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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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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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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79·전 서울대 명예교수)이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친일파 청산 노력을 '소련의 지령'이라며 폄훼하는 등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관을 드러내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친일파의 후손이자 보수 뉴라이트 성향으로 알려진 이 이사장은 과거에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거나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감동받았다"는 지지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인호 KBS 이사장이 23일 열린 강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했으며, 해방 직후 행한 친일파 청산에 대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라며 폄훼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23일 오후 7시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가 주최하는 '우리 역사 바로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회에 연사로 나서, '세계사적 격랑 가운데의 대한민국-대한민국의 본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하던 도중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칭송하고 친일파 청산 노력에 대해서는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오마이뉴스>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해방 후 친일파 청산에 대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었다며 "(당시) 공산주의 입장에서 보면 민족주의 부르주아 세력을 약화해야 되는데 (여기서) '친일파 청산'이 내세우기 가장 좋은 명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여기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과거에 도전하기 위해 한학에 통달"했으며 "그 시대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특출하게 동서양의 학문을 다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미화하는가 하면, 독립 등 당시 상황을 국제 관계에 의한 산물로만 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일제 식민치하 시절과 관련해 "그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 아니었다"며 "중국이라는 대국의 그늘에서 대중국 황제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오다가 (…중략…) 중국이 세계열강 앞에서 굴복하고 무너지니 우리는 그 가운데 어쩔 줄 몰랐고, 재빨리 근대화 노선을 걸었던 일본의 먹이가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본이 패망하니 우리가 해방... 전체는 강대국 의지에 의해서 결정돼"

이인호 KBS 이사장이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친일파 청산 노력을 '소련의 지령'이라며 폄훼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내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3일 강연을 하고 있는 이 이사장의 모습.
▲ "친일파 청산? 소련의 지령" 이인호 KBS 이사장이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친일파 청산 노력을 '소련의 지령'이라며 폄훼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내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3일 강연을 하고 있는 이 이사장의 모습.
ⓒ 최민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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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이어 당시 해방에 관해 설명하면서 "일본이 연합군에 의해서 패망을 하니까 우리(나라)가 해방됐고, 그때 어떻게 틈을 타서 다시 독립 국가로 태어날 선택의 여지를 조금, 조금 가질 수 있었다"며 "'조금' 가지게 됐을 뿐이지 어디까지나 전체는 강대국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의 주장은, 결국 일제가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삼은 것과 해방이 된 것 모두 국제적 역학관계에서 이뤄졌으며 우리 민족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라며 "학자인 '이인호 교수'는 얼마든 이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이 이런 일방적이고 편향된 역사관을 갖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제가 뜻밖에 KBS 이사장 자리에 가게 됨으로써 도마 위에 올라있다"며 "정치적으로 감각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리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이런 발언은) 이길영 전 이사장 사퇴 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인호 이사장 추대' 과정이 뜻밖에 이뤄진 낙하산 인사였음을 방증하는 것이자, 자신의 역사관을 드러내는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 노력조차 '소련의 지령'으로 폄훼하고 공산주의 세력의 분열책동이라며 이념적 낙인을 찍는 인물이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 자리에 있을 수 있나"라며 "이인호씨가 자신의 역사관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학자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강연 참석은) 이사장님의 개인 일정으로, KBS 이사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현재로써는 강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전경련이 "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고취하기 위해" 준비한 해당 강연은 지난 16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리며, 이 이사장을 비롯해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 주로 보수 성향의 뉴라이트 인사·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태그:#이인호 논란, #이인호 KBS 이사장, #이인호 전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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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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