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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8가지 이야기
▲ 평화를 심다. 용기와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8가지 이야기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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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중심은  가장 아픈 곳이라고 한다. 세상의 중심 역시 가장 아픈 곳이다. 지구촌의  가장 아픈 곳은 전쟁, 기아, 천재지변과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퍼하는 이들이 모인 곳일 것이다.

<평화를 심다>는 용기와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그 아픔을 멈추고 평화를 싹트게 한 8가지 사례집이다. 분쟁지역 정치, 사회 문제와 분쟁 해결에 관심이 많은 바바 치나츠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첨예한 분쟁지역 갈등을 조절하고 분쟁을 멈추게 한 사람들을 만난다.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뿌리 깊은 대립,  빈곤과 독재 내전으로 고통받던 콩고와 르완다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 인종과 종교의 갈등으로 피의 복수가 끊이지 않는 코소보에서 갈등과 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시민활동가, 전문 분쟁 조정가, 종교지도자, 풀뿌리 NGO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아시아 문제 해결에 나선 핀란드 대통령

갈등과 분쟁 해결자 중 유난히 인상 깊은 사람은 전 핀란드 대통령인 아티사리다. 1996년부터 6년간 핀란드 대통령을 지낸 아티사리는 코소보 분쟁 조정, 아체 스리랑카 평화 협상을 끌어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절대 위압적이지 않고 말투는 신중했으며 온화한 미소로 늘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지닌 신중함, 온화함, 상대방의 의견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는 청종의 능력으로 그는 세계 곳곳의 분쟁을 멈추게 했다.

동남아시아 아체 분쟁의 평화 협상이 어떻게 북구 핀란드에서 이루어졌을까. 그것은 유하 크리스텐센 이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자유아체운동 양쪽에 채널을 지닌 한 핀란드 사업가 때문이다.

유하 크리스텐센은 1980년대 언어학 조사 연구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건너가 살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운다. 귀국 후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지만 동티모르와 아체 분쟁에 관심이 많아 분쟁 해결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자유아체운동 본부와 인도네시아 정부 간 평화협정을 주선할 의사를 전했다. 2004년 2월 양측 첫 대면은 신뢰 관계 부족으로 실패했다. 크리스텐센은 잘 알려진 분쟁 조정가인 아티사리 대통령에게 조정 역할을 부탁한다.

"핀란드에서는 정부와 민간 사이의 담이 매우 낮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일반인인 크리스텐센이 대통령과 직접 만나 협상에 나서줄 것을 부탁하고, 대통령도 일개 사업가를 믿고 어려운 역할을 맡기로 결심한 것이다. 거기에는 직위의 차이가 아니라 분쟁을 멈추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공통의 열의만이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굳은 마음이 유혈의 역사를 끝내게 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 전쟁을 멈춘 사람들 아체 스리랑카 평화 협상의 무대 뒤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의 담이 낮기에 시민 크리스텐센은 아티사리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일반 시민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기에 동아시아의 유혈 사태를 끝낼 평화 협상을 끌어냈다. 자기 나라 분쟁도 아닌, 아시아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분쟁 조정을 해달라는 시민의 말에 대통령이 기꺼이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럽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세월호>라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 4월 16일로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추었다.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 속에 4월 16일에 머무르고 있으며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유가족 되는 것이 소원"이라며 죽음과 같은 절망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심각한 갈등과 분열로 침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대화가 단절되었다.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던 유가족과의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던져버리고 대화의 창마저 굳게 닫아버렸다. 국회마저 제 기능을 잃고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국민들을 기만했다.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져야 할 지도자 그 누구도 유가족과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지가 없다. 책임지려는 이가 없으니 갈등과 분쟁, 고통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은 모두 해결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일 년, 또 일 년 이어지는 것을 못 본 체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아티사리 핀란드 전 대통령 말대로 힘을 모아야 한다. 고통을 본체만체 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곳인 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평화나 미래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만이 갈기갈기 찢겨진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평화의 싹을 틔우는 길일 것이다. 고통을 이어 가느냐, 아픔을 딛고 일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덧붙이는 글 | 평화를 심다/바바 치나츠 지음. 이상술 옮김/알마/9,500



평화를 심다 - 용기와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8가지 이야기

바바 치나츠 지음, 이상술 옮김, 알마(2009)


태그:#평화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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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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