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페이스북에 올라온 엑스칼리브르의 생전 모습.
 한 페이스북에 올라온 엑스칼리브르의 생전 모습.
ⓒ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스페인 보건 당국이 에볼라 감염자의 반려견을 안락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유럽 첫 에볼라 감염 환자가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감염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에볼라 발생지역인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등을 벌이다 에볼라에 감염돼 스페인으로 호송된 신부와 선교사가 치료 중 사망했고, 최근 이들을 치료하는 데 참여했던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44·여)가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9일 테레사 로메로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그의 동생에 의해 전해졌다. 아직 그의 감염 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그동안 그와 접촉한 주변 인물들의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인 가운데, 보건 당국에 대한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염환자의 이웃들은 보건 당국이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며, 어디까지 안전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침과 정보를 요구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볼라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드리드 보건 당국이 지난 7일 감염환자인 테레사 로메로의 반려견인 엑스칼리브르의 안락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에볼라 감염자 반려견 안락사 결정한 보건당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건 당국 관계자는 "개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경우의 수이다"라며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없애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감염 우려로 격리중인 테레사 로메로의 남편 하비에르씨가 같은 날 오후 SNS에 "나의 개를 안락사 시키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서 안락사 반대 여론이 일었다.

하비에르씨는 자신의 글에서 "보건당국이 개를 안락사하는데 동의하라고 했고 그렇지 않으면 법원 명령을 받아 강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며 "병원에 오기 전 며칠간 먹을 수 있는 사료와 물을 두고 나왔다, 개가 인간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확실한 이유도 없이 개이니까 쉽게 생각하여,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올라간 뒤 단 몇 시간 만에 '엑스칼리브르 구명 서명'에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또 각 SNS에 안락사를 반대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후 8일 오전 하비에르씨 집으로 동물보호협회와 안락사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였고, 반려견 엑스칼리브르의 구명에 나섰지만, 결국 안락사를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동물협회 한 관계자는 "동물이 인간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는지, 실제로 감염이 되었는지에 대한 어떠한 (확인)절차도 없이 바로 안락사를 결정하는 태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락사가 아니라 살인"... 애도 글·사진 올라와

감염자 반려견에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수의사는 현지 언론인 <엘 파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매우 안타깝고 아픈 일이지만 안락사가 최선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최선의 방법은 안전 격리시설에 이송하여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지만 스페인에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 바이러스에 대비한 동물 격리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사 협회 대표는 일간지 <엘 문도>와 한 인터뷰를 통해 "애완견 안락사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이해하지만 보건 당국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개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위험에도 최선의 예방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엑스칼리브르에 대한 안락사가 이뤄진 이후에도, 인터넷에는 그를 애도하는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엑스칼리브르가 주인 없는 집에서 집을 지키고 있었던 모습들도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엑스칼리브르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 개의 잘못이 아니다"
"안락사가 아니라 살인이다."

한 애완견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시민의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정당성 찾기를 떠나서,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 생명의 생사를 명확한 근거 없이 결정하는 태도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태그:#에볼라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흙, 예술치료, 스페인 문화&언어, 글쓰기로 삶의 형태를 만들어갑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