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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마을숲 '숲풀'
 전북 진안 마을숲 '숲풀'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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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옛 이름은 난진아현(難珍阿縣), 월랑(月浪, 越浪)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진안 백성은 소박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고장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아마 산간지역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한 듯합니다.

진안(鎭安)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신라 경덕왕 때 세자로 된 우리말을 두자로 줄여서 마을 이름을 한자로 지을 때 난진아(難珍阿)의 진(珍)자와 음이 같은 진(鎭)자를 택하여 편안하고 살기 좋은 곳, 안락한 곳이라고 생각하여 택하지 않았을까? 임공빈 선생님은 추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며 진안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진안의 진산(鎭山)은 부귀산입니다. 진안 사람들은 부귀산을 '배때기산'이라 부릅니다. 진산은 군·현을 진호(鎭護), 표상(表象)하는 상징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멀리서도 군·현을 대표할 수 있는 수려장엄한 산세의 산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역할을 진안에서 부귀산이 담당합니다.

부귀산 기운이 읍내에까지 뻗어 우백호(右白虎)는 진안에서 전주로 넘어가는 고개인 강경골재 맥에 해당합니다. 강경골재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좌청룡(左靑龍)맥은 진안향교 쪽으로 뻗어 내려옵니다. 안산(案山)은 진안천 건너편 우화산(羽化山)과 성뫼산 줄기입니다.

그리고 내룡(來龍)에 해당되는 당산(堂山)에 힘찬 기운이 머물고 그 앞자리에 명당판을 형성해 놓았습니다. 그 명당판에 군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군청자리는 옛날 진안현 동헌이 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당산(堂山)에 일제가 신사당을 설치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간혹 당산을 '신사당'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997년 진안읍 우회도로를 내면서 우화산맥이 잘렸고 강경골재도 심하게 맥이 잘려졌습니다. 특히 강경골재는 금남 호남 정맥인 영취산(장안산)과 부귀산, 운장산을 연결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산줄기인데, 그 맥이 험상궂게 잘리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맥을 이어주는 다리를 건설하여 다행입니다.

진안읍으로 들어서는 '삼거리'라 일컫는 근처 진안천변에 숲이 자리합니다. 이곳에 형성된 마을을 '숲풀'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이 숲을 보통 '숲풀'이라 부릅니다. 이곳에 숲이 조성된 것은 풍수 이론상으로 진안이 완벽한 땅을 이루고 있는데, 진안천 상류에서 진안읍으로 들어오는 불길한 물길이 흠이 됩니다. 일단 진안읍으로 진입하는 좋지 않은 기운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숲이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해서 전형적인 진안읍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 숲이 조성됩니다. 또한 실질적인 역할로 진안읍을 침수로부터 막기 위하여 조성된 숲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진안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 '숲풀'은 6그루의 느티나무로 과거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축소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최근에 이루어진 하천 제방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숲의 위세가 약화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토목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제방림으로 조성된 많은 숲이 훼손될 상황에 놓인 현실입니다.

마을숲은 조상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경관요소의 하나입니다. 또한 마을 숲은 문화적·역사적·생태적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을숲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마을숲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을숲을 보존, 보호해야 할 구체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새전북 신문 (2014.8.19)일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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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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