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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전격 합의… 박영선의 '결단'"
"야(당), 세월호 조사위 수사권 등 정쟁서 한발 물러서"
"박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했다"

지난 8일자 <조선일보> 정치면을 장식한 제목들이다. 하루 전인 7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안에 합의하자 <조선일보>는 '박영선 띄우기'에 나섰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민생을 등한시하고 세월호 특별법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비판하던 <조선>은 "야당이 정쟁에서 물러섰다"며 이례적으로 새정치연합을 칭찬했다.

이 신문은 당시 기사에서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과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는 것은 야당 협상 대표로선 하기 힘든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박 원내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했다"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의 반응을 전했다.

<조선>이 칭찬한 야당판 북한인권법

그런가하면 올해 초에는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제정 구상도 <조선>의 칭찬을 받았다. 지난 1월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민주당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 민주당 판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자 <조선>은 기사는 물론 사설까지 동원해 김 전 대표의 구상을 치켜올렸다. 

지난 1월 11일자 '김한길 대표, 민주당 판 북한인권법-애국자법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민주당이 북한 인권과 체제 수호 문제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한길 대표의 구상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으로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도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처리 결단이야말로 북한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또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면서 내세웠던 '중도 노선'에 대해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선>은 지난 3월 11일자에 실린 '새 야당의 출현을 보는 긍정적 시각'이라는 칼럼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종북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 세력'을 표방했다"며 "복지 면에서도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칼럼은 또 "2012년 총선 때 통진당과의 연대에 쫓겨 한·미 FTA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국보법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등을 합의해준 민주당으로서는 중대한 전환"이라며 "새 야당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안보를 주축으로 삼는 집권 대안 세력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새 정치'가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실리·명분 모두 잃은 야당의 우클릭

<조선>이 새정치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이처럼 보수의 입맛에 맞는 '야당의 우클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선>의 칭찬을 받은 사안 치고 결과가 좋았던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당 내부는 물론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적전 분열의 쓴 맛만 본 적이 많았다.

먼저 새누리당과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의 뜻을 져버리고 여당과 야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박 대표의 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여야 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재협상에 따른 새정치연합은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조선>은 야당에 대한 칭찬을 거두고 "여야합의 파기로 박영선 리더십에 타격이 왔다"고 비판했다.

야당 판 북한인권법 구상도 새누리당과의 의견 차이와 당 내부 반발로 실패했다. 남은 건 소모적인 당내 논쟁이 남긴 상처뿐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중도 노선도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신당의 정강·정책에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존중·승계한다'는 내용을 빼자는 제안은 "역사인식이 없다"는 각계의 비판을 샀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그동안 <조선>은 새정치연합의 우클릭을 칭찬하면서 '더 보수적인 선택을 하라'고 다그쳐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클릭에 대해 내부 반대와 지지층의 우려가 커지면 새정치연합은 다시 이전의 입장으로 회귀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하는 야당의 태도는 보수 언론의 입맛에 맞는 비판 대상이 됐다. 새정치연합의 우클릭 시도는 실리도 명분도 잃는 악수라는 결말을 맞은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윤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조선일보,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연합, #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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