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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경찰 친목단체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 회장 구재태)가 지난 8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고철매각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 246억여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식(국회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 고철매각 규모' 자료에 따르면, 경우회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 고철 58만9666톤을 처리한 대가로 총 246억7800만 원의 이익을 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3년부터 고철매각사업을 직거래로 전환하려고 하자 경우회는 회원들을 동원해 고재호 사장과 강만수 산업은행장 회장 자택 부근 등에서 항의집회를 열어 직거래 계획을 무산시켰다.

대우조선해양 고철매각 거래 순서도.
 대우조선해양 고철매각 거래 순서도.
ⓒ 김기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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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흥업, 8년간 고철 76만 톤 중 약 59만 톤 처리

대우조선해양은 배를 만들고 남은 고철을 고철류 거래업체들을 통해 철강회사에 팔아왔다. 이 고철매각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현재 경안흥업과 특임산업, 금화주강, 남양금속 등 4곳이다. 고철을 사서 직접 재료로 활용하는 금화주강, 남양금속과 달리 경우회와 특임임무유공자회에서 만든 경안흥업과 특임산업은 단순히 고철을 철강업체에 넘겨 이익을 남겨왔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6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거래한 고철물량은 총 76만8521톤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628억51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 8년간 대우조선해양 고철 물량의 76.7%에 해당하는 58만9666톤을 처리한 업체가 있다. 경우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안흥업이다.

경안흥업이 처리한 고철물량은 매출금액 1979억9200만 원(75.3%)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경안흥업은 고철납품 대행업체인 인홍상사에 고철매각을 다시 위탁해왔다. 경안흥업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고철매각 사업권을 따오면 재위탁업체인 인홍상사에서 고철 운송을 맡아 고철을 처리해온 것이다.

경안흥업이 처리한 58만9666톤을 대우조선해양에서 직접 철강업체에 팔 경우 2347억45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경안흥업에 고철매각을 위탁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의 매출금액은 1979억9200만 원에 그쳤다. 총 367억5300만 원의 차액이 생기는데, 여기에는 고정수수료(보장마진) 193억6200만 원, 운송비 지원 120억7500만 원, 금융지원비 32억8500만 원, 제세공과금 20억31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경안흥업은 차액 총 367억5300만 원 가운데 120억7500만 원을 운송비 명목으로 재위탁업체인 인홍상사에 지급했다. 결국 경안흥업은 고철매각 사업권을 따낸 대가로 지난 8년간 총 246억7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이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퇴직한 후 회사를 만들어 부당하게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관피아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2년 작성한 <고철 매각 투명성 확보 방안> 문건.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2년 작성한 <고철 매각 투명성 확보 방안> 문건.
ⓒ 김기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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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거래'로 전환하려고 하자 사장 자택 부근에서 항의집회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2년 고재호 사장이 취임한 직후 작성한 <고철류 매각 투명성 확보 방안 및 매각이익 사회공헌활동 재원 활용(안)> 문건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직접거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 이유로 ▲ 매각이익 극대화 ▲ 고철거래와 관련한 사내외 불신여론 해소 ▲ 외부업체 전면 배제와 매각이익 사회공헌활동 사용으로 외압, 압력단체 개입 원천 봉쇄가 제시됐다. 이와 함께 퇴직 임원 등을 활용해 고철거래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뒤에 이 회사에만 고철매각을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이 문건에서 '경안흥업 퇴출'을 명시했다. "2013년 거래계약부터 수년간 점진적으로 업체 퇴출과 물량감축"을 추진하는데 "경안흥업 금년말 퇴출"하겠다고 명시함으로써 2012년 말까지 경안흥업과 해온 거래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거래하기 시작한 특임산업은 북파임무를 수행해온 특수임무유공자회에서 만든 회사라는 점을 헤아려 "거래 중단시 반발 등에 대한 대비책 수립"을 주문한 것도 눈에 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렇게 직접거래로 전환하려고 하자 경우회는 지난 2012년 회원들을 동원해 고재호 사장과 강만수 산업은행 회장 자택, 이명박 대통령이 다녔던 소망교회 부근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경안흥업과 해온 거래를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 회원수 총 150여만 명의 경우회가 압력을 행사해 직거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직거래했다면 운송비 120억7500만 원을 제외한 246억7800만 원은 경우회의 수익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대우조선해양도 직접 거래하면 회사의 수익이 증대된다는 것을 알고도 경우회의 반발과 압력을 이유로 이를 개선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배임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관피아 집단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을 이용해 민간기업을 상대로 소위 '삥뜯기'하고 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퇴직한 임원과 관계된 회사를 거래단계에 끼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통행세 관행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과 경우회 간의 비정상적인 거래도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경우회의 잘못된 고철매각 거래를 바로잡고, 더 나아가 관피아 조직의 부적절한 거래 관행을 뿌리뽑겠다"라며 "특히 퇴직 공무원 단체는 사실상 현직과 다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본래의 목적인 친목활동에만 집중하고 일체의 수익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경우회, #대우조선해양, #경안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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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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