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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8월 경남 창원의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학생들이 한 공장에서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과 본 기사의 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2012년 8월 경남 창원의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학생들이 한 공장에서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과 본 기사의 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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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었던 특성화고 학생 김민재군이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김군은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근무에 투입됐다. 김군은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겪는 현장실습의 열악한 현실은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뒤 2012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고용노동부·중소기업청은 현장실습 학생들의 근로조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그 뒤 2년 5개월이 흘렀다. 현장실습에 나서는 학생들은 안전한 근로조건 속에서 진로를 고민할 기회를 얻고 있을까. 경기도 군포시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학교 3학년생인 최현일(18·가명)군은 "열악한 환경의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했고 크게 다칠 뻔 한 일도 있었다"면서 "선생님께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더니 혼났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학교로 복귀했지만, 매일 2시간씩 남아서 벌을 받고 있다"면서 "대학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도 제때 못 냈다,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군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위험한 납땜 작업...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더니 벌 받았다"

최군은 여름방학 직후인 지난 9월 현장실습을 위해 한 전자업체로 출근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의 숫자는 12개 학급(특수학급 제외)의 360여 명이다. 이중 절반가량이 2학기 동안 현장실습에 나선다.

담임교사와 취업담당교사는 최군에게 이 업체에서 SMT(전자부품장착) 엔지니어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군은 "선생님들께 SMT 엔지니어에 관해 물어봐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면서 "찾아보니 평소에 제가 관심을 가진 기계설비관리와 관련된 것 같아, 현장실습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군은 취업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열망도 갖고 있었다. "특성화고 특성상,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선생님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이 회사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는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한 첫 날, 회사의 풍경은 최군이 그린 미래와는 크게 달랐다. 최군의 업무는 하루 종일 앉아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전자회로기판에 납땜하는 일이었다. 2시간 동안 일하고 10분을 쉴 수 있었다. 고등학생인 최군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또한, 거의 매일 1~2시간의 연장근무가 이뤄졌다. 토요일에도 회사로 나오라고 했다. 

무엇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최군은 "공기를 빨아들이는 기계가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작업했다"면서 "하루 종일 납땜 냄새를 맡으니 졸음이 오고 몽롱해졌다"면서 "결국 눈을 감았다가 장갑에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깨어났다면 크게 다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군은 "결국 선생님께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선생님들은 '다른 아이들의 자리를 빼앗아 취업했는데, 중도에 포기했으니 반성하라'고 했다"면서 "학교로 돌아가서는 10일 동안 성찰이라는 벌을 받았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여러 장의 A4 용지에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인데, 빨리 써도 2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복귀한 직후 급하게 대학 원서를 넣었다. "취업보다는 공부를 더 하자고 생각했는데 이미 대학 원서 접수 마감이 임박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 대학 몇 군데에만 지원했다"면서 "현장실습에서 복귀했다면서 혼나고 벌 받은 것도 속상한데, 대학진학에 차질이 생긴 것 같아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군은 "특성화고 선생님들은 '취업률만 높으면 된다'라는 생각에 학생들의 학교 복귀를 막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현장실습에 나선 이 학교의 또 다른 학생도 끙끙 앓고 있다. 박성열(18·가명)군은 "7월부터 현장 실습에 나갔지만, 일이 맞지 않았다, 또한 대학에 붙었기 때문에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싶었다"면서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현장실습을 통해 진로를 찾는 것은커녕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학교 "취업률과 관련 없어... 성찰 프로그램은 재취업 위한 것"

학교 쪽은 "성찰 프로그램은 벌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의 취업담당교사는 "현장실습이 생각한 것과 달리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학생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복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주가량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하고 글도 쓰도록 한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률 때문에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들의 복귀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성찰 프로그램 때문에 학교 복귀를 꺼리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차피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인 3~4월에 4대 보험 가입 여부 등을 따져 취업률을 교육청에 보고하는 만큼, 학교 복귀를 막는다고 해서 취업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현장실습 학생의 학교 복귀를 막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상만 직업교육담당 장학사는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고자 할 때에 징벌적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말고 힘들었던 점에 대해 상담하면서 격려해야 한다, 특성화고에 이런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학교 복귀를 막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면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태그:#특성화고 현장실습, 무엇이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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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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