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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다시금 야근을 하는 날이었다. 따라서 밤을 새우며 근무를 하자면 최소한 오전까지는 잠을 넉넉히 자두어야만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도 안 되어 일어난 뒤 몸을 씻고 서둘러 선배의 사무실로 나갔다.

선배는 이미 나의 책상을 만들어두고 있었다. "어서 와!" "선배의 삼고초려 때문에 안 나올 수 없어 나왔습니다." 선배는 껄껄 웃으며 만족의 미소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래, 오늘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서 날 좀 도와주면 돼."

선배의 바쁜 손길을 돕다보니 벽시계는 어느새 정오를 꼴깍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 먹고 하자구~" 어제부터 그렇게 투잡(two job)도 아니고 한 술 더 떠 쓰리잡(three job)까지 시작한 까닭은 간단하다.

그건 우선 당면한 내 주머니의 빈곤 현상에서 기인했다. 올해는 아내가 허리에 이어 어깨수술까지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시나브로 회복(回復)과 쾌차(快差)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 진도가 무척이나 더디다.

또한 어디를 가더라도 반드시 콜택시를 불러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그렇게 몇 달 동안 사용한 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빚이란 갚으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통의 시작'인 빚을 갚고자 쓰리잡을 시작한 것이다.

다음으론 어제 아들이 자신이 앞으로 거주할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 입사하여 그동안 5년간은 회사에서 제공한 기숙사에서 생활했기에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기한이 되었기에 비로소 '나의 집'을 만든 것이다.

아무튼 아직 결혼도 안 한 녀석이 그동안 자린고비만치로 절약하고 노력하더니 벌써 '내 집 마련'을 했노라는 자랑의 카톡 문자를 보자니 새삼 아들이 대견하였다.

'내가 능력이 없어 널 도와주지 못 해 미안하기 짝이 없구나! 그렇더라도 스스로 벌어 억 대에 가까운 집을 계약하였다니 정말 대단하다! 크게 축하하며 이사를 마치는 대로 집들이 한 번 하거라. 네 얼굴도 볼 겸 아빠가 수원으로 올라가마.'

나의 답신에 아들은 겸양의 문자를 다시 보내면서도 내가 제 집으로 올라오면 한 턱 크게 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이 녀석아, 내가 널 보려 가는 건 술과 고기나 얻어먹자고 가는 게 아니란다. 기특한 내 아들이 이사를 했다는데 최소한 아빠가 되어가지고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지? TV든 냉장고든 아님 최소한 제습기라도 사다주려는 거란다......'

내가 생업인 경비원에 이어 그동안의 투잡인 언론사의 객원(시민)기자 집필에 더하여 쓰리잡으로 선배의 사무실까지 나가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용도가 있어서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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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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