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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육아휴직 전 지방 발령 난 며느리 대신 아이들을 시어머님이 돌봐주셨습니다. 시어머님은 전에도 가끔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는데, 그 기간 동안 본인 집이 아니라 편치 않으셨는지 그 증상이 조금 더 심해졌고, 귀찮아서 안 가신다는 병원을 본인이 먼저 "나 병원 좀 데려가 다오"하셨습니다.

그 결과는 과거 열공성 뇌경색 흔적. 현재 뇌에 특별한 이상은 없으니 약을 좀 드시면 된다고 했습니다. 일단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었습니다. 검사에 소요된 100만 원 훌쩍 넘는 비용은 다행히 몇 해 전에 들어 놓은 병원비 실비 보장 보험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금 청구 결과 보험사로부터 서류 보완 요청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비가 고액이고, 입원 사항이라 진단서 등 추가 서류가 필요하며, 병원비 외에 뇌졸증 진단금을 지급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진단금은 또 뭐냐"는 질문에 "약관을 보시면 중대한 질병에 대해서 가입해 놓은 금액에 대해서 지급하는 것이니 서류만 제출하시면 됩니다"라고 깔끔하게 답변했습니다. '우와~ 요즘은 보험사가 이렇게 고객이 모르는 사항을 먼저 설명해주고 알아서 챙겨주는구나' 싶어 흐뭇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보험사에 문의하니 처음 설명과 달리, 신청한 병원비는 지급 가능하나 진단금은 지급 불가하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럼, 병원비로 낸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니 병원비라도 빨리 지급해달라고 하자 내부적으로 심사가 필요하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민원 종결이 진행 중?

전화 통화가 끝난 후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민원을 냈습니다. 신청도 하지 않은 진단금을 준다고 해놓고 한참 뒤에 못 준다는 이유가 뭐고, 또 서류가 갖춰진 병원비에 대한 보험금은 왜 안주냐는 내용으로 간단하게 올렸지요. 다음날 답변을 기다리며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해당 민원의 처리상태는 "종결"이었습니다.

아무 답변도 없는데 데 종결? 살짝 뚜껑이 열린 아줌마, 또 민원을 넣었습니다. 처리 안 된 민원이 왜 종결이냐는 내용으로 말이죠. 항의성 민원에 대한 체크는 실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민원을 올리고 몇 분 후 담당자의 선임이라는 직원의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많이 불편하셨나봐요. 원래 '종결'이라는 말이 '진행 중'이라는 말이예요."

"아니, 종결은 누가 봐도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고객님, 고객님이 잘 모르셔서 그런데 진행 중이라는 의미가 맞고요. 그리고 진단금은 진단서에 있는 병명 코드가 해당 안 되는 것인데 저희 담당자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하고 답했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걸 간신히 참고 그렇다면 병원비를 위해 필요한 서류가 뭔지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 며칠에 걸쳐 인터넷을 검색하고, 계약 당시 보험 약관도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관련 판례도 찾아 보험사와 의견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 정리한 후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에 분쟁처리 요청을 했습니다.

세 번째 민원, 드디어 통한 것 같았습니다. 민원 넣고 다음날 해당 부서 팀장이란 직원이 전화가 왔습니다. 직원들의 실수며, 진단금 지급 예정이며 병원비에 대한 보험금도 지연이자를 포함해 지급하겠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며칠 후 보험금이 지급됐습니다.

고객이 여자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줌마라서 그랬는지 또는  "고객님, 민원종결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라고 당연한 듯 말하는 직원의 말에 화가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끝까지 처리한다'는 오기가 발동했고, 그래서 한달 동안 저는 불편한 전화와 논쟁으로 금쪽같은 휴직기간을 보냈습니다.

휴직했으면 컴퓨터는 좀 그만 만지라는 남편과 아이들의 구박도 견뎌가면서 말입니다. 어쨌든 잘 처리가 됐지만, 고객을 살짝 무시하는 이런 식의 횡포, 이제는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태그:#보험사횡포, #열공성 뇌경색, #육아휴직,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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