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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중국 배우들이 열언한  '제인 에어'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면 돌아서고 있다.
▲ 중국 뮤지컬 '제인 에어' 국내 최초로 중국 배우들이 열언한 '제인 에어'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면 돌아서고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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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이를 거부하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한 주인공 제인 에어의 시련과 극복, 사랑의 성취과정을 그린 영국의 여류작가 살롯 브론테(Charlotte Bronte, 1816. 4.21~1855. 3.31)의 소설 '제인 에어(JANE EYRE)'가 중국 배우들의 창작 뮤지컬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첫 무대에 섰다.

'제인 에어는 2006년 영국 BBC 4부작 드라마로 방송했고, 케리 후쿠나카 감독이 2011년 미아 와시코브스카(제인 에어 역)·마이클 페스벤더(로체스터 역)를 캐스팅해 영화로 만들어 인기를 모은 소설이기도 하다.

중국 항주극원이 제작한 중국 창작 뮤지컬 '제인 에어'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고아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가 되어 들어간 손필드 저택에서 귀족 로체스터와 만나 신분을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원작을 담았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티에서 공연한 '제인 에어'는 소설을 원작으로 중국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 국내 첫 선을 보였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현재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와 연기자, 드라마세트장 등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때, 중국의 뮤지컬의 국내 공연이 앞으로 양국 간 문화예술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 1급 감독인 왕쇼우잉이 총감독을 맡았고, 왕제난 중국연극원 감독이 연출을 한 대형 창작 뮤지컬 '제인 에어' 공연 마지막 날인 11일 저녁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임원과 동료 가족들이 함께 관람을 했다. 전통적인 시나리오 서사구조인 기승전결 구조에다 도입 발단 절정 순을 따랐다. 먼저 뮤지컬 첫 장르 도입(발단)부문을 보면서 언어 문제에 부딪치기도 했다. 모든 출연 배우들의 중국어 대사가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나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무대 양 옆에는 한국어 자막을 사용한 번역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국 영화는 화면 안에 나타나 그런대로 익숙한 편인데 공연은 번역프로그램이 따로 떨어져 있어 익숙하지 않았다.

차츰 뮤지컬 공연이 절정부분으로 향하면서 주인공과 조연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에 몰입이 됐고, 차츰 번역을 읽고 무대를 보는 것이 자연스레 해 졌다.

특히 주인공 장쇼우민(제인 에어 역)과 리앙칭(로체스터 역)의 열정적인 연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연기도 연기이지만 노래공연 솜씨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도입부분에서 주인공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로 간 손필드 저택의 귀족 로체스터에게 밝힌 대사는 지금도 마음 속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19세기 봉건시대 주종 계급관계에서 평민인 여 가정교사가 귀족에게 밝힌 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당신은 제가 냉정하고 감정도 없는 기계로만 취급하시나요? 당신은 제 같이 가난하고, 비천하고 왜소하고, 평범한 사람은 영혼도 심장도 없는 줄 아시나요?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당신과 똑 같은 심장이 있고, 영혼도 당신과 같이 충실하며, 우리는 다같이 무덤을 스쳐지나 공평하게 하나님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시 영국 귀족의 낭만주의가 활활 타오른 시대에, 미천한 가정교사가 밝힌 대사 자체로도 차가운 현실주의와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로체스터는 타인과 '가짜 약혼식'을 꾸며 제인 에어 마음을 사로잡았고, 칠엽수 밑에서 백년가약을 약속한다. 이 때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가 듀엣으로 부르는 <칠엽수>라는 노레에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공연을 끝내고 출연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배우가 '제인 에어' 역의 장쇼우민과 로체스터역의 리앙칭이다.
 공연을 끝내고 출연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배우가 '제인 에어' 역의 장쇼우민과 로체스터역의 리앙칭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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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는 도중 주례를 한 신부 앞에 미친 여자를 데리고 나타난 메이슨이 로체스터의 법적 아내라고 밝히면서 사랑은 위기에 처한다. 망가진 결혼식이후 다시 시련에 빠진 제인 에어는 손필드 저택을 빠져 나간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도중 교회 전도사로부터 전도를 함께 떠나자는 제의를 받는 순간, 손필드 저택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로체스터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그는 온통 폐허가 된 집터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흥얼거리고 있는 로체스터를 보고 소중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로체스터는 법적 아내인 미친 여자가 불을 냈지만 그를 찾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가난하고 미천한 제인 에어의 귀족과의 사랑은 인간 평등을 선호하는 영혼이었고, 당당하게 사랑을 추구하는 심장 그 자체였다. 역시 '제인 에어'의 저자 살롯 브론테의 마음속 깊은 부르짖음이고 갈망이었을 것이다.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가 각각 솔로 부른 <마음의 여정>과 <시린 두 눈>이라는 노래는 '깊은 연민'을 통한 정신적인 융합의 결정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을 맡은 장쇼우민(제인 에어 역)과 리앙칭(로체스터 역)이 공연을 끝내고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에게 90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연이 없었으면 주연(주인공)인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제인 에어 역을 맡은 장쇼우민은 중국 문화부 제11기 문화대상 문화연극상을 받았고, 제7기 중국예술축제 최우수 환영상을 수상했다. 문화부 제5기 전국우수아동극 우수표현상도 받았다.

로체스터역을 맡은 리앙칭은 7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유학을 했고, 다녀 온 후 성악 공연과 교육석사학위를 받았다. 뮤지컬 <나비>로 제2기 한국대구뮤지컬축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제6기 한국대구국제뮤지컬 축제 최우수작품상 및 우수연극상을 수상했다.


태그:#최초 국내 선보인 중국 뮤지컬 , #제인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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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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