경제적 효과와 4000여 개의 단기적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후 다른 시즌도 세비야에서 촬영하겠다는 암묵적 전제 하에서 이루어진 협의"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것도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촬영의 긍정성을 보고 있다'는 비판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러한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10월 중순, 시리즈의 촬영이 시작된다. 과연 어떤 결과를 남기고 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태그:#스페인, #세비야, #왕좌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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