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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서림(전남 해남군·읍 구교리서림공원)은 지난 연초에 남도 고을을 다녀오면서 법성포 숲쟁이와 함께 보았던 숲입니다. 서림(西林)은 말 그대로 해남 고을의 서쪽에 위치한 숲입니다. 위치나 방향을 나타나는 숲 지명이 많은데, 서림은 그러한 한 예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독특한 숲 이름이 많이 있습니다. 경북 영일군 지행면 죽장리에 있는 마을숲은 마을입구에 있어 '머리기숲', 경북 경주시 구황동의 북천 남쪽 아래에 있다고 하여 '아리수', 경북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에 있는 소나무 숲은 마을 뒤쪽에 위치하여 '뒷솔밭', 경북 고령군 운수면 화엄리 마을숲은 웃꽃질 앞에 있다 하여 '안꽃질수'라 불립니다.

해남 서림은 고을을 비보하기 위하여 조성된 숲입니다. 과거 조상들은 도읍, 고을, 마을을 형성할 때 주산(主山) 또는 진산(鎭山)이라 불리는 산에 의지하여 터를 잡았습니다. 진산은 고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어머니 같은 산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 같은 믿음직스러운 듬직한 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을의 가장 중요한 산을 '진산'으로 지정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진산은 보통 고을을 진호(鎭護)한다하여 부르는 명칭입니다. 진산은 고을을 등지고 위치하여 진호(鎭護), 표상(表象)하는 상징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멀리서도 고을을 대표할 수 있는 수려장엄(秀麗莊嚴)한 산세(山勢)의 산으로 이루어집니다.

진산의 의미성은 방어나 계절풍을 막아주는 합리적인 이유 이외에도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남의 진산은 읍내를 북쪽에서 바람막이처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금강산(金剛山 481m)입니다. 그런데 해남고을에 지형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쪽 산세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즉 해남고을은 북쪽으로 금강산, 남쪽으로 덕음산과 말매봉이 있어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서쪽이 야트막한 들로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쪽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니 수구가 형성되어 이곳을 비보하기 위해 조성된 숲이 서림입니다.

그래서 서림은 서쪽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방풍림이면서 외부의 차가운 태풍이나 서풍으로부터 해남고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해남고을 고지도에서도 서림으로 생각되는 숲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점은 현재 서림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서림은 약 3000여 평에 이르는 대단히 큰 규모의 숲입니다. 수종은 팽나무(31그루)가 우점종이며 푸조나무(8그루), 개서어나무(3그루), 느티나무(3그루) 등 낙엽활엽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령은 200~3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웅장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군전 주변으로 힘찬 기운이 서린 해송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서림은 가운데 길이 나면서 남북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북쪽 숲은 조상 단군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단군전, 영조 32년에 내린 무안 박씨 열녀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명복을 비는 충혼탑과 4․19혁명의 열사비, 기미독립선언 기념비 등 많은 역사문화유적이 서림에 조성되어 지역의 정신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림에 역사문화유적이 세워진 것도 과거 해남고을에 서림이 조성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쪽 서림에는 체육활동 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남도 고을 곳곳에 가볼 만한 많은 숲들이 매우 많습니다. 화순 둔동 숲정이, 화순 백암숲, 화순 호동숲, 여수 호명동 방재림, 여수 창촌 선창숲, 신안 여흘우실, 무안 망운숲, 무안 청천숲, 고흥 월정리 해안방풍림, 함평 사산숲과 안영숲, 함평 원구산 당산숲, 함평 대정마을 이인정숲, 함평 향교숲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해는 자주 남도로 마을숲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새전북신문(2016.1.26)에 게재할 내용입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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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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