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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가 계획한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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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세 하우스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92년 뮤지엄(미술관)과 호텔의 복합공간이 처음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95년 별관 개념으로 오벌(Oval) 호텔이 문을 열었다. 오벌은 언덕 위에 세워진 타원형의 호텔로, 은둔지와 비슷한 숙박 전용공간이다. 뮤지엄과 오벌은 모노레일로 연결된다.

2006년 5월에는 신관 개념으로 호텔이 두 동 더 지어졌다. 하나가 파크(Park)고, 다른 하나가 비치(Beach)다. 파크는 초록의 광장이 있는 안쪽 공간에 위치하고 있고, 비치는 바닷가에 위치한다. 이 두 호텔에서는 세토내해를 조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베넷세 하우스 지역은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오벌, 파크, 비치의 네 부분으로 나뉜다. 이들 건물은 모두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안도 다다오의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과 호텔 설계도
 안도 다다오의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과 호텔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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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숙박하지 않고도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이다. 그리고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이 대부분 이곳에 있다.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역시 버스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길이 똑바로 있지 않고 벽을 타고 180도 돌아가게 되어 있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다. 우리는 건물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간다. 뮤지엄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되어 있다.

2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기로 한다. 2층에는 안도 다다오가 그린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과 호텔 복합공간 설계도와 모형 스케치, 사진 등이 걸려 있다. 이곳에는 백남준의 '황금 물고기를 위한 소나티네'라는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보질 못했다. 2층에는 전시작품이 네 점 밖에 안 돼 바로 1층으로 내려간다.

이곳에도 역시 새로운 시도가 많다

뮤지엄 내부: 보롭스키와 야스다의 작품이 보인다.
 뮤지엄 내부: 보롭스키와 야스다의 작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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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15점의 작품이 있다.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 같은 현대의 고전작가도 있고, 호크니(David Hockney: 1937-)와 롱(Richard Long: 1945-) 같은 중견작가도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폴록의 '흑과 백의 연속(Black and White Polyptych, 1950)'과 롱의 '세토내해에 떠다니는 목재로 만든 원(Inland Sea Driftwood Circle, 1997)'이다. 

'흑과 백의 연속'은 폴록 특유의 물감 뿌리기 그림이다. 물감 뿌리기라는 새로운 시도는 1940년대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캔버스나 천에 그리는 폴록의 행동이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폴록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화가다. 그런데 추상표현주의라고 불리는 이러한 물감 뿌리기 그림은 1950년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자코메티의 '흑과 백의 연속'
 자코메티의 '흑과 백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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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부터 그는 칠하지 않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리고 색채가 좀 더 검게 되었다. 이곳에 있는 폴록의 '흑과 백'은 50년 전후 변화되는 화풍을 보여준다. 폴록은 그 후 상업적인 갤러리의 요구를 반영, 점점 더 구상적으로 변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그리기에 대한 관점은 다음과 같다. 폴록은 한 마디로 괴짜고 이단아다.

"나의 그림은 이젤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나는 딱딱한 표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닥에서 그림 그리는 게 편하다. 걸어 다닐 수 있고, 사방에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내가 뭐 하는지 모른다. 나는 이미지를 파괴하고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림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리차드 롱의 '목재로 만든 원'
 리차드 롱의 '목재로 만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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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로 만든 원'은 롱이 즐겨 사용하는 돌, 나무, 진흙 중 나무를 사용한 작품이다. 그런데 그 나무가 한 번 사용했다가 버려진 폐품이다. 세토내해에 떠다니는 목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롱은 환경생태 예술가다. 이 작품 위 벽면에는 '에이븐(Avon)강의 진흙으로 그린 두 개의 원'이 있다. 에이븐강은 롱의 고향인 브리스톨(Bristol)을 흐르는 강이다.

공간이 없으니 터렐 작품의 신비감이 떨어진다

쿠넬리스의 '무제'
 쿠넬리스의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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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19점의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들 작품 모두 새로운 시도여서 예술을 감상하는 재미가 점점 커진다.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의 '무제(Untitled)'는 이곳 나오시마에 거주하면서 제작한 작품이다. 세토내해에서 구한 나무, 접시, 컵 등 일종의 쓰레기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재료를 깨끗하게 씻은 뒤 납판으로 싸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다른 '무제'는 금속으로 만든 주전자와 컵 등을 찌그러뜨린 다음 미술관 벽에 붙여 만들었다. 회색의 콘크리트가 캔버스가 되고, 입체적인 물체를 평면적으로 배열했다. 그리고 이들 물체에 색을 칠했다. 쿠넬리스는 이 작품을 설치하느라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다오 건축의 벽면이 회색인데다 주어진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이다.

보롭스키의 '지껄여 대는 세 사람'
 보롭스키의 '지껄여 대는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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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외부 공간을 활용한 의미 있는 작품이 야스다 칸(安田侃)의 '하늘의 신비(天秘, 1996)'다. 가로, 세로, 높이 각 9m의 정육면체 공간에 찹쌀떡 모양의 돌을 두 개 설치했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나가 돌에 나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누우면 하늘의 신비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붕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 뮤지엄에서는 작품을 만지고 대화할 수 있기도 하다.

바깥에서 안쪽 공간으로 들어오면 요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키네틱 아트를 만날 수 있다. 키네틱 아트는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삼차원의 조각품이다. 보롭스키는 '망치질하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곳에는 '지껄여 대는 세 사람(1986)'이 있다. 마룻바닥 위에 목재로 만든 세 사람이 서서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주절거린다. 입까지 움직이면서.

제임스 터렐의 평면 프린트
 제임스 터렐의 평면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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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제임스 터렐이 1989-1990년에 제작한 작품 두 점이 있다. '최초의 빛'과 '알타 (Alta)'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평면적이어서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 그 이유가 뭔가 봤더니 공간이나 대상에 빛을 투사하는 방식이나 퍼포먼스(Performance)가 아니라 평면 프린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터렐의 작품은 모델(Models)이나 홀로그램(Hologram) 차원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00가지 삶과 죽음

데이빗 호크니의 '아카트란 호텔의 내부 정원'
 데이빗 호크니의 '아카트란 호텔의 내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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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인상적인 또 다른 작품은 제니퍼 바틀릿(Jennifer Bartlett)의 '노란색과 검은색 보트(1985)'와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의 '아카트란 호텔 정원 따라 걷기(1985)'다. '노란색과 검은색 보트'는 노란색과 검은색 보트가 있는 해안 풍경인데, 그림 앞에 그림 속에 있는 보트 두 개가 실제로 배치되어 있다. 2차원을 3차원으로 끌어내는 대단한 아이디어다.

'호텔 정원 아카트란 따라 걷기'는 화가가 멕시코를 여행하다 자동차가 고장나 들어간 아카트란(Acatlán) 호텔의 내부 정원을 그렸다. 이 그림은 강렬한 색상과 입체성이 인상적이다. 내부를 어쩌면 이렇게 밝고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이 이곳이 아열대 지역임을 알려준다. 호크니는 야수파, 표현파, 입체파를 결합한 화풍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호크니는 20세 초 현대예술을 이어받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창조했다고 말할 수 있다.

브루스 나우만의 '100가지 삶과 죽음'
 브루스 나우만의 '100가지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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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본 작품은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100가지 삶과 죽음(100 Live and Die)'이다. 정사각형의 네모판에 온갖 색채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그런데 그 네온이 삶과 죽음 사이에 우리가 하는 행위를 글씨로 표현하고 있다. 글씨는 4행 25줄이다. 가장 윗줄에 '살고 죽고, 살고 살고, 노래하고 죽고, 노래하고 살고'가 있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이는 내용은 똥 두고, 오줌 누고, 먹고, 잠자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하고, 말하는 일상생활이다. 그 다음은 거짓말하고, 듣고, 외치고, 키스하고, 분노하고, 웃고, 접촉하고, 느끼고, 두려워하고, 병들고, 낫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화가답게 네 가지 색을 표현하고 있다. 검은, 흰, 빨간, 노란이다. 네온의 색도 검고 희고 빨갛고 노랗다.

기념품점의 노란 호박
 기념품점의 노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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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행 25줄의 끝은 '죽고, 살고'다. 첫 행과 셋째 행의 끝은 '죽고'이고, 둘째와 넷째 행의 끝은 '살고'이다. 결국 인간은 살다가 죽는 과정에서 이처럼 수많은 행위를 한다는 내용이다. 관람객들은 이 네온 간판 앞에 앉아서 작품을 관찰한다. 그리고 나서 타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작품을 계속 살펴본다.

우리는 이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으로 기념품점엘 들른다. 그곳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격이 7344¥으로 만만치 않다. 이제 해안가에 놓여 있는 실제 노란 호박을 보러갈 것이다. 이곳 베넷세 하우스 지역에는 야외 전시물도 수 없이 많다. 무려 16점이나 된다. 이제부터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이들을 하나씩 만나고 또 즐길 것이다.


태그:#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자코메티, #야니스 쿠넬리스, #보롭스키의 키네틱 아트, #'100가지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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