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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3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요 정책과제에는 지상파 광고규제 완화와 KBS 수신료 현실화 등 사회적으로 이견이 많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이 돼 있어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주요 정책과제들을 살펴보면 유독 지상파와 관련된 내용이 많아 유료방송사업자들로부터 지상파 민원 해결을 위한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에 적용해 오던 광고규제를 대폭 완화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줄기차게 방통위에 요구해 왔던 사안으로,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부분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총 9조6000억 원 규모의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송제작 재원 마련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상파의 방송광고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 동안 절반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생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송제작 재원 마련을 위한 광고 규제완화 방침은 일면 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 지상파에 대한 광고규제 완화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지상파에 대한 광고규제 완화 방침 결정과정에서 방통위는 광고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시청권 침해를 방지해 시청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와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지상파에 대한 광고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시청권 보호를 위한 방안이나 장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방통위가 이번 주요 정책과제 선정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권익 보호는 안중에도 없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주 수입원은 광고 수입이고, 이 광고 수입은 시청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방송사에 지불한 것이다. 방송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광고비까지 포함시켜 판매가격을 결정하게 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송 광고의 광고비를 간접적으로 지불하게 된다.

즉, 지상파 방송사 광고 수입은 거의 대부분이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시청자들이 간접적으로 지불한 것이다. 그런데 지상파의 광고규제 완화가 이처럼 방송사 운영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수입을 지불한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방해하게 된다면 이는 옳지 않는 일이다. 특히, 시청자들의 방송 프로그램 시청 흐름을 끊는 '중간 광고' 허용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주요 정책과제 발표에서 KBS 수신료 현실화 논의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공영방송 KBS가 강도 높은 쇄신과 자구노력을 통해 정치적인 중립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방송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책무를 수행한다는 보장과 확신이 없는 한 수신료 인상 논의가 시작돼서는 안 된다.

지키지도 않을 장밋빛 계획 발표가 아닌 실제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변화된 모습을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을 통해 보여준 이후에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조대현 신임 KBS 사장이 발표한 부장단 인사를 보면, 불명예로 퇴진한 길환영 전 사장 시절 임원을 맡았던 인사가 다시 중용되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장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 KBS가 개혁과 쇄신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KBS 부장단 인사는 아직까지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약 3기 방통위가 지난 2기 방통위처럼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워 KBS 수신료 인상을 다시 밀어 붙인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방통위의 이번 주요 정책과제 발표는 지상파와 관련된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추진과정에서 지상파 민원해결이라는 유료방송 업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방통위는 주요 정책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료방송 업계와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방송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송통신위원회 , #중간광고 , #광고총량제, #KBS 수신료 ,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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