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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여름 휴가 무렵 정치권 안팎에서 '김기춘 교체설'이 나돌았다. 대통령 휴가와 맞물려 나온 것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7월 10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여름 휴가 무렵 정치권 안팎에서 '김기춘 교체설'이 나돌았다. 대통령 휴가와 맞물려 나온 것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7월 10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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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을 갑자기 교체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에 내린 조치여서 '휴가 뒤의 학살'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이후 '김기춘 비서실장체제'가 시작됐고, 김기춘 실장은 지난 5일 '무사히'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자진사퇴설-교체 주장에도 건재... 최근 교체설 나돌아

김기춘 실장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일정만 없었던' 여름휴가에서 복귀했다. 그런게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정치권 안팎에서 '김기춘 교체설'이 나돌았다. 대통령 여름휴가와 맞물려 나온 것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그 내용은 김기춘 실장이 조만간 교체될 것이고, 그의 후임으로 권영세 주중대사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권철현 전 주일대사,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영세 주중대사가 유력하다거나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후임으로 추천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이 7·30 재보선에서 승리한 이후임에도 김기춘 실장 교체설이 나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교체설에는 2기 내각과 함께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최대 표적인 김 실장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에 김 실장 교체를 포함해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구상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김기춘 실장이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 적이 있다.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만난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외아들 사고에 따른 신변정리설, '문고리 3인방'과의 갈등설 등이 나왔다. 하지만 김 실장의 자진사퇴는 없었다.

김 실장은 취임한 이후 계속 야당의 주요 표적이었다. 특히 야당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안대희·문창극 등 인사참사 등을 근거로 사퇴를 주장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교체 주장'이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 실장이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만두는 그 시간까지 성심껏 일할 뿐이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7월 10일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출석). 

"인사참사 지나면서 입지 더 탄탄해져"

특히 지난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지나면서 여권 안에서도 김기춘 실장 교체 주장은 사그라들었다. 여전히 "김기춘 실장의 교체는 없다"라는 관측이 더 많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한 인사는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모든 걸 덮어주는 바람에 당 안에서 비서실장 교체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없게 됐다"라며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은 야당과 안철수 대표가 살려준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선출함으로써 당심조차 대통령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당원과 국민은 김무성 대표 등 새 지도부가 박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을 인정해준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이어 이 인사는 "박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을 교체할 경우 유일한 카드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였다"라며 "하지만 (지난 7월 김 전 지사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에서 사퇴함으로써) 그를 쓸 수 없는 카드로 만들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누가 김진선 전 지사를 쓸 수 없는 카드로 만들었겠나?"라며 "아직도 김기춘 실장이 물러날 생각이 없고, 오히려 인사참사를 지나면서 김 실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인사참사와 관련해 '문고리 3인방' 등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김 실장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한 김 실장의 입지는 약화되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권영세 후임설은 자가발전의 측면이 강하다"라고 전제한 뒤, "박 대통령은 젊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라며 "김기춘, 김진선 등 나이가 많고 노련하고 경륜이 많은 사람을 신뢰한다"라고 덧붙였다.

"미래권력 중심으로 돌아갈 위험성 있어"

김 실장의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른 여권의 한 인사도 "청와대에서 전화받은 적 없다"라며 "(김기춘 교체설은) 부정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7·30 재보선 이전에는 비서실장 교체 여론이 강했는데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나니까 교체 여론이 약해졌다"라며 "(비서실장 취임) 1주년이 지났으니 갈릴 때가 된 것 같은데 쉽게 갈릴 것 같지 않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인사는 "오늘 한 신문사의 여론조사를 보니까 당 지지도가 대통령 지지도보다 높게 나왔더라"라면서 "청와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롭게 국가 어젠다를 짜고 대통령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 인사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힘을 잃자 모든 게 야당 대통령 후보(이회창) 중심으로 돌아가더라"라며 "청와대가 변화를 모색하지 못하면 여권이 미래권력 중심으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김 실장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수석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은 어떤 것을 지시할 때 적당한 비유를 들어 머릿속에 쏙쏙 박히게 한다"라며 "잘 모르는 분야도 김 실장 얘기를 들으면 놀라울 정도로 금방 와 닿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김 실장이 은근히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다"라며 "요즘 잘 웃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을 못 놓고 있어"

하지만 김 실장이 청와대를 나오고 싶어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의 한 고위인사는 "나도 들은 얘기다"라고 전제한 뒤, "최근에 박 대통령이 몇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김기춘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탕' 치면서 '다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김기춘 실장은 자기 건강도 그렇지 계속 욕얻어먹지 아들 그렇지, 굉장히 힘들 것이다"라며 "하지만 박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을 못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김기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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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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