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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단 3일간 사용할 활강 스키장을 만든다고 수령 500년 된 나무들이 수두룩한  가리왕산  벌목이 시작됐다. 500년 동안 수많은 희귀 동식물을 품고 고요히 대지를 지키던 가리왕산의 무차별 벌목은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치산치수. 산림을 잘 가꾸고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이 성군의 덕목이었던 우리나라. 이 나라가 무차별, 난개발의 나라가 된 것이다. 수억 년 간 생명의 터전이요, 자양분이 돼 온 산림을 무차별 훼손하는 것은 천박한 개발 제일주의와 황금 만능주의가 가져온 폐해다.

대한민국 곳곳의 강산이 이른바 '토건족'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설치한다고 난리고, 강원도 곳곳은 골프장, 펜션, 카지노를  만드느라 산이 망가지고 있다. 단 시간에 돈을 벌어들일 유흥 장소로 바꾸려는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산림의 인문학적 가치와 자산 활용방법을 제시한 논문
▲ 우리산림의 인문학적 자산 산림의 인문학적 가치와 자산 활용방법을 제시한 논문
ⓒ 민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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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산림의 인문학적 자산>은 민속학 전공 학자들이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자산 가치와 의미와 활용가치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짚어 본 논문집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임재해 교수는 '산림 자원의 인문학적 가치와 산림 민속의 생태학적 인식'이라는 논문을 통해 설화와 건국신화에 나타난 산림의 문화적 존재 양식을 살폈다.

산림 문화의 전통에서 찾는 미래의 삶 또한 다각도로 짚었다. 어떻게 산림 자원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자산 가치를 살려낼 것인지 고민하며 내놓은 대안도 제시돼 있다.

산업 사회에서 산촌은 여전히 오지지만, 산과산림은 쉼터 공가능로 새로운 의미를 띠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회색의 도시에서 겪는 지친 노동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산을 오르는 것이다. 도봉산을 오르고 팔공간을 오르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줄을 잇는 까닭에 산자락과 산길 주변에는 온통 음식점과 모텔이 점유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단기적인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 산촌생활을 하며 산사람으로 살기
2) 산마을의 모듬살이 전통 회복하기
3) 산림과 산촌에서 다양한 휴양생활 하기
4) 산촌문화의 전승지식을 자원화하기
5) 산림자원을 보존하고 문화적으로 가꾸기

- <우리 산림의 인문학적 자산> 일부

조정현 박사는 '산간마을의 산림문화자원과 인문학적 자산'이라는 논문에서 산간 마을의 민속과 민속 문화를 살폈는데 산간마을 인문학적 자산의 보존과 활용을 제시했다. 조박사에 따르면 산간 마을은 크게 네 가지 변화 과정을 겪고 있다. 첫째 한국 전쟁을 전후로 대부분 산간 마을이 불타 없어졌다. 둘째, 풍경이 뛰어난 곳은 관광지나 유원지로 변하고 있다. 셋째 전통 가옥과 거주민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넷째 정체성을 드러내던 수많은 전통이 사라졌다.

김현근 박사는 '산림과 산간신앙의 인문학적 자산'이라는 논문에서  산신에게 드려지는 산신제와 동제(마을제사) 를 통해 산간신앙 중심으로 산림의 인문학적 자산을 살펴본다. 저자는 산신, 마을신, 호랑이를 숭배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미신으로 평가 절하 되지만 산림을 신성시하는 믿음이 있었기에 산을 함부로 해하거나 나무를 함무로 해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산신이나 마을신에게 드리는 제사 형식을 살펴봄으로 그 형식에 담긴 산과 공존하며 살던 산간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전통사회에서 하늘을 우러르기 위하여 산에 올랐다면, 현대인들은 산 밑을 내려다 보기 위하여 산에 오른다'며 콘셉트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더불어 산을 인간에게 종속화 시켜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정리해 버림으로 치유를 필요로 하는 병증이 깊어졌다고 분석한다. 산신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산은 산만이 지닌 강한 힘이 있다는 것 그 힘은 산을 잘 가꾸고 존중함으로 지속 가능해 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진순 박사는 '산림의 구비문화와 산림정책'을 통해 전승 산간 구비 문화를 살펴보고  삼림문화의 가치, 역할 기능을 통한 감성적, 정서적 가치 부각, 산림문화자산의 전승과 보존, 활용을 고려한 정책적 제언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박선미는 산림과 식물 및 동물민속의 인문학적 자산'을 통해 산나물. 열매, 각종 약초, 산짐슬 전통사냥 법. 숯 가마터 등 산간의 전통을 살펴보고 현대에 동물로부터 농작물이나 사람이 입는 폐해를 줄이고, 산촌 마을을 복원해 산촌 생태마을로 육성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 각종 나물과 식물 열매를 활용한 전통음식 복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산과 사람이 공생할 수도  산과 사람이 함께 망가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토건족의 무차별 난개발이 아니고도 얼마든지 원주민의 소득을 높이고 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

산도 살리고 사람도 행복한 발걸음은  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친화와 공생의 대상으로 함께하는 인문학적 생태적 사고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산림의 인문학적 자산> (임재해. 김진순. 조정현. 김형근. 박선미/ 민속원/ 2만 5000원)



태그:#임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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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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